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종사 교육비는 항공사가 부담해야할 몫"

[주간경향]
항공사가 고용한 조종사에게 교육을 해주는 대신 근로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교육비를 반환하게 하는 ‘교육비 약정’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재판장 안병욱)는 지난 1월29일 소형항공사 코리아 익스프레스 에어에게 밀린 조종사 5명의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인정한 체불된 조종사 임금·퇴직금은 1인당 최대 1억1520만원에 이른다.

△△관련기사: 이스타항공 ‘닮은꼴’? 임금체불에 교육비 ‘착복’ 의혹 그곳은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있는 코리아 익스프레스 에어 사무실 / 김원진 기자

재판의 쟁점 중 하나는 ‘교육비 반환’이었다. 사측은 임금체불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조종사들이 계약 기간을 지키지 않고 퇴사해 조종사들에게 투입된 교육비는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공업계에선 보통 조종사들이 사측과 최소 계약 기간을 지키지 않고 퇴사하면 교육비를 물어내도록 계약을 설정한다. 조종사들은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퇴사했다고 주장했다. 또, 모두 사측의 동의를 받고 사직처리가 됐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조종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교육비 약정이 근로기준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기장승급 교육은 기장을 직접 채용하기 어려워 경력직 부기장을 채용한 다음 기장으로 승급시키려던 항공사의 필요로 실시됐다. 교육비는 조종사들이 부담해야할 할 비용을 항공사가 대신 지출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여럽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길게는 8개월 가까운 기간 지속된 항공사의 임금체불로 인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조종사들이) 퇴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유가 있음에도 교육비 약정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근로기간을 체우기 위해 조종사들이 임금 체불을 감내해야 한다. 이는 조종사들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일부 조종사들이 받은 기장승급 교육 기간이 근로기간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기장승급 교육기간이 근로기간에서 빠지면 체불된 임금 규모는 줄어든다. 재판부는 “기장승급 교육은 항공사와 조종사간 근로계약이 체결된 뒤에 이뤄진 직무교육에 해당한다. 항공사의 기장양성이라는 필요에 의한 것이어서, 조종사들은 기장승급교육을 받을 의무가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코리아 익스프레스 에어는 50인 미만 여객기만 운항할 수 있는 소형항공사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2005년 4월 문을 열었다. 많을 때는 직원 120여명이 일했다. 지난 2019년 12월 28일 마지막 운항을 끝으로 영업을 멈췄다.

2019년에는 일주일 혹은 열흘, 한달씩 임금이 늦게 지급된 사례가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이다. 사내 게시판에는 ‘회사 사정이 어렵다. 열심히 임금을 마련하겠다’는 공고가 종종 올라왔다. 조종사들은 2019년 9월부터는 아예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일부 기장들은 체불된 임금을 받기 위해 지난 2019년 12월 서울남부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누적 체불액은 임금과 퇴직금을 합쳐 6800여만원에서 많게는 1억1000여만원에 이른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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