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폭제 된 이재영·이다영 논란, 배구의 봄 핵폭탄 맞았다 [MK시선]

김지수 2021. 2. 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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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V-리그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배구붐'을 꿈꿨다.

'배구 여제' 김연경(33)의 국내 복귀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 속에 2020-2021 시즌을 시작했고, 겨울철 최고 인기 프로 스포츠의 위치를 공고히 다질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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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김지수 기자

프로배구 V-리그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배구붐’을 꿈꿨다. ‘배구 여제’ 김연경(33)의 국내 복귀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 속에 2020-2021 시즌을 시작했고, 겨울철 최고 인기 프로 스포츠의 위치를 공고히 다질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가 많았다.

초반에는 순조로운 흐름을 보였다. 제천에서 열린 코보컵 대회부터 팬들의 높은 관심이 이어졌다. 정규시즌 개막 후에는 여자부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던 흥국생명이 개막 10연승 내달리며 화제를 뿌렸다.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지속됐지만 남녀부 모두 매 라운드 치열한 순위 다툼이 이어지면서 V-리그를 향한 팬들의 관심과 호응은 뜨거웠다.

학교 폭력 가해 사실로 논란을 빚은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이다영(왼쪽), 이재영. 사진=MK스포츠 DB

하지만 최근 연이은 악재 속에 ‘배구붐’을 꿈꾸는 대신 리그 가치 저하를 막고 성난 팬심을 달래야 하는 위기에 빠졌다.

논란은 흥국생명에서 시작됐다. 팀 내 불화설로 시끄러웠던 가운데 경기 외적인 논란까지 터졌다. 지난 10일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중학교 재학 시절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하면서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두 사람은 팀 선배 김연경과 함께 현재 여자배구 최고의 스타였다. 국가대표팀 주축 멤버로 활약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갖췄고 스타성까지 겸비해 프로배구 인기 상승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여기에 각종 TV 예능 프로그램과 CF 출연 등을 통해 인지도를 한껏 높였다.

큰 사랑을 받았던 선수들인 만큼 팬들의 비판도 거셀 수밖에 없었다. 철없던 어린 시절 한때의 일탈이라고 하기에는 피해자들에게 가해졌던 각종 폭력의 수위가 매우 높았다.

이 때문에 자필 사과문에서 그 어떤 변명도 없이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겠다는 뜻을 밝히고 고개를 숙였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할 계획도 함께 밝혔다.

프로 입단 전의 일들이지만 사과문으로만 사건을 마무리 짓기에는 팬들의 여론이 좋지 않다. 흥국생명도 이재영, 이다영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 문제에 경우 학교 폭력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했던 프로야구의 사례와 계속 비교될 수밖에 없다.

2016년 3월 2015-2016 V-리그 시상식에 참석했던 이재영(왼쪽)과 송명근. 사진=MK스포츠 DB
고등학교 시절 후배를 폭행해 물의를 빚은 키움 히어로즈 투수 안우진은 50경기 출장 정지라는 구단 자체 징계를 받았고 NC 다이노스는 지난해 신인 1차지명에서 김해고 투수 김유성의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이 논란이 되자 지명을 철회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재영, 이다영의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진 뒤 남자부까지 현역 선수들의 학폭 논란이 번졌다. 13일 OK금융그룹의 송명근, 심경섭까지 각각 고등학교,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흥국생명뿐 아니라 V-리그 전체로 논란이 커진 상태다.

송명근, 심경섭에게 폭력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이재영, 이다영 사건의 피해자가 사건을 공론화 시키는 것을 본 뒤 용기를 얻어 자신의 아픈 과거를 사람들 앞에 밝히게 됐다고 전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오는 16일 흥국생명-IBK기업은행의 인천 계양 경기, 현대캐피탈-대한항공의 천안 경기부터 제한적인 관중 입장이 가능하지만 V-리그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도 스타 선수들의 학교 폭력 논란 속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영, 이다영, 송명근, 심경섭의 학교 폭련 가해 논란이 징계 등으로 정리되기 전까지 V-리그를 향한 관심은 경기 그 자체나 우승 다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쉽게 결론짓기 어려운 일이지만 각 구단과 연맹 차원에서 단호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gso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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