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겸의 일본in]19년만 흥행기록 갈아치운 '귀멸의 칼날' 인기몰이 왜?
익숙한 소년만화 문법과 클리셰에도
코로나 시국 투영한 듯한 스토리 전개
한일 양국 극장가에서 인기몰이
귀멸은 숯을 구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가 사람을 잡아먹는 혈귀에게 가족을 잃고 귀살대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극장판 귀멸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귀살대의 기둥인 주(柱), 염주 렌고쿠 쿄주로다. 배경인 무한열차 안에서 도시락을 수십 개씩 까 먹으며 “맛있다!”를 연발하는 바보 같지만 착한 형이다.
극장가를 휩쓰는 인기가 무색할 만큼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이 많다. 영문도 모른 채 탄지로의 일가족이 몰살당했다는 설정은 ‘데스노트‘의 아마네 미사 가족을 연상시킨다. 인간이었을 당시 소중한 사람을 잃고 자포자기한 채 강함만을 추구하는 요괴가 된 아카자는 ‘유유백서’의 도구로와 똑 닮았다. 힘과 젊음만을 사랑하는 사디스트적인 면모는 유유백서에서의 카라스를 떠올리게 한다. “젊고 강한 채로 죽어라”는 아카자의 대사, “늙고 추해지기 전에 내 손으로 죽이겠다”는 카라스의 말과 표현만 다르지 같은 말 아닌가.
치명타를 입혀도 금방 재생되는 혈귀의 특징 역시 코로나와 흡사하다. 기껏 백신을 만들었더니 그새 코로나는 형태를 바꾼 변이 바이러스로 역공에 나섰다. 참으로 막막한 싸움처럼 보이지만 아카자를 향해 탄지로는 외친다. “혈귀에 비하면 인간은 재생도 느리고 잃어버린 팔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인간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고.
현실의 인류도 마찬가지다. 유례없는 바이러스의 등장에 지난 2020년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표현대로 “생명이 위태로운 한 해”였다. 그러나 동시에 바이러스 퇴치라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인류가 반격에 나선 해였다. 사이언스지는 “그토록 많은 경쟁자들이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협력한 적이 없었다”며 “정부와 산업계, 학계와 비영리 기구들이 코로나에 대항해 단기간에 그렇게 많은 돈과 힘과 지혜를 모은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혈귀가 되라는 아카자의 제안을 거절하며 렌고쿠는 말한다. “늙는 것도 죽는 것도 인간이라는 덧없는 존재의 아름다움이다.” 이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덧없는지,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소중한지 돌아보게 만드는 코로나의 교훈과도 맞닿아 있다.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19년 동안 깨지지 않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흥행 대기록을 귀멸이 갈아치운 데는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 사람들은 인간이 말도 안 되게 강한 존재와 맞서 싸우는 이 이야기에 어느새 푹 빠져들고 있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송명근·심경섭 전화왔지만"...남자배구 학폭, '사과'론 부족
- 로또 950회 1등 8명, 32억원씩...'자동' 명당은?
- 코로나 쇼크에도 임금체불 감소 왜?…"지원금 영향" Vs "근로감독 급감"
- ‘아스트라제네카’ 공급받는 北…김정은 1호 접종할까
- "2월 14일은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 입니다"
- 공정위 '동의의결'이 뭐길래…'애플에 면죄부' 논란 불거진 이유
- [직장인해우소] 상사 갑질 신고했더니 '사직서'가 돌아왔다
- [어머! 세상에] 자고 나니 목에 이물감이…에어팟 삼킨 美 30대
- ‘고양이 살해’ 영상 공유하고 낄낄…‘동물 n번방’ 논란
- 백신 예측도 틀린 트럼프, 바이든 "여름 집단면역 어려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