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사람들'의 희비 <상>] 유영민·이호승·장하성·탁현민..논란에도 승승장구
대통령이 가진 수많은 권한 중 핵심은 '인사권'이다. 청와대, 정부,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권을 한 손에 틀어쥔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자리만 7000개에 달한다. 집권 5년 차 임기의 끝을 향해 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시기는 이제 1년 남짓 남았다. 지난 4년 문 대통령의 인사를 살펴보면 남은 임기에 이뤄질 인사도 미리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측근 중 어떤 이는 문제(?)를 일으켜도 자리를 옮겨가며 요직에 계속 기용됐고, 어떤 이는 잠시 멀어졌다가 핵심 보직을 맡아 돌아왔다. 반면 권력의 핵심에서 완전히 멀어진 이도 있다. 희비가 엇갈린 문 대통령의 사람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회전문 인사' 비판에도…요직, 또 요직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 대통령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번 믿고 쓴 인사에 대한 무한에 가까운 신뢰다. 대통령 주변 요직에는 대다수가 그런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먼저 청와대부터 살펴보면 2인자 유영민 비서실장은 비교적 짧은 기간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인 2016년 1월 15일 11호 영입인재로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을 지낸 유 실장을 영입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유 실장을 "IT 기술을 이용한 경영혁신이라는 신분야를 개척해온 전문가이며, 민주당의 신산업 정책을 구상하고 성공으로 이끌 핵심적인 인재"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신산업 정책을 맡길 적임자로 영입한 유 실장은 선거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했다가 당시 하태경 새누리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선출직 의원이 되지 못한 그를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유 실장은 장관을 역임하다, 21대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나와 하 의원과 리턴매치를 벌였으나 또다시 패배했다.
국민의 선택을 받는 데 잇달아 실패한 유 실장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31일 문 대통령의 선택을 또다시 받아 정권의 마지막까지 함께 할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행정고시 32회,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 이호승 경제수석도 청와대와 정부를 오가면서 승승장구했다. 이 수석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을 맡았고, 2018년 12월 기재부 제1차관으로 옮겼다가, 반면 만에 경제수석으로 내정돼 청와대에 복귀했다.
이 수석은 경제수석이 된 후 처음으로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 '경상성장률 전망치', '실질성장률 전망치' 등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논란이 됐다. 청와대 경제사령탑이 기본적 거시경제 전망치도 모른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현재까지도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 대사는 정책실장 시절 홍장표 전 경제수석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한 핵심 인물이다. 약 17개월 만에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청와대를 나온 장 대사는 모교인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로 돌아갔다가, 정년퇴임한 직후 주중 대사로 임명됐다.
중국은 미국·일본·러시아와 함께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4강 중 한 곳으로 4강 대사에는 대통령의 측근이나 핵심 실세 등이 임명돼 왔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정부의 초반 경제 정책을 설계한 인사를 주중 대사로 보낸 것은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그가 이룬 성과에 대해선 회의적 평가가 적지 않다. 소득주도성장은 집권 5년 차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조용히 묻혔다. 장 대사는 주중 대사로 내정된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성과가 언제 나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모르겠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엉뚱한 답을 하기도 했다.
특히 정책실장 재임 시절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인사 개입 논란이 제기됐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법인 카드로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7000만 원을 결제해 교육부가 중징계를 요구한 고려대 교수 12명 중 한 명에도 포함됐다. 또 장 대사는 유흥업소에서 여러 법인카드로 비용을 나눠 결제하는 카드 쪼개기까지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러한 논란에도 장 대사는 굳건히 직을 유지하고 있다.
탁현민 의전비서관도 문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18대 대선부터 문재인 멘토단으로 활동했고, 문 대통령의 저서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도 기획 및 진행했던 그는 문 대통령 당선 후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2급)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2017~2018년 미투 운동이 활발하던 시기 과거 저서 내용을 두고 여성 비하 논란이 불거지면서 야권, 시민단체 등의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았으나 그의 자리에는 변함이 없었다.
또한 지난 2018년 6월에는 불법 선거운동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70만 원으로 선고받기도 했다. 공무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 원이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결격사유에 해당되는데, 탁 비서관은 이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아 직을 유지하면서 청와대의 주요 행사들을 기획하고 주도했다. 2019년 1월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다음 달 청와대가 행사기획 자문위원으로 위촉했고, 2020년 5월 의전비서관(1급)으로 영전해 청와대에 복귀했다.
이외에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한병도 전 정무수석,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 고민정 전 대변인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 19명은 21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는 이유는 자기 편이 아니면 믿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인사는 '능력'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얼마나 같이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가 기준이어서 여러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라며 "국정 운영은 '전문성'을 가진 이들을 적재적소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전문성이 진영의 하위 개념으로 들어가 나라가 뒤죽박죽됐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최근 개각에서 새 국무위원으로 내정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봐도 관련한 이력이 전무하다. 또 김명수 대법원장 문제도 진영 논리가 전문성보다 우위에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라며 "전문성을 바탕에 둔 제대로 된 인사 사례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정도만 떠오른다. 통상 임기 말이면 같은 진영 내에 신세를 진 사람, 아직 부름을 받지 못한 사람을 막 내리 꽂는 일이 발생하는데, 문재인 정권은 정권 말기가 아닌 상태에서도 그렇게 해서 말기로 가면 그런 인사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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