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된 제주 오름 '수난시대'..휴식년제 6곳으로 확대
[경향신문]
368개의 제주의 오름 중에서도 능선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용눈이 오름. 정상부에 올라서면 제주 동부 지역의 빼어난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동쪽 끝 ‘섬 속의 섬’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용눈이 오름은 이달부터 앞으로 2년간 탐방할 수 없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훼손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제주의 오름이 탐방객 증가로 수난을 겪고 있다. 식생이 파괴되고 원형이 훼손돼 자연휴식년제에 돌입한 오름도 6곳으로 늘었다.
제주도는 이달부터 2023년 1월말까지 2년간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에 대해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용눈이 오름은 각종 방송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름 중 하나다. 경사가 완만해 한 시간 안팎이면 남녀노소 쉽게 오를 수 있고 도로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개별 관광객은 물론 단체 관광객까지 찾을 정도로 인파가 몰리면서 주차장은 연일 렌터카로 넘쳤고 주변 도로마저 교통체증을 빚었다. 수많은 탐방객이 계속적으로 밟은 탐방로는 여기저기 패어 암반이 드러났고 주변의 풀 역시 흔적 없이 사라졌다. 탐방로를 벗어나 인증샷을 찍는 이들도 심심찮게 목격됐다. 탐방로를 변경하는가 하면 야자수매트 교체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으나 오름은 줄을 잇는 인파를 버텨내지 못했다.
결국 제주도오름가꾸기자문위원회는 용눈이오름의 훼손이 심각하다고 보고 식생복원 등을 위해 자연휴식년제를 결정했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있는 백약이오름. 이곳 역시 방송 예능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탐방객이 몰렸던 곳이다. 오름의 봉우리 140㎡ 부분은 지난해 8월1일부터 2022년 7월31일까지 2년간 출입을 제한하는 휴식년제에 돌입했다. 경관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이들이 봉우리를 찾으면서 바닥의 풀은 사라지고 붉은 송이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처럼 자연 훼손으로 인해 휴식년제에 돌입한 제주의 오름은 용눈이오름과 백약이오름 정상부 이외에도 송악산 정상부(대정읍), 물찻오름(조천읍), 도너리오름(안덕면), 문석이오름(구좌읍)까지 모두 6곳에 달한다.
제주도는 또 서부지역의 유명 오름인 새별오름에 대해서도 자연휴식년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지정된 탐방로를 벗어나 등반하는 경우가 많아 곳곳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우선적으로 탐방로를 정비하고 유도시설을 설치하되 훼손이 계속될 경우 새별오름에 대한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주도 관계자는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하는 오름은 출입이 전면 통제된다”며 “입목벌채, 토지형질변경, 취사·야영행위도 제한된고, 오름을 무단 출입하다 적발되면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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