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형으로 경계를 무너뜨린 '구겐하임 미술관'

송경은 2021. 2. 13.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전경.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사진=송경은 기자
[랜선 사진기행-35]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 호숫가를 따라 걷다 건너편으로 파크 웨스트의 고급 아파트들이 마주 보이는 곳에서 독특한 건축물을 마주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이었다. 비정형적이면서 유기적인 곡선과 간결한 기하학적 요소들로 구성된 이 건물은 뉴욕 맨해튼의 엄격한 도시 격자와 반듯한 형태의 고층 빌딩들을 보기 좋게 따돌리고 있었다. 뉴욕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로 하얀 건물 앞에 세워진 노란색 뉴욕 택시들까지 하나의 엽서 같은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미국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1943년 설계한 것으로, 그가 죽은 지 6개월 뒤인 1959년에야 일반에 공개됐을 정도로 세상에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시로서는 실험적이었던 철근 콘크리트를 이용해 하늘을 향해 소용돌이치는 하얀 원통형 건물을 완성했는데 덕분에 내부 공간은 훨씬 더 드라마틱해졌다. 건물 자체가 나선형 복도를 따라 내려오는 형태가 된 것이다. 라이트는 "연속적인 바닥으로 이뤄진 하나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건물 내부 아트리움에서 바라 본 유리 천장(왼쪽). 오른쪽은 나선형으로 이어진 경사로다. 이 경사로를 따라 벽면의 전시물을 관람하거나 층을 이동할 수 있다. /사진=송경은 기자
안으로 들어서자 처음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거대한 아트리움(현대식 건물 중앙 높은 곳에 보통 유리로 지붕을 한 넓은 공간)이었다. 천장까지 약 30m 높이의 아트리움 옆면을 따라 6층까지 나선형으로 경사로가 이어져 있어 한 층에서 다른 층 전시관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이 경사로는 위로 올라가면서 벽을 따라 전시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경사로 어디서든 미술관 곳곳이 보일 정도로 열린 공간인 덕분에 다양한 상호작용을 가능케 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한 제43차 회의에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20세기 건축(The 20th-Century Architecture of Frank Lloyd Wright)'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렸다. 여기에는 구겐하임 미술관과 함께 낙수장, 프레데릭 C. 로비하우스, 홀리혹 하우스, 제이콥스하우스, 탤리에신, 탤리에신 웨스트, 유니티 교회 등 총 8개 건물이 포함됐다. WHC는 "이 시기 라이트의 작업은 현대건축의 발전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라이트는 프랑스에서 활동한 스위스 태생의 르코르뷔지에와 함께 20세기 최고 건축가로 꼽힌다. 2000년 미국건축가협회가 선정한 20세기 10대 건축물 중 4개가 라이트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과 낙수장, 로비하웃, 존슨왁스 빌딩이었다. 자연을 비롯한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유기적인 건축을 지향했던 그는 안팎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열린 공간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구겐하임 미술관은 그가 남긴 마지막 주요 건축 프로젝트다.

구겐하임 미술관 1층 아트리움의 휴게공간에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송경은 기자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