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효과 의문 '성인지 예산'..환승센터도 성인지?

박진수 2021. 2. 1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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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출산 예산 문제 보셨지만, 더 납득이 어려운 항목이 있습니다.

올해 35조 3천억 원 규모로 편성된 성인지 예산 사업입니다.

정부 예산의 혜택을 남녀 차별 없이 ​받을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 바로 성인지 예산인데, 이 예산이 쓰이는 구체적인 사업들을 보니 ​이게 성평등과 ​무슨 상관이 있지 싶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여성가족부는 이미 이런 지적을 받았던 사업을 또 성인지 항목에 ​포함시킨 사실이 이번 취재로 드러났습니다.

이어서 박진수 기잡니다.​​

[리포트]

세종시 나성동, 6천 7백여 제곱미터 부지에 공사가 한창입니다.

주민센터와 보건소 등을 모은 주민 편의시설로 120억 원 규모 사업인데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음성변조 : "대표적인 건 (여성)화장실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성인지 그런 쪽으로 넣은 거에요. 그렇다고 해서 꼭 그게 그거냐라고 하면 할 말은 별로 없어요."]

서울 영등포구의 버스환승센터, 사업 목적은 편리하고 안전한 환승 서비스 제공입니다.

예산 176억 원, 역시 성인지 예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부적절한 분류라고 평가한 곳입니다.

2021년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된 것들 중에 국회 예정처는 11개 사업을 부적절한 분류라고 평가했습니다.

예산 규모만 6조 5천억 원이 넘습니다.

'과학영재양성', '한국농수산대학교육 운영', '아동수당 지급'과 같은 사업들입니다.

정부 부처들도 성인지 사업 선정에 대해 명확히 모르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 부처 관계자/음성변조 : "(여가부에서) 제외를 시켜주면 저희는 안 하는 거고, 양성평등 부합하도록 가야한다고 하면.. 가야죠. (부적합 사업) 제외 요청한다고 부처 차원에서 또 올려봐야죠."]

이 외에도 16개 사업이 사업 목표가 적절하지 않다, 또 꼭 들어갈 사업이 빠졌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사업 내용에 구체적인 '성평등 효과'를 반드시 반영하도록 하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기준과도 거리가 멉니다.

사업의 질보다 규모와 건수에 치중해 온 결과라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올해부터 성인지 예·결산 협의회와 전문평가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진숩니다.

촬영기자:김연수 임태호/영상편집:양다운/그래픽:김정현 최창준

박진수 기자 (realwa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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