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원금 탕감" "정부가 이자 대신 납부" 여당發 '무리수 법안' 난무
비슷한 법안 부지기수
상임위 관계없이 앞다퉈 발의
"빚 탕감" "임대인 손실 나눠졌으니 이자율 감면하라"
무리한 시장 개입 법안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영업금지·제한 조치로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을 보상하는 내용의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해당 법안의 소관 상임위원회 소속이 아닌 의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데 법안 내용이 모두 대동소이해 '보여주기식' 발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리수'를 둔 법안들도 수두룩하다. 재난 시 은행이 소상공인은 물론 실직·휴직자들의 빚까지 강제 탕감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익 공유'를 명분으로 손실 보상의 책임을 금융권으로 돌린 것인데, 4월 재·보궐 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손실보상제 '무더기' 입법
14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0일까지 40일간 발의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법' 개정안은 14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은 6개다. 이중 민주당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각각 10개, 5개였다. 이 법안들은 정부의 방역 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매출 손실분을 보전하거나 임대료·대출이자·세금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윤재갑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정부가 피해 소상공인에게 대출 이자 상환을 유예하도록 하고 무이자로 추가 대출을 내주는 내용의 소상공인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소병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피해 소상공인에게 영업손실 보상과 임대료 지원, 대출 이자·세금·보험료·공과금을 감면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영교 의원은 피해 소상공인에게 정부가 생계비, 임대료, 세금 등을 지원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개정안 시행 전 폐업한 소상공인에 대해서도 이를 소급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강훈식 의원도 방역으로 휴업한 기간동안의 최저임금 수준의 생계비와 임대료, 세금 등을 보전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재난안전법도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유사하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매출 손실 보전, 권칠승 의원이 낸 법안은 임대료 지원이 골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들의 상임위도 제각각이다. 소상공인지원법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재난안전법은 행정안전위 소관인데, 윤재갑 의원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병철 의원은 국토교통위 소속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보여주기식' '실적 쌓기용' 법안을 발의하는 것"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비슷한 법안을 내는 것이 염치없는 짓'이라고 쓴소리를 했었다. 국회가 회를 거듭할 수록 발전해야 하는데 이런 행태는 바뀌지를 않는다"고 했다.
이들이 두서없이 손실보상법을 발의하는 데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도 있다. 당초 민주당은 손실보상제를 법제화해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정부가 '소급 적용 불가' 방침을 밝히며 쟁점이 '4차 재난지원금'으로 옮겨갔고 손실보상법 논의는 지지부진해졌다.
◇금융권 겨눈 與…포퓰리즘 지적도
외교통일위 소속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재난 시 임차인의 상가임대료를 50% 깍아주고 이를 정부와 임대인이 절반(25%)씩 부담하는 내용의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원 대상에는 소상공인과 함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도 포함된다.
송 의원은 임대인을 위한 법안도 동시에 내놨다. 그는 카드사, 캐피탈사, 할부 금융회사 등 여신금융기관이 임대인의 대출 이자율을 인하하면 그 절반을 국가가 보전하는 내용의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임대인이 소상공인의 임대료 일부를 부담하게 돼 입게 된 손실을 다시 금융사가 떠안는 구조다.
민형배 의원은 지난 2일 영업 제한 또는 영업장 폐쇄 명령을 받거나 경제의 급격한 변동으로 소득이 현저히 감소한 사업자가 은행에 대출 원금 감면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 의원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은 강도가 더 세다. 은행법 개정안이 '사업자'로 지원 대상을 한정하고 있는 반면, 금소법 개정안은 실직·휴직으로 소득이 감소한 이들을 모두 포함한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 금융위원회가 은행 뿐 아니라 카드·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대출 원금 감면 등을 명령할 수 있다.
이에 당 내에서도 정치권의 시장 개입이 지나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너무 나간 측면이 있다"며 "금융사가 손실 보상에 든 금액을 매우려면 결국 금리를 올려야할테고 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 전체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했다.
선거용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채무를 탕감해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며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표를 의식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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