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품귀 완성차 손실 눈덩이..獨 대만 파운드리 생산 한계

이종혁 2021. 2. 13. 16: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1분기 손실만 140억달러
반도체 부족 3분기까지 갈듯
TSMC 등 대만.獨업체 주로 생산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전세계 완성차들이 1분기에만 140억달러(약 15조5000억원), 올 한 해 전체로는 610억달러(약 67조6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달 초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문기관 알릭스파트너스는 이 같은 추정치를 최근 내놨다. 이미 미국 GM은 9일(현지시간) 북미 공장을 최소한 다음 달 중순까지 셧다운(일시 가동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페어팩스·캔자스·잉거솔·온타리오·포토시는 물론 멕시코에 있는 일부 공장도 해당된다. 미주리주와 멕시코의 일부 GM 공장은 일단 차량 조립은 시작하되 반도체가 확보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최종 완성할 계획이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하우 타이탕 수석 제품플랫폼 총괄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차량용 배정을 늘려주면 2021년 하반기부터는 회복세가 올 듯하다"고 말했다.

알릭스가 예상한 완성차 업계의 매출 손실액 67조6000억원에 국내 완성차 한 대 평균 가격 2000만원을 적용하면 생산차질 대수는 338만대에 달한다. 전세계 연간 완성차 판매는 약 800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와 비교하면 약 4.2%에 해당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지난 연말부터 반도체 부족을 호소해왔다. 독일 폭스바겐그룹과 세계 1위 자동차 부품사 로버트보쉬, 4위 부품사 콘티넨탈 등이 반도체 부족으로 완성차·부품 생산이 지연되고 있다고 연말께 발표했다. 일본 혼다·닛산자동차와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티브(FCA), 독일 다임러그룹 도 잇따라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감산을 발표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일차 원인은 재고를 쌓아두지 않은 완성차 업계 관행 탓이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 기업들은 불필요한 비용 감축과 품질관리를 위해 "적시에 필요한 만큼 만든다(Just In Time)"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적시 생산을 위해 재고는 1주치, 많아야 1달치만 쌓아두게 된다. 여기에 완성차 기업들은 지난해 코로나 19 충격으로 구매 수요가 줄자 반도체 주문량도 대거 삭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반도체 부족 사태에서 한걸음 비켜난 모양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에 비해 셧다운 일수가 적었다. 이 덕분에 상대적으로 생산기지를 원활히 가동하면서 반도체 주문을 축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많다.

차량용 반도체가 반도체 생산 기업의 우선 순위가 아닌 것도 부족 사태를 심화하는 요인이다. 코로나 19가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면서 정보기술(IT) 기기용, 서버·클라우드용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반도체를 수탁생산(파운드리)하는 파운드리 기업들의 생산라인을 차지하기 위해 반도체 설계회사들의 더블부킹(이중 예약)도 빈번할 정도다. 더군다나 차량용 반도체는 다른 반도체 제품에 비해 수익성은 낮으면서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을 요구해 반도체 업체들의 신규 진입도 어렵다.

차량용 반도체는 인피니언·NXP 등 차량용 반도체 전문기업과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이 주로 만든다. 다른 파운드리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려면 재설계, 안전성 확인 등에 수 개월~수 년이 걸릴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 차질이 완화하는 시기는 2분기도 어렵고 최소한 올해 3분기로 본다"며 "차량용 반도체 뿐 아니라 IT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반도체 품귀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