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군은 여전히 중국·일본을 저지할 수 없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1. 2. 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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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 FA-50 경공격기가 활주로에서 이륙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벌어진 대규모 전쟁의 승패를 가른 것은 공군력이었다. 제공권을 장악한 국가가 전쟁에서 승리했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주도권을 빼앗긴 채 수세에 몰렸다. 

독립운동가 노백린 선생이 100여년 전 미국에서 최초의 항일비행사 학교를 설립하면서 “앞으로의 전쟁은 하늘을 지배하는 자들의 것”이라고 했던 예견은 이제 당연한 상식이 됐다.

70여년 전 연락기 20여대와 병력 1600여명으로 창설된 한국 공군은 6.25 전쟁 등을 거치면서 질적, 양적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혹독하다. 중국 공군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카디즈)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울릉도와 독도 일대까지 북상하고 있다. 러시아 공군도 독도를 비롯한 동해 상공에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하늘이 강대국들의 전유물이 될 우려가 높아지는 셈이다.
일본 항공자위대 F-15J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질도 양도 앞서는 주변국 공군

최근 발간된 ‘2020 국방백서’에 따르면, 주변국 전투기 규모는 중국 2187대, 일본 338대, 러시아 1183대에 달한다. 

일본은 자국 주변 공역 감시를 위해 2014년 4월 오키나와에 E-2C 조기경보기로 구성된 경계항공대를 창설했다. 2015년 1월에는 현지에 F-15 전투기 비행대를 증편했다. 

F-35 스텔스 전투기 도입 규모를 42대에서 147대로 늘려 항공자위대와 해상자위대 경항모에 배치할 예정이다. 공중급유, 수송, 무인기 부대와 우주작전대도 항공자위대에 편성된 상태다.

일본은 미쓰비시 중공업 주도로 6세대 전투기 개발에 나설 태세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스텔스 등 기술 지원을 담당하는 6세대 전투기 개발과 양산에는 5조엔(약 52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2035년부터 6세대 전투기 90대를 배치해 기존 F-2 전투기를 대체할 예정이다.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일본의 6세대 전투기 상상도. 방위성 제공
중국은 항공과 우주전력을 일체화하고 공격과 방어능력을 겸비한 현대화된 전략 공군 건설을 추구하고 있다. 러시아산 수호이 전투기를 복제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J-20, FC-31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며 J-11 전투기 개량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 탑재와 드론 통제 능력, 고성능 스텔스 기능, 레이저 무기 등을 갖춘 6세대 전투기도 2035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국제유가 하락과 서방 제재에 시달리는 러시아도 공군력 증강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스텔스 성능을 지닌 SU-57과 MIG-41 개발을 진행하면서 PAK-DA 스텔스 폭격기도 개발중이다. TU-22M과 TU-160 폭격기 성능개량도 진행중이다. 

TU-95 폭격기와 A-50 조기경보통제기의 장거리 초계비행도 동해 인근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들 기종은 2019년 7월 독도 영공을 침범해 우리 공군이 경고사격을 실시했던 기종이다.
러시아 공군 TU-95 전략폭격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동해 일대에서 폭격기의 연합비행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카디즈에 진입해 공군 전투기들이 대응출격에 나서는 상황도 일어나는 실정이다.

공군은 410여대의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의 공중위협에 맞서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대 중반부터 한국형전투기(KF-X)로 기존 F-4, F-5를 대체하고 F-35A 40대를 운용하지만 질적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가장 두드러진 취약점은 불충분한 공중방어 자산”이라며 “한국의 주권과 자유에 대한 의지를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이해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전쟁 발발 시 세 나라 모두를 심각하게 징벌할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군이 감시정찰능력 강화를 위해 추진중인 425사업 상상도. 정찰위성들이 한반도 상공에서 면밀한 감시를 하게 된다. KAI 제공
◆‘공군비전 2050’으로 위기 돌파할까

공군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성용 현 총장 취임 직후 공군의 미래 전력 구조 등을 종합한 ‘공군비전 2050’을 만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공군비전 2050’의 핵심은 항공우주력 건설이다. 하늘과 우주가 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공중을 넘어 우주를 기반으로 시공간의 제한을 뛰어넘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공세적 작전 능력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소수의 첨단 전력과 다수의 현재 전력을 결합한 형태로 전력 구조를 설정한다. 첨단 무기로는 6세대 전투기, 스텔스 무인전투기, 항공모함 탑재 무인기,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기 등이 거론된다.

이외에 한국형전투기(KF-X)와 F-15K, F-35A 등이 추가된다.

다만 전력화에 20~30년이 걸릴 정도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 급변하는 최신 과학기술을 제때 적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대규모 확전을 방지하면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소프트 킬(soft-kill) 무기 비중도 확대한다. 
러시아 공군 SU-57 스텔스 전투기가 시험비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대표적인 무기가 탄소섬유탄과 전자기펄스(EMP)탄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하는 탄소섬유탄은 전도가 높은 니켈과 탄소섬유를 결합해 만든 자탄(子彈)으로 상대방의 전력망을 파괴, 정전폭탄(Blackout Bomb)으로 불린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 내 대형 발전소 상공에서 이 폭탄을 터뜨리면 전력공급이 차단돼 상당수의 전략시설을 무력화할 수 있다.

관련 기술을 국내에서 개발중인 전자기펄스탄은 항공기에서 투하돼 반경 1∼5㎞ 이내의 전자장비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파괴하는 무기다. 2020년대 말 이후에는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음향증폭무기는 현재 경찰의 시위 진압 현장에 등장하는 음향대포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미국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시위 진압 때 등장한 음향대포는 최대 500m 거리에서 150dB 안팎의 음파를 쏜다.

음향대포에 맞은 사람은 고막이 찢어질 듯한 통증과 구토, 어지러움 등을 느낀다. 2019년 홍콩 시위 당시 현지 경찰도 사용했다. 
중국 공군 SU-30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본의 RC-2나 미 해군 EA-18G와 유사한 전자전기 도입도 거론된다. 전자장비로 구성된 전투기는 전파방해를 받으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실제 교전을 하지 않고도 적을 무력화할 수 있는 셈이다.

이밖에 항공기 항재밍 위성항법체계(GPS), 지향성 적외선 방해장비, 고섬광탄 등의 도입도 ‘공군비전 2050’에 포함됐다.

전쟁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 확보도 추진된다.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에 정밀항법능력을 추가, 표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타격한다. 현재 극초음속 미사일은 소요제기 단계를 지나 ADD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개발을 위한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빛의 속도로 표적을 타격하는 고출력 지형성 레이저 무기 개발도 추진한다. 속도가 매우 빨라 적군은 방어할 기회조차 갖기 힘들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레이저 출력 확보와 소형화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
영국 BAE 시스템스가 공개한 레이저 무기 상상도. 공중 플랫폼에서 레이저를 발사, 지상 표적을 파괴한다. BAE 시스템스
전류로 인한 자기장을 이용해 탄환을 매우 빠르게 발사하는 운동에너지 무기인 코일건, 레일건도 후보군에 포함되어 있다. 미국, 중국 등 주요 군사대국들도 개발에 적극적인 코일건과 레일건은 빠른 속도와 강력한 파괴력을 겸비하고 있어 방어가 거의 불가능한 무기로 평가된다.

9.19 남북 군사합의로 한반도 긴장은 어느 정도 완화됐으나,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공중 위협은 늘어나고 있다. 북한 위협 대응에 초점을 맞춰온 한국 공군으로서는 상대가 쉽지 않다. 공군 전력 구조와 전략, 개념 등의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발상의 전환에 따른 혁신 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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