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깎는 사진 찍어라"..비판하면 고소 · 징계
<앵커>
부산의 한 대학에서 교수와 교직원들이 무차별적인 고소와 징계를 당하고 있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재단과 총장의 비리를 비판하는 시위를 하다 걸리면 교수들에게 벌점까지 매겼다는데, 학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김민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연말, 한파가 닥친 부산.
[비리총장 퇴진시켜 민주대학 쟁취하자.]
한 노교수가 1년 반 동안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총장과 학교 측의 비민주적 행태를 비판했다가 고소까지 당했습니다.
[나찬연/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보직자를 동원해서 작년에 한 60여 건…. 명예훼손 고소를 (교직원들이) 직접 당했습니다.]
평화롭게 벌인 시위에도 어김없이 경고장이 날아옵니다.
[나찬연/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14장 15장…. 몇 장은 제가 분실해서….]
경고장 한 장에 교수 평가 점수는 50점이 깎입니다.
지난해 받은 벌점만 900점.
연구 점수가 높아 낙제를 면했지만, 벌점 때문에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수도 있습니다.
[나찬연/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교수협의회 간사님은) 결국 이제 봉사 업적 마이너스가 돼서 재임용이 안 됐죠.]
경남 산청의 학교 소유 야구장입니다.
말이 야구장이지 공터 수준입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하던 김동윤 씨는 학교 게시판에 총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뒤 이곳으로 발령 났습니다.
[김동윤/경성대학교 직원 : 아무것도 할 게 없고… 풀을 깎는 작업 사진을 찍으라고 하니까. 하루 종일 있으면서 산 보고.]
갈등의 시작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2011년 현 총장이 부임하면서 산학 협력 교수직에 총장 지인들이 채용되는 등 불투명한 운영이 계속되자 교수들이 반기를 든 것입니다.
최근에는 학교 이사장이 교비 6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데에 비판 목소리를 내면 고소, 고발과 징계가 잇따랐다고 말합니다.
[김미옥/경성대학교 교수 (작년 7월 해임) : (인사 담당) 팀장이 하는 얘기가 '없습니다. 징계 절차가' 다시 한 번 더 물었더니 하는 얘기가 '총장님이 정하시는 대로 합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수십 건의 고소, 고발은 의견이 다른 교직원들이 서로 다투다 벌어진 일이고, 징계도 정당했다고 밝혔습니다.
학내 갈등이 면학 분위기를 해칠 지경에 이르자 교육부는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원형희)
김민정 기자compas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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