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머리 조아리냐"..스트롱맨 정세균, 대권행보 시동 거나

세종=김훈남 기자 2021. 2.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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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맨' 정세균 국무총리가 달라졌다.

야당의 공세에 날 선 말로 받아치고, 재정정책을 둘러싼 둔 정부·여당 간 마찰에선 중재자 역할을 벗어나 손실보상제도화 등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야당의 집중 포화를 받아내던 정 총리는 북한 원전 추진 의혹과 부동산 정책 등 정부를 향한 야당의 비판이 이어지자 평소 트레이드마크였던 온화한 화법을 버리고 날카로운 언사로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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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스마일맨' 정세균 국무총리가 달라졌다. 야당의 공세에 날 선 말로 받아치고, 재정정책을 둘러싼 둔 정부·여당 간 마찰에선 중재자 역할을 벗어나 손실보상제도화 등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설 연휴를 여권의 정치적 심장 광주에서 시작하는 등 대권 잠룡다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어디에 머리를 조아리냐?" "지역구에 부끄럽지 않은 질문을 해라"

지난 4~8일 국회 대정부질문. 야당의 집중 포화를 받아내던 정 총리는 북한 원전 추진 의혹과 부동산 정책 등 정부를 향한 야당의 비판이 이어지자 평소 트레이드마크였던 온화한 화법을 버리고 날카로운 언사로 반박했다.

절정은 8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였다. 박 의원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을 거론하며 "국회의장하다 총리가 돼 대통령에게 머리를 조아리더니, 대법원장마저 대통령에게 머리를 조아린다"고 하자 정 총리는 "지금이 조선왕조냐"고 받아쳤다.

좀처럼 화내는 일이 없는 정 총리는 다소 격양된 어조로 "누가 머리를 조아리냐"며 "국회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이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돋보이는 장소에만 빠르게 나타나는 '렉카(견인차)' 대통령"이라고 비난하자 "지역구가 서초구 아니시냐"며 "구민이 부끄러워할 만한 질문은 하지 마라"고도 쏘아붙였다.

스마일맨에서 스트롱맨 변신?…정책 주문·의혹 방어 적극적으로
정세균 국무총리가 9일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정 총리는 북한원전 추진 문건 논란에 대해 "무의미한 의혹제기를 멈추라"고 밝혔다./사진=뉴스1
정 총리의 '스트롱맨' 면모는 올들어 자주 나타났다. 코로나19(COVID-19) 손실보상 제도화를 주문한 이후 기획재정부의 우회적 반대가 나오자 곧바로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서 정 총리 옆자리에 위치했던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정 총리를 찾아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조작의혹 수사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이 삭제한 파일 중 '북한 원전 추진' 문건이 나왔다는 논란에 대해선 수차례 "정책적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적극 방어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각종 회의 모두발언과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서도 "정책을 입안하는데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라며 "무의미한 의혹제기를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대전지검의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의혹 수사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국정과제가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되는지 의아하다"며 확실한 입장을 취했다.

설 연휴 시작 광주 찾은 정 총리…대권 잠룡 기지개?
설 명절을 하루 앞둔 10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온누리상품권으로 밤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뉴스1
관가 안팎에선 정세균 총리의 '변신'을 두고 차기 대권에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대권 잠룡에 속하는 정 총리가 2022년 3월 대선을 1년여 앞두고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특히 올해 설 연휴 시작을 광주에서 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 총리는 10일 광주시청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빛고을 연료전지발전소 투자협약 및 착수식, 코로나19 선별 진료소 현장 점검, '광주형 일자리' 방문 등 현장 일정을 소화했다.

정 총리는 빛고을 연로전지발전소 착수 축사를 통해 "광주의 꿈이 대한민국의 꿈"이라며 "광주가 살아야 호남이 살고, 호남이 살아야 대한민국 국가균형 발전의 기틀이 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정치적 아성인 광주에서 '집토끼' 민심을 챙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정 총리는 대권 행보에 대한 질문엔 즉답을 피하고 있다. 4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요즘 많이 거칠어졌는데 대선후보 경선에 나가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냐"고 묻자 정 총리는 "본인 말씀하시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지금 코로나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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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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