쌍용차, P플랜에 사활..산은 지원 명분 마련이 '관건'
P플랜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쌍용자동차가 마지막 카드로 꺼내든 P플랜(사전회생계획안·Pre-packaged Plan)에 사활을 걸고 있다. 쌍용차는 대주주인 마힌드라를 비롯해 잠재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HAAH) 등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계획이 다소 지연됐지만 P플랜이라는 목표를 향해 막판 스퍼트를 내는 모양새다.
P플랜은 법원이 기존의 빚을 신속히 줄여 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강제력 있는 채무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이 원활한 워크아웃을 혼합한 구조조정 방법으로 법원이 2~3개월 동안 강제적으로 초단기 법정관리를 하게 된다.
금융권과 업계에선 쌍용차의 P플랜이 성공하기 위해선 산업은행의 지원 명분 마련이 최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산은은 회생 계획안에 잠재적 투자자의 선(先)투자, 노조의 협조, 쌍용차의 미래 사업성 담보 등이 담겨야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P플랜 실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투자자 유치 후 회생과 통상적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의 갈림길에 선 쌍용차가 회생 계획안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쌍용차는 연일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부 대기업 부품업체와 중소 협력업체가 쌍용차에 결제 대금의 현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부품 공급을 중단해 차량 생산을 중단했다. 쌍용차는 설 연휴 이후부터 생산을 재개할 예정인데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쌍용차는 비록 차량 생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P플랜 진행에 집중하고 있다. P플랜만 성공적으로 가동되면 위기를 한 번에 극복할 수 있다. 이달 초 P플랜 무산설이 제기됐지만 쌍용차는 마힌드라, HAAH와의 협의를 마무리한 후 회생 계획안을 마련해 채권자 동의 절차 등을 진행해 나갈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14일 "잠재적 투자자 역시 쌍용차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기에 쌍용차가 P플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쌍용차의 회생 계획안에는 마힌드라와 HAAH, 채권단 등의 합의를 위한 내용, 쌍용차의 채무변제 계획, 미래 사업성 담보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HAAH의 투자 여부다. HAAH의 투자가 있어야 산은이 금융지원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산은이나 HAAH 모두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쌍용차 입장에선 지지부진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HAAH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후 투자를 받고 산은의 금융지원까지 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쌍용차는 먼저 마힌드라와 P플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마힌드라의 합의가 없어도 P플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 쌍용차 평택공장 등 토지 가격 상승 영향으로 재산이 부채를 초과하게 되면서 마힌드라의 합의가 필요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마힌드라의 동의가 없더라도 P플랜을 개시할 수는 있지만 재산이 부채보다 많아지면서 향후 회생 절차 개시를 결의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 권한이 생긴다. 마힌드라가 P플랜에 동의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험요인을 피하고자 쌍용차는 마힌드라와도 P플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도 "마힌드라가 보유한 쌍용차 지분(74.7%)을 얼마나 낮출지를 놓고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힌드라가 보유한 쌍용차 지분을 낮추고 HAAH가 2억5000만 달러(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로 올라서는 수순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선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P플랜에 동의해 협상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마힌드라의 속내를 아직은 쉽사리 짐작할 수 없다.
쌍용차 노조도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 협조를 다 하겠다는 입장이다. 쌍용차 노조는 최근 매각 성공을 위해 최대한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정부와 채권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쌍용차 지원의 조건으로 흑자 전환 전 쟁의행위(파업) 금지와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3년 연장을 내걸었는데 업계에선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 2009년 무분규 선언 이후 지금까지 쟁의 행위를 한 적이 없다. 또 다른 조건인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3년 연장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지만 쌍용차의 위기에 노조 역시 공감하고 있어 양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쌍용차의 미래 사업성 담보 문제 역시 산은의 지원 요건 중 하나다. 산은은 쌍용차가 회생 계획안을 제출하면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한 외부전문 기관과 협의해 미래 사업성 문제를 검토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쌍용차의 지속성장 여부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미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집중하고 있는데 쌍용차는 디젤차와 SUV가 주력이다. 게다가 주력 차종에서조차 경쟁업체에 밀린다. 산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지만 쌍용차가 어떤 계획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쌍용차가 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와 함께 신청한 법정관리 개시 전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은 오는 2월28일까지 유효하다. 물론 법원 측은 연장 요청이 있으면 시간을 더 줄 계획이지만 P플랜 시동이 늦어질수록 기업회생절차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진다. 쌍용차 역시 이달 내에는 회생 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설 연휴 직후에는 쌍용차의 운명을 놓고 이해관계자 간의 물밑 접촉이 더욱 활발하게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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