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시작돼도 방역 소홀 안돼"..전문가들 한 목소리
백신 맞는다고 효과 당장 나타나는 건 아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국내에서 26일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설 이후 3차 유행이 다시 확산하면 예방접종 계획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방역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62명이다. 신규 확진자는 8일 200명대로 떨어졌으나 하루만에 300명대로 올라섰고 연이은 집단감염으로 500명대(10일 504명)까지 치솟는 등 불안한 상황이다. 감염재생산지수는 4주 전 0.79에서 1.0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설 연휴 이동이 늘어나고 가족과의 만남이 많아져 확진자가 다시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계절적 요인이나 변이바이러스 유입 등 여러 요소가 있어 우려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 "통제 힘든 상황 올 수도…집단감염 발생 시 대규모 접종 부담"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00명대 확진자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데다 변이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번질 경우 자칫 코로나19를 통제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백신 접종을 앞두고 코로나19가 유행한다면 대규모 접종을 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접종을 하려면 다수가 모여야 하는데 접종자 중에 확진자가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얀센 외에 정부가 계약한 모든 백신은 2회 접종해야하기 때문에 접종이 시작돼도 환자가 곧바로 줄어드는 건 아니라고 최 교수는 설명한다.
그는 이런 이유로 "충분한 예방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진 환자 발생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접종 앞두고 확진자 늘면 서두르다 사고 날 가능성" 백신 첫 접종을 앞두고 확진자가 늘어나면 여론에 쫓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해지면 백신 접종을 서두를 수 있는데 이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이 개시됐는데도 확진자가 늘면 '왜 백신을 맞아도 확진자가 줄지 않지?' 같은 조급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은 차분하게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사고가 없다"고 설명했다.
◇ "접종센터서 확진자 발생시 일정 차질 빚을 수도" 잠복기에 백신을 접종하러 왔다가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 잠복기는 평균 4~7일이다. 설 연휴(2월11~14일)가 지나면 당장 15일부터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잠복기 환자나 무증상 감염자가 접종한다고 해서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0만명분은 의료진이 요양원으로 찾아가 접종하고 화이자 백신 6만명분은 접종센터 4곳에서 예약제로 접종하기 때문에 위험이 분산될 것으로 천 교수는 보았다.
다만 이재갑 교수는 "확진자가 접종센터에 왔다 가면 역학 조사 때문에 백신 접종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 "집단면역 달성 때까진 방역수칙 지켜야"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과정의 위험성을 두고 조금씩 의견이 달랐지만 집단면역 형성 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같았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해서 효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 만큼 충분히 많은 사람이 접종해 집단면역을 달성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5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보건소 등 접종기관으로 배송돼 26일부터 순차 접종이 이뤄진다. 첫 접종 대상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입소자 및 종사자다.
세계 백신 공동구매 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한 화이자 백신의 첫 물량 6만명분은 당초 계획보다 시기가 늦어져 2월 말 또는 3월 초에야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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