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어진 그들의 '입'..적군도 아군도 때려야 산다 [정치쫌!]
오세훈, '지역 비하' 발언으로 지지율 손해
우상호 '박원순' 논란 만들며 지지층 결집
"막말, 때론 약 되지만, 역풍은 조심해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4ᆞ7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그간 선거 때마다 보이던 후보들 간의 막말 설전뿐만 아니라 후보들을 돕는 여야 의원들까지도 설전에 나서며 정치권에서는 “더 돋보여야 한다”는 주장과 “막말로 돌발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향해 “달나라 시장이 되시려고 하나보다”라고 정면 비판했다. 앞서 나 전 의원이 “서울에서 독립해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으면 총 1억170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주겠다”고 공약한 데 대해 박 전 장관이 “돈을 준다고 애를 낳느냐”며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박 전 장관은 이에 더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무런 근거 없이, 이유 없이 국가가 돈을 마구 퍼주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나 전 의원을 비판했는데, 나 전 의원은 이에 “시민을 더 외롭고 힘들게 만드는 무책임한 정치”라고 오히려 박 전 장관을 지적했다.
여야 후보들뿐만 아니라 야권 내에서도 나 전 의원의 발언을 두고 설전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오신환 후보가 “황당한 공약”이라며 나 전 의원을 ‘나경영(나경원+허경영)’이라고 비꼰 것이다. 나 전 의원이 오 전 의원의 비판에 “나는 나경영이라 불려도 좋다”고 넘겼지만, 야권 내에서는 “같은 당 후보끼리 싸우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특정 지역ᆞ세대 비하’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7일 보수성향의 유튜브 채널인 ‘고성국TV’에 출연해 자신이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이유를 서울 광진을 지역구와 관련지어 “특정 지역 출신이 많다는 것은 다 알고 있고, 무엇보다 30~40대가 많다. 이 분들이 민주당 지지층”이라고 말했다. ‘특정 지역’은 사실상 호남 출신을 거론한 것으로, 발언 직후 오 전 시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이어졌다.
이처럼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막말 논란이 이어지며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사자들의 셈법은 또 다르다. 선거철 정책 이슈가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막말이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교적 약세로 평가받는 오 전 의원 같은 경우는 같은 당 후보인 나 전 의원을 비판하며 ‘인지도 쌓기’에 나섰다. 의도적으로 같은 당 후보를 비판하고 나서며 자극적인 단어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식이다.
‘논란’을 직접 만들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성추문 논란 속에 숨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두고 “제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도 나의 동지”라며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울시 정책 펼쳐가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야권에서는 “피해자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망언을 해선 안됐다”며 비판에 나섰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서울시를 수치스럽게 만든 박 전 시장과 끝까지 같이 하겠다는 우 예비후보의 태도는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라며 “피해자와 서울시민 가슴에 대못 박은 우상호 예비후보는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우 의원이 의도적으로 박 전 시장을 두둔하고 나서며 당내 열성 지지층 결집을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론조사에서 박 전 장관에 열세를 보이고 있는 우 의원이 당원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열성 지지층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일부 지지층 결집 효과가 있지만, 과도한 막말이 결국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실제로 오 전 시장의 경우, 여권으로부터 ‘일베 정치인’이라는 비판까지 받으며 주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불렀다. 정치권 관계자는 “막말이 때로는 약이 될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활용하다 보면 결국은 선을 넘을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의 패배 원인을 ‘막말’로 규정하며 반성하겠다 했지만, 결국 막말이 반복되고 있다. 과도한 막말은 역풍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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