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리는 어디 있죠?" 취업준비생 명절나기 '이중고'
비용 부담 안고 독서실·스터디 카페로 발길.."청년 지원 확대를"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일자리는 줄고 마땅히 공부할 곳도 없어요." "올 추석엔 친지들에게 취업 인사 꼭 하고 싶어요."
설 연휴 셋째 날인 지난 13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후문 인근 한 스터디 카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학교 중앙 도서관이 문을 닫자, 취업 준비생들의 발길이 스터디 카페·독서실로 이어졌다.
문제집이 담긴 묵직한 가방을 멘 한 학생은 무인 정보 단말기에서 스터디 카페 이용권을 결제했다.
'거리 두기' 안내 문구가 붙어 있는 책상에는 1칸 간격을 두고, 각종 자격증 관련 수험서가 4~5권씩 쌓여 있었다.
저마다 무선 이어폰을 낀 학생들은 노트북과 휴대전화로 각종 시험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고 있었다. 어느 학생은 여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공책에 빼곡한 글씨를 채워갔다.
공립 유치원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박모(28·여)씨는 "공공 도서관은 오후 6시까지만 운영한다. 방역 지침 때문에 좌석도 반으로 줄어 이용 제약이 많다"며 "어쩔 수 없이 독서실이나 스터디 카페를 이용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스터디 카페 내 회의실에선 공기업을 준비하는 학생 4명이 취업 전략에 대해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인터넷 취업 정보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이들은 자격증 문제집 오답 노트를 공유하며 틀린 이유를 분석했다. 희망 기업의 지역 별 경쟁률·지원자 수와 같은 취업 정보도 함께 나눴다.
휴게실에 놓인 신문을 꼼꼼하게 읽는 학생은 시사·상식 분야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자취방에서 싸온 명절 음식을 먹으면서 부지런히 영단어를 외우는 청년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채용이 급감, 더 좁아진 취업 관문에 불안감을 호소했다. 자투리 시간조차 허투루 쓸 수 없다며 명절 고향 방문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3년 째 마케팅 회사 입사를 준비하는 박모(30)씨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공채 모집 인원이 반토막 났다"며 "전주에 사는 부모님께는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높아 집에 가지 않겠다'고 둘러댔지만, 취업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아 귀성을 포기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세무직 공무원에 도전 중인 이모(27·여)씨는 "시험이 몇 달 남지 않았다. 설날에는 오전 6시30분께 잠에서 깨 손수 떡국을 끓여 먹고, 하루 10시간가량 공부했다"고 했다.
승무원 취업을 준비하다 관둔 이모(25·여)씨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직원을 줄이고, 채용 공고를 내지 않고 있다. 지원 기회 조차 없었다"며 "새해에는 정기적으로 채용 공고가 나는 공기업 입사를 목표로 공부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인근 편의점에선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청년들도 있었다.
정모(27)씨는 "학교 도서관도 문을 닫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하기 힘들다. 명절에 친구들과 만나 밥값 2~3만 원 내기도 부담스럽다"며 "요즘엔 학교 동창보다도 함께 수험 공부를 하는 이들과 애환을 나누며 편의점에서 사 먹는 점심 식사가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을 위한 지자체 인턴 활동 등 관련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모(24)씨는 "아르바이트 하는 시간을 줄이고, 도서 구입비와 인터넷 강의 수강료를 내기 위해 지난해 청년 지원금을 신청했지만 경쟁률이 높아 실패했다. 청년이 구직을 준비하면서 생활비도 벌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통계청의 '청년 고용률(만 15세~29세 사이)' 경제활동 인구 조사에 따르면, 광주 지역 청년 고용률은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전국 청년 고용률은 ▲2018년 42.7% ▲2019년 43.9% ▲지난해 42.2%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광주에선 같은 지표가 ▲2018년 39.4% ▲2019년 38.4% ▲지난해 39.5% 로 집계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hyein034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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