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거북, 친환경적으로 잡는다
구교성 이화여대 인지생태연구실 연구원은 최근 국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한반도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종 거북을 잡는 포획장치를 개발했다.
지난달 1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의 연구실에서 만난 구 연구원은 위아래가 뚫린 네모난 철제 통 위에 붉은색 판 두 개가 튀어나와 있는 형태의 이 포획장치를 공개했다. 포획장치 주변에는 노란 부표가 달려 있어 물에 뜰 수 있고, 바닥에는 포획에 사용되는 것처럼 보이는 그물이 보였다.
거북은 주위 환경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이다. 아침이 되면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일광욕하면서 몸을 덥힌 후 물로 뛰어들어 서식지로 돌아간다. 구 연구원은 "이 ‘모듈형 포획장치’는 거북이 일광욕을 하기 위해 판 위에 올라갔다가 물속으로 뛰어내릴 때 그물에 걸리는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물 내부에는 먹이를 둘 수 있어 물속 거북을 유인할 수도 있다.
구 연구원은 “외래종 거북 포획에는 흔히 통발을 사용하는데 다른 동물까지 걸려 죽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 새 포획장치는 이런 부작용이 없다"고 했다. 구 연구원은 특히 토종 거북인 남생이는 연못 구석에서 일광욕하는 습성이 있어 포획장치를 연못 가운데 설치하면 외래종 거북만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지난해 하반기 경남 지역의 저수지에서 모두 103마리의 외래종 거북을 잡았다. 이는 이전에 사용된 포획장치보다 포획횟수가 3.5배나 늘어난 수치다.
구 연구원은 “외래종 거북은 한반도 생태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도 아직 종이나 개체 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민물거북의 서식 상황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래는 구 연구원과 일문일답.
Q. 한국에는 얼마나 다양한 외래종 민물 거북이 살고 있나.
잘 알려진 붉은귀거북을 시작으로 노란배거북, 플로리다붉은배거북, 중국줄무늬목거북, 최근에는 늑대거북과 악어거북에 이르기까지 약 16종의 외래종 거북이 야생에서 발견됐다. 앞으로 수는 더 늘어날 거라 예상한다.
Q. 왜 이렇게 다양한 외래종 거북이 들어온 건가.
예전에는 거북을 방생하는 종교 행사에서 외래종 붉은귀거북을 많이 사다가 풀어줬다. 지금은 종교 행사보다는 애완용으로 수입된 거북을 풀어주면서 생태계에 도입되는 경우가 많다. 거북 한 종이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되어 수입이 금지되면, 수입업자들은 금세 비슷한 다른 거북 종을 수입해서 들여온다. 결과적으로 갈수록 다양한 외래종 거북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다.
Q. 외래종 거북을 꼭 잡아야 하나. 결국 사람 잘못인데 불쌍한 것 같다.
한 생태계에 새로운 종이 들어오면 기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진다. 먹이 사슬이 무너지거나, 한 서식지 안에서 경쟁이 심해지기도 하고, 새로운 질병이 번지는 일도 있다. 외래종 거북의 경우, ‘중국줄무늬목거북’은 우리나라 토종 거북인 남생이와 생태적 지위가 겹친다. 남생이가 먹이나 서식지를 두고 외래종 거북과 경쟁해야 한다.
심지어는 남생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중국줄무늬목거북과 남생이는 서로 번식이 가능해서 외래종과 교잡하면 유전자가 섞인 거북이 태어나기 때문이다.
Q. 잡는 것 외의 근본적 해법이 필요한 것 같다.
거북뿐만 아니라 외래생물을 구하기가 쉽다는 게 큰 문제다. 2019년에 한국의 상위 25개 온라인 애완동물 쇼핑몰에서 어떤 양서파충류 동물이 팔리고 있는지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무려 677종의 동물이 팔리고 있었다. 심지어 멸종위기종처럼 판매가 금지된 종도 있다. 외래종 도입을 막으려면 이런 동물 판매부터 제한하는 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Q. 멸종위기종도 팔리고 있다고.
2019년 10월에는 광주 북구 광주호 인근에서 미국 남서부 지역의 습지에 사는 ‘악어거북’이 발견됐다. 진흙 속에서 작은 동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육식성 거북인데, 민물 거북 중에서는 가장 크게 자라 생태계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더 중요한 점은 악어거북이 세계적 멸종위기종으로 국제 거래가 엄격하게 금지되어있다는 거다. 누군가 악어거북을 사서 키우다 버렸다는 뜻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이번에 개발한 포획장치는 시제품이다. 크기부터 무게, 비용, 그물의 종류, 탈출구의 형태까지 개선할 부분이 많은 상황이다. 앞으로 5~10년 뒤에는 개선된 포획장치와 함께 설명서까지 만들어서 외래종 거북이 퍼진 지방에 보급하는 게 목표다. 쉽게 외래종 거북을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Q.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외래종 도입을 막으려면 도움이 여러 사람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한반도 생태계에서 발견되는 외래종 거북의 대부분이 반려동물로 구매했다가 버려진 경우가 있다. 거북은 강한 생명력을 가진 동물이라, 반려동물로 키우던 거북을 풀어주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책임지고 키우지 못한다면 아예 동물을 사지 않는 선택이 나을 수도 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2월 1일 발행, [지구사랑탐사대 인터뷰] 외래종 거북, 친환경적으로 잡는다! 구교성 연구원 https://dl.dongascience.com/magazine/view/C202103N002
[이창욱 기자 changwoo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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