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00명대 초중반..설 연휴·거리두기 완화 영향 촉각
다중시설 감염 전파시 재확산 우려..전문가 "4차 유행도 대비해야"
정부 "자영업 피해-거리두기 피로감에 불가피한 선택..확산땐 상향"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이 설 연휴(2.11∼14) 동안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재확산 우려는 여전하다.
15일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 1.5단계로 각각 한 단계씩 하향 조정되고 전국적으로 10주 이상 영업이 중단됐던 클럽과 단란주점 등 유흥시설까지 일제히 문을 열면서 위험 요인이 그만큼 많아지게 됐다.
더욱이 수도권의 유행 상황이 또다시 불안해진 가운데 만약 설 연휴 인구 대이동에 따른 감염이 현실화하고, 여기에다 거리두기 완화의 부작용까지 겹칠 경우 코로나19는 언제든 다시 급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에도 부분적으로나마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중환자 병상 등 국내 의료대응 역량은 충분한 만큼 자영업자 고충을 해소하면서도 자율과 책임을 근간으로 하는 이번 새로운 방역체계가 정착된다면 코로나19 장기전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00명대 초중반 예상, 연휴 검사건수 감소 영향…수도권 여전히 '위험'
1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62명이다.
신규 확진자가 300명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9일(303명) 이후 나흘 만이다.
이날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신규 확진자 역시 연휴 영향으로 300명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전날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중간 집계한 신규 확진자는 303명으로, 전날 같은 시간에 집계된 345명보다 42명 적었다.
밤 9시 이후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지 않는 최근 추세를 고려하면 300명대 초중반에 달할 전망이다.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기에는 설 연휴 검사건수 감소 영향이 반영돼 있어 유행 감소세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이어진 3차 대유행은 새해 들어 다소 진정되는 듯했으나, 최근에는 500명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400명대를 거쳐 지금은 300명대로 내려온 상태다.
최근 1주일(2.7∼13)간 신규 확진자를 보면 371명→288명→303명→444명→504명→403명→362명을 기록해 일별로 100명 이상 차이가 나기도 했다.
현 국면이 확산, 둔화, 진정 어느 단계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주간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 수가 최근 나흘간 265명→244명→258명→282명을 나타내며 증가세를 보여 재확산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은 비수도권은 전반적으로 감소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수도권은 불안한 정체기에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설 연휴 기간 대규모 인구 이동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하거나 연일 증가하는 해외유입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본격적으로 침투할 경우, 또 이와 별개로 만약 수도권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다면 3차 대유행이 급속도로 재확산할 수 있다는 게 방역당국의 판단이다.
거리두기 완화·유흥시설 영업 재개…5인이상 모임 금지는 유지
이런 가운데 정부는 연휴가 끝난 직후인 15일부터 수도권의 거리두기를 2.5단계에서 2단계로, 비수도권은 2단계에서 1.5단계로 한 단계씩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영화관, PC방, 오락실, 놀이공원, 학원, 독서실, 대형마트, 이미용업 등 다중이용시설 48만곳의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다.
식당, 카페,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방문판매업, 파티룸실내스탠딩공연장 등 43만곳의 경우 영업제한 시간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늘어난다.
결혼식과 장례식 등 행사의 최대 참석 인원도 49명에서 99명으로 늘어난다.
비수도권에서는 식당, 카페, 실내체육시설 등 52만곳의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된다. 행사 참여 인원도 집회·시위나 대규모 콘서트, 축제, 학술행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 99명에서 499명으로 늘어난다.
아울러 수도권에서 12주간, 비수도권에서 10주간 운영이 중단됐던 유흥시설도 영업을 재개한다. 대신 오후 10시까지만 문을 열 수 있고 좌석 이동이나 춤추기가 금지되는 등 강화된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반면 코로나19 3차 유행 확산을 제어했다는 평가를 받는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조치'는 당분간 유지된다. 다만 직계가족의 모임에 대해서는 이 수칙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방역수칙 완화 배경에 대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서민 경제의 어려움과 사회적 피로감 등을 동시에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이번 조정방안은 영업장의 '문을 닫게 하는' 방역에서 '국민들이 스스로 실천하고 참여하는' 방역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해관계자들이 방역의 주체가 되는 '자율과 책임' 방역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피로감·경제적 피해 고려한 조치…전문가 "확진자 증가도 불가피, 4차 유행 대비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피로감과 수용성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정부 설명에는 부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자칫 국민들에게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경우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속가능한 거리두기를 위한 조치지만 수도권의 영업시간이 오후 9시에서 10시로 늘어나면서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우려는 있다"며 "2∼3주가 지나면 확진자는 늘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0∼400명대에 고정되어 있고 유행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클럽 등 유흥시설의 영업을 허용할 시점은 아니다"면서 "방역 완화로 유흥시설과 다중이용시설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5인 이상 모임금지는 유지되기 때문에 거리두기 단계를 완화해도 방역 효과는 지속될 것이고 현 상황에서는 적절한 조치"라면서 "다만 다음 달에도 신규 확진자는 300∼500명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차 유행에도 대비하면서 병상과 생활치료센터를 더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런 우려와 관련해 코로나19 재확산의 기미가 보이면 거리두기를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권덕철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3차 유행이 재확산하는 경향이 나타나면 거리두기 단계를 다시 상향할 수밖에 없다"면서 "재확산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께서 약속한 방역 수칙을 실천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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