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기부 5조 어디에? 카톡 프로필 보면 힌트가 보인다

홍성용 2021. 2.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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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자의 빅테크-9] 자신의 재산이 10조원이면, 5조원을 기부할 수 있을까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행보를 보며 가장 먼저 드는 질문이었습니다. 과연 내가 10조원을 가지고 있다면, 5조원을 사회에 내놓을 수 있을까. 수십 번 생각해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일어났죠. 김범수 의장이 지난 8일 자신의 전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대기업집단(그룹) 총수가 개인 재산을 자발적으로 사회에 기부한 금액 중 역대 최대 수준이고요. 2019년 기준 국내 매출 100대 기업 기부금이 1조1545억원이라고 하니까요. 김 의장은 100대 기업 전체가 낸 기부금보다 4배 이상 많은 금액을 기부하는 셈입니다.

국내에선 김 의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 이은 주식 부자 3위인데요. 대표의 선한 영향력 행보에 감동한 걸까요? 김 의장이 사회 환원 계획을 발표한 날 카카오의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45만7000원이었는데요. 10일 종가 기준 48만9500원까지 이틀 만에 7%가 훌쩍 올랐습니다. 김 의장은 왜 이렇게 큰돈을 기부하고자 결심한 걸까요? 그리고 이 기부금은 앞으로 어떻게 쓰일까요?


김범수 "사회 문제 다방면으로 심화…더 이상 결심 못 늦춰"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사진=매경DB
김범수 의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측근들을 통해서 "수조 원 규모의 사회 환원 방법을 알아봐 주세요" 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집니다. 특정한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돌파구로 '기부 카드'를 내세웠다기보다 오래된 결심을 속도감 있게 먼저 내비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김 의장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고 합니다. 김 의장이 지난 8일 크루(카카오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서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 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죠.

김 의장은 단순히 돈을 기부하며 이익을 전달하는 수준이 아니라 '카카오만의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 의장은 이번에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지만,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나갈 생각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크루 여러분들에게 지속해 공유하며 아이디어도 얻고 기회도 열어드릴 것"이라고 말했고요.

김 의장은 수년 전부터 '사회문제 해결'과 '소셜임팩트'를 입에 달고 살아왔죠. 지난해 3월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이해 만든 전 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도 이 같은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밝혔습니다.

"(카카오톡 향후 10년의) 시즌 2에는 우리만의 문화, 넥스트 비즈니스의 고민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로서 우리의 역할도 포함돼야 함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 기업일 수 있습니다.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기술과 우리만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데 크루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10주년, 누군가에게는 '벌써'일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아직'입니다. 아직 카카오는,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해야만 하는 것도 너무 많습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만들 수 있는 미래가 아닙니다. 크루들이 만들고 싶은 카카오가 궁금합니다. 카카오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모두의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 3월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이해 만든 김범수 의장이 전 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 /사진=카카오 영상 캡쳐
5조원을 사용하는 가장 유력한 방식은 재단이나 기구를 설립해 순차적 기부를 하는 겁니다. 카카오의 사회공헌재단인 카카오임팩트를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합니다. 카카오임팩트는 2018년 4월 설립된 공익법인인데요. 카카오가 25억원, 카카오M이 15억원을 현금으로 출자해 만들었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녹색연합, 제주 가정위탁지원센터 등 사회적기업들이 파트너로 포진해 있고요. 교통 약자의 이동문제나 장애아동의 교육문제를 IT기술로 해결하겠다는 프로젝트들을 후원해왔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투자,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나 기술을 만드는 것은 바로 사람이니까요. 결국 사람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하는 것이죠.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고 기회를 주는 방식에 늘 주목해왔거든요.

실제로 김 의장의 사람에 대한 투자는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 설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그는 후배 기업가 양성을 목표로 내세우며 '100인의 CEO를 양성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고요. 이 선언은 2012년 카카오벤처스를 설립해 18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하는 계기가 됐고요. 다수의 스타트업들이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되며 사람 투자의 결과물이 됐죠.

2016년 스타트업캠퍼스 총장으로 취임하며 했던 메시지가 다시 떠오릅니다. "가르치는 쪽도 배우는 쪽도 단순히 지식에 집중하지만, 이젠 스스로 세상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랠프 월드 에머슨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

자료=카카오
김 의장의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에는 미국 시인 랠프 월도 에머슨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에서 따온 '더 나은 세상'이라는 구절이 쓰여 있습니다. 시의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시에서는 '진정한 성공'을 이렇게 기록합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기부가 일반적으로 느껴지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138조원에 달하는 재산의 90%를 기부하겠다고 밝혔고요. 워런 버핏은 지난 15년 동안 44조원의 주식을 기부했죠. 이들은 2010년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서약하는 단체 '더 기빙플레지'를 설립했고요.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등 200여 명의 기업가가 여기에 동참했습니다.

김 의장의 선한 영향력의 결과물이 어떤 방식으로 꽃을 틔울지 기대해봅니다.

다음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 신년 메시지 전문.

안녕하세요 크루여러분, 브라이언입니다. 새로 생긴 크루 전용 소통채널에 첫 콘텐츠를 보내게 되어 부담도 되고 영광스러운 마음도 있네요. ^^ 지난 1년은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예상보다 변화가 심하고 어려운 한 해였습니다. 이런 시기에도 의미있는 성장을 이끌어내 주신 크루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모든 영역에서 비대면이 강화되는 상황과 급격한 기술 발전이 겹쳐지면서 세상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영역으로 빠르게 진입하였습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는 이번 변화의 물결은 세상을 어느 곳으로 이끌고 갈지 두렵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이 시기에 이루어 온 것에 안주하지 않고 어떤 도전을 해 나가야 할까요? 언제나 그래왔듯이 공동체의 리더분들과 크루분들이 함께 답을 찾아가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도 지난 3월에 10주년을 맞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가 되자고 제안드린 후 무엇을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 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다짐은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 중에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이지만,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플랜은 크루 여러분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드리며 아이디어도 얻고 기회도 열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점점 기존의 방식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많아지면서,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만간 더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는 크루 간담회도 열어보려고 하니 그때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크루 여러분들의 열정과 도전을 응원하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1. 2. 8. 브라이언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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