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침묵하다..'학폭' 논란 후에야 사과, 진정성 있을까
[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때 지난 사과에 과연 진심이 담겨있을까.
배구계가 역대급으로 시끌벅적하다. 현역 선수들의 학교 폭력(학폭) 과거가 만천하에 드러난 까닭에서다. 흥국생명의 이재영(26)-이다영(26) ‘쌍둥이 자매’의 안하무인 과거가 지난 10일 한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다. 4일 뒤엔 남자배구 OK금융그룹의 송명근(28)-심경섭(30)의 학폭 전적까지 사실로 밝혀지면서 배구계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은 일절 변명 없이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언어·신체적 폭력·금품 갈취 등을 일삼은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이재영-이다영은 자필 사과문으로 공개사과를 했다.
이재영은 “철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다영 역시 "학생 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과거를 반성했다.
하지만 때 늦은 사과였다.
쌍둥이 자매의 사과 의사를 접한 학폭 피해자이자 폭로글 작성자는 “허무하다. 글 하나로 10년의 세월이 잊히고 용서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본인 과거의 일을 두고두고 곱씹으며 반성하면서 살아가길 바란다. 어떠한 이유로도 학폭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학폭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후에야 사과 움직임을 보인 두 선수다. 피해자가 순번까지 매기며 학폭 피해 사례를 조목조목 나열한 것에 일체 반박하지 않고 곧바로 사과를 했다 할지라도 그들의 사과에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들이 과거를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할 시간은 충분했다. 10년이나 존재했다. 하지만 그간 침묵하다 피해자가 아픈 과거를 직접 드러낸 후에야 사과의 입을 연 이재영-이다영 자매다.
저격글이 올라오지 않았다면, ‘배구계 스타’로 승승장구하던 두 선수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일이 있었을까.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 의문부호다.
며칠 후 남자 배구계에도 ‘학폭’ 논란이 번졌다. 14일 한 커뮤니티에 현역 배구선수에게 고등학교 시절 폭력을 당해 고환 봉합수술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글 작성자는 배구부 3학년 선배에게 불려 간 후 노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급소를 맞았다. 당일 저녁 응급실에 실려 갔고, 결국 고환 봉합수술을 했다.
글 작성자는 “그 당시의 힘든 기억들이 잊혀지지 않고 평생 갖고 살아야 할 육체적 통증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 프로 배구선수인 당시 가해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란다고 했다.
가해자는 OK금융그룹의 송명근-심경섭으로 밝혀졌다. 구단은 “두 선수 모두 어린 시절, 폭력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피해자에게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드린다”며 발 빠르게 공식 사과문을 냈다.
그러면서 “송명근 선수는 송림고등학교 재학 시절 피해자와 부적절한 충돌이 있었고 당시 이에 대한 수술치료 지원 및 사과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피해자와 직접 만나 재차 사과하려고 하였으나 현재 연락이 닿지 않아 문자 메시지로 사죄의 마음을 전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피해자의 주장은 다르다. 폭로글 작성자는 “‘수술 치료 지원 및 사과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라는 문장은 사실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저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사죄 문자를 남겼다 했는데 사과는 가해자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사과를 받는 사람이 원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무가내 전화로 끝낼 단순한 사항은 아니니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문자로 온 내용에서도 이 글을 내릴 정도의 진심 어린 사과는 느낄 수 없었다. 본인도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 섞여있는 사과, 사고에 대한 사과는 있지만 그 후에 놀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말대로라면 마지막 사과 기회까지 놓친 송명근이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거창한 사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하지만 과거 학폭 가해 선수들이 이제 와서 아무리 사과를 한들 진심이 담길 수 있을 진 의문이다. 이재영-이다영은 10년이란 충분한 세월이 있었다. 심지어 송명근-심경섭에겐 ‘학폭’ 논란으로 배구계가 시끄러울 때 피해자를 떠올릴 시간이 있었다.
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jinju217@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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