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왜 한국 대신 미국 직상장을 택했나

유승목 기자 2021. 2.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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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데뷔를 공식화하면서 토종 이커머스 공룡이 한국이 아닌 뉴욕증시 직상장을 결정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에서 허락되지 않는 '차등의결권'에 답이 있다고 본다.

차등의결권 하나로 기업공개(IPO) 후에도 김범석 쿠팡 의장 경영권이 오히려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쿠팡이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할 경우 차등의결권을 인정받지 못해 클래스B는 클래스A와 차이가 없는 평범한 보통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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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대표 인터뷰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데뷔를 공식화하면서 토종 이커머스 공룡이 한국이 아닌 뉴욕증시 직상장을 결정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에서 허락되지 않는 '차등의결권'에 답이 있다고 본다. 차등의결권 하나로 기업공개(IPO) 후에도 김범석 쿠팡 의장 경영권이 오히려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기업때리기'나 경영권 방어에 신경쓰지 않고도 김 의장이 주도해온 쿠팡의 투자·고용확대를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쿠팡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주식 상장을 위한 신고서(S-1 서류)를 제출했다. 당초 알려졌던 나스닥이 아닌 NYSE에 상장된다. 종목 코드는 CPNG다. 현지에선 쿠팡의 기대 평가 가치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500억 달러(55조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한국 아닌 미국行, 왜?
쿠팡 IPO 신고서
쿠팡이 제출한 증권거래신고서를 살펴보면 쿠팡은 클래스 A와 B 두 가지 종류의 보통주를 두고 있다. 클래스A는 1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갖는 일반 보통주다. 클래스B는 조금 다르다. 1주당 29표의 의결권을 지니는데 오직 김범석 의장만 보유하는, 김 의장을 위한 '슈퍼주식'이다. 지분을 1%만 갖고 있어도 29%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차등의결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외 스타트업·벤처들을 보면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지만 외부 투자가 커질수록 창업주의 의결권이 약화된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방어 등이 취약해져 투자나 기업 운영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차등의결권은 이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장치다. 쿠팡은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34억달러(약 3조8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의 입지가 약화될 수도 있지만 차등의결권으로 실질적 경영권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구글·에어비앤비 등 주요 글로벌 테크기업에서도 창업주들이 모두 차등의결권을 보장 받았다.
차등의결권 없는 韓, 쿠팡 못 잡았다
쿠팡은 상장 후에도 김 의장이 강조해온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지속할 방침이다. 코로나19(COVID-19) 속에서도 지난해 신규 직원만 2만5000명을 뽑는 등 현재까지 국내에서 5만명에 가까운 직원을 직접 고용한 쿠팡은 2025년까지 5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김 의장이 일선 직원과 쿠친(쿠팡맨) 등 정규직원에게 주식 1000억원어치를 상여로 나눠주겠다는 것 역시 이 같은 고용 안정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물류센터 등 향후 투자도 강화한다. 쿠팡은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은 곳을 포함해 7개의 풀필먼트(상품 배송·보관 등 일괄대행 서비스)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기존 김 의장의 의지뿐 아니라 실질적인 경영권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 쿠팡이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할 경우 차등의결권을 인정받지 못해 클래스B는 클래스A와 차이가 없는 평범한 보통주가 된다.

김 의장의 클래스B 주식은 경영권에 대해서만 인정된다. 쿠팡에 따르면 해당 주식을 매각하거나 증여·상속할 경우 무효화돼 클래스A 보통주로 환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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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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