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행세·고수익 미끼로 80억 가로채..30대 사기범 징역 9년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재력가 행세를 하며 고수익을 미끼로 주변으로부터 80억원을 받아 가로챈 30대 남성이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2부(노재호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백모(37)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배상신청인 3명에게 각각 6억9천만원, 20억5천만원, 5억9천만원을 지급하라고도 명령했다.

백씨는 2012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전북 익산과 광주 일대에서 재력가인 척하며 고수익을 약속하고 돈을 빌린 뒤 갚지 않는 수법으로 피해자 11명에게 80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2년 익산에서 중고차 판매를 하며 동생 친구 A씨에게 "동생 친구면 너도 가족이니 틀림없이 갚겠다"며 2년 동안 6억7천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기존 채무를 돌려막고 생활비와 유흥비로 써버린 채 돈을 갚지 않았다.

사회초년생인 A씨는 물론 직장 동료, 동창 등은 대출까지 받아 백씨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결국 개인 회생 절차까지 밟게 됐다.

2016년에는 광주에서 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하다가 알게 된 B씨에게 "순천에서 렌터카 사업을 하는데 돈을 빌려주면 투자 수익금을 주겠다"며 11차례에 걸쳐 13억5천만원을 빌렸다.

그는 B씨의 친인척 행세를 하며 건물 매입자, 대학교수, 교수의 사무실 조교에게까지 월 10% 또는 그 이상의 이자를 약속하고 거액을 빌렸다.

백씨는 때때로 이자를 지급하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켰고 원금 반환 요구에는 "돈을 돌려주려면 마중물 같은 소액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더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은 노후용 연금까지 빼앗기거나 대물 변제라고 속아 받은 아파트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백씨는 피해금 80억원 중 20억원만 변제했다.

재판부는 "백씨는 선량한 이미지를 풍기는 겉모습과 말투를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뒤 악랄하게 범행했다"며 "법정에서의 태도를 보면 그냥 형을 살고 나와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피해자들도 엄벌에 처해달라고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런 정황을 보면 백씨를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피해자들이 과다한 수익 약속을 섣불리 믿고 일부는 이자가 지급되지 않았음에도 추가로 돈을 빌려줘 피해가 커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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