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낙연엔 강력대응..임종석엔 침묵, 왜?
이낙연 "알래스카" 정세균 "포퓰리즘" 맹공
임종석도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 가세
이낙연·정세균에는 곧장 반격한 이재명
親文 대표 임종석 비판에는 침묵
이를 놓고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 이 지사의 여권내 피아구분이 은연중에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진다. 이 지사의 친문구애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재명 지사가 꾸준히 주장해 온 기본소득이 정치권 화두로 떠오른 것은 이낙연 대표가 이달초 국회 교섭단체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던진 알래스카 발언 이후다. 연설 주제였던 복지구상과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을 비교해달라는 요청에 이 대표는 "알래스카를 빼고는 그것(기본소득)을 하는 곳이 없다"며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간 대권 경쟁자인 이 지사와 대결구도가 부각되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해왔던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국면이다.
이 지사는 연설 직후에는 이 대표의 연설에 "훌륭한 방향제시를 해주셨다. 저도 더불어민주당 원팀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연설이 있던 주말에 이 지사가 올린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치. 우리가 얼마든지 세계를 선도할 수 있습니다'란 글로 대결양상이 펼쳐졌다. 그는 이 글에서 세계를 제패한 BTS, 기생충,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언급하며 "얼마 전까지 모두 불가능으로 여겨지던 것들이지만, 위대한 우리 국민중 누군가가 용기와 준비, 도전으로 불가능을 현실으로 만들었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평가받는 K방역과 무혈 촛불혁명도 한국이 세계를 선도한 사례로 소개했다. 기본소득 역시 한국이 선도적으로 도입해 안착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한 것이다.
논란을 격화시킨 것은 이어진 문장이다. 이 지사는 "우리의 선대들이 강제주입당한 사대주의 열패의식에서 벗어나, 불가능하다고 지레짐작하여 미리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인구 70만명 수준의 알래스카에서만 기본소득이 시행되고 있다며 기본소득을 비판한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다른 여권 대선주자인 정세균 총리도 지난 4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보편적인 기본소득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면서 "기본소득은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총리는 또 "포퓰리즘은 결정권자가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없게 한다. 잠시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사람들은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 지사는 며칠후 '국민 경시하는 포퓰리즘 공격..정치인에 속을 국민이 아닙니다'란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이 지사는 "포퓰리즘 공격은 국민의 판단력이 부족해 정치인에게 속는다는 것을 전제"한다며 "상대를 포퓰리즘으로 모는 행위야말로 국민을 속여 정치적 오판을 끌어내려는 진정한 의미의 포퓰리즘"이라 주장했다.
이처럼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대표·정세균 총리를 상대로는 우회적으로나마 수위 높은 반박문을 공개한 가운데, 친문계의 잠재적 대권후보로 꼽히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비판에는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이재명 지사를 직접 거론하며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며 "기본소득이란 아이디어가 지금 우리 현실에서 공정하고 정의롭냐는 문제의식을 떨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설연휴를 맞이한 이재명 지사의 SNS에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비판을 떠올리게 할만한 글이 아직 올라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친문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임 전 비서실장까지 적대시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이 이어진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친문 핵심이자 586세대인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대립하면서는 친문표를 끌어들일 수 없다"며 "반면 이낙연 대표나 정세균 총리는 오히려 친문표를 놓고 경쟁하는 상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지선에서 '반문' 이미지가 덧씌워진 이재명 지사에게 임 전 비서실장과의 대립은 특히나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여권인사는 "지금은 대권행보에 나서기보다 누가 뭐라해도 도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광역단체장 평가에서 1위를 달리는 등의 성과까지 내고 있어 굳이 정치판에 뛰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 전했다.
관건은 이재명 지사에 대한 친문의 태도다. 친문에서 제3후보를 내세울 경우 이 지사와의 대결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문 잠룡으로 꼽히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나 이광재 의원 등이 아직까지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서지 않고 있어 '대결의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친문의 행보와 상관 없이 이 지사 입장에서는 친문구애를 장기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여권 관계자는 "차기 대선에서 당선된다고 해도, 문재인 대통령과 갈라선다면 지지해 줄 민주당 의원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정책적 지향점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 지사가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속보] 서울 순천향대병원 입원병동서 37명 무더기 확진
- 군 장병 15일부터 휴가 재개…면회 외박은 계속 통제 [종합]
- "신용카드 안 받아요"…사립유치원의 황당한 이유
- 박영선 우상호 `훈훈한` 대결, 여당은 비상등 켜졌다
- 문 대통령 설날 인사에 일본어만 빠진 이유는?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롯데는 어쩌다 ‘지친 거인’이 됐나 [스페셜리포트]
- “필리핀서 마약” 고백은 사실…김나정, 필로폰 양성 반응 [MK★이슈]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