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부동산 대책에 전문가들은.. "상당수가 현실성 없어"

허지윤 기자 2021. 2. 14.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부동산·주거 정책 공약이 시험대에 올랐다. 우선 모든 후보자가 주택 공급 확대를 선언했다. 천정부지로 오른 서울 집값과 전세난 등 주택시장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민심을 잡는 핵심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주택 공급 방식과 규제에 대한 접근법은 후보자별로 다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야 후보자를 막론하고 주택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엔 높은 점수를 줬다. 다만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행 방안이 안 보인다는 지적도 많은 상황이다.

14일 조선비즈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주요 부동산 주거 정책 공약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를 들어본 결과 상당수 전문가는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구체성이 없다는 점 등을 문제로 꼽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일보가 지난 4~6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8세 이상 서울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으로 가장 적합한 후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상위 5명이다.

그래픽=이민경

◇ 도로·전철 지하화로 주택 부지 확보…전문가들 "어느 세월에"

여·야 후보자들은 공통적으로 도로나 전철을 ‘지하화’해 택지를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서울에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하니 나온 대안이다.

박영선 전 장관은 21분 안에 내 삶의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도시를 뜻하는 ‘21분 컴팩트시티’와 공원을 수직으로 세우고 여기에 1인 주택과 스마트팜이 함께 하는 공간을 조성하는 '수직정원도시' 구상을 밝혔다.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해 한남대교에서 양재까지 약 6km, 10만평 공간을 마련하고 토지 임대부 방식으로 평당 1000만원에 공공분양을 하겠다는 안도 제시했다.

안철수 대표는 국유철도(국철)와 전철을 지하화해 그 위에 청년임대주택 ‘청년 메트로 하우징’을 짓는 방안을 내놨다. 안 대표는 2018년 지방 선거에서도 서울을 지나가는 6개 국철 지상구간 57km를 지하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우상호 의원도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과 지하철 1호선 지상 구간 지하화를 공약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1월 27일 중랑천을 찾아 동부간선도로와 서부간선도로를 지하화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을 위한 방안으로 나온 ‘지하화’ 구상에 대해 현실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특히 서울 주택 가격 상승세를 잡기 위해 당장의 공급이 시급한데 없는 택지를 조성해 언제 공급 효과를 내겠냐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지역 사회 갈등만 촉발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갈등이 빚어지면 공급 대책은 더 늦어질 수 밖에 없다. 강변북로를 덮어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공약에 대해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응봉·한남·옥수·금호동 등 한강 조망권을 누리던 주민들의 반대가 특히 심할 것"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철길이나 도로를 지하화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은 인근 주민들이 크게 반발할 수 있는 안"이라고 했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철길 위에 행복주택을 짓는 방안을 내놨으나 지역 주민 반대와 타당성이 적다는 등의 이유로 실행되지 못했다"면서 "지하화가 처음 나오는 아이디어도 아니고 실패 사례도 있다"고 했다. 서초구청의 숙원이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서울시가 안전을 이유로 줄곧 반대한 예가 있기도 하다.

◇ "정비사업 규제 완화 긍정적이나 정부 기조와 전면 배치"

야권 후보자들은 민간 주도 정비사업의 규제완화를 골자로 하는 공약도 일제히 내놨다. 수십만 가구에 달하는 정비사업 추진 지역 일대 주민들의 표심을 움직일 열쇠로 판단하는 모양새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임기 동안 정비사업 인허가에 소극적이었던 터라 불만은 크게 높아진 상태다.

안철수 대표는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사업의 용적률을 완화해 5년간 3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나경원 전 의원도 용적률·건폐율·층수 제한 규제를 대폭 해제하겠다고 밝혔고, 오세훈 전 시장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 7층 고도제한과 한강변 아파트 35층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장 현실적인 공급 대책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기존 부지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이다"라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적용받지 않는 강북지역이나 소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는 상당한 추진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 기조와 전면 배치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점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최근 2·4 공급대책이 나온 마당에 민간 정비사업을 풀어주면서 대책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또 재초환처럼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규제도 문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2·4 대책의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을 하면 재초환이 면제되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민간 정비사업의 재초환 면제는 앞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명분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교언 교수는 "정비사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은 서울시장의 권한이지만, 현행법상 그 인센티브는 재초환에 의해 상당 부분 공공에 환수되는 구조라 한계가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 부동산 전문가들 "언제·어디서·어떻게가 중요"

야권에서 나온 보유세·취득세 완화 공약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 부호가 찍혔다. 심교언 교수는 "세금 완화는 지자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중앙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취지로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대중 교수는 "서울시장 권한으로 지방세에 해당하는 취득세나 보유세 등을 50%까지 감면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서울시가 독단적으로 세제 완화를 강행한다면 중앙 정부가 재정 지원을 삭감하는 등 역공을 가할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시장 후보자들이 상당히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임기가 1년 반 정도로 짧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서울시장에 취임한 뒤 공약 실천을 빠르게 나설 수 있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세부적인 사항까지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정부가 8·4 공급대책에서 용산정비창, 태릉 골프장(CC)부지 등의 개발 청사진을 발표한 것처럼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택지개발을 하겠다고 제시하는 편이 좋다"고 했다. 고 교수는 "서울시 유권자와 주택 수요자들이 기다리는 건 선언에 불과한 공급 물량 제시가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공급 신호"라고 강조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