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지 마, 모두 잘 될 거야" 러시아에 '빨간 옷' 열풍 분 이유

임규민 기자 2021. 2. 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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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이자 최근 투옥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와 그의 아내 율리아를 지지하는 ‘빨간 옷 입기 챌린지’가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달 초 나발니의 징역형 선고 때 법정에서 이를 지켜본 율리아가 입고 있던 상의가 빨간색인데, 현지 네티즌들이 이들 부부를 응원하는 의미로 빨간 옷을 입은 모습의 셀카를 소셜미디어에 줄줄이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캡처

13일(현지 시각) 러시아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상엔 현지 네티즌들이 빨간색 의상을 입고 찍은 셀카 게시물 수천건 올라와 있다. 이들은 저마다 빨간색 셔츠나 패딩, 드레스 등을 입은 모습으로 “당신들이 버텼으면 좋겠다” “난 투옥을 반대한다”는 문구를 게시물에 남겼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이들의 셀카엔 나발니 부부, 반(反)푸틴 시위에 참여해 구금된 이들을 응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트위터 캡처

‘푸틴’ ‘나발니’ 등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같이 추정할 수 있는 건, 이들이 셀카와 함께 ‘#негрустивсебудетхорошо’(슬퍼하지 마. 모두 잘 될 거야)란 해시태그(#)를 달아놨기 때문이다. 이 해시태그 문구는 지난 2일 나발니가 법정에서 선고 직후 율리아를 향해 외쳤던 말이다. 당시 율리아는 빨간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법정석 첫 줄에 앉아 재판을 지켜보며 남편을 응원했다. 나발니도 아내에게 시종 덤덤하게 웃는 얼굴로 손 하트를 그려보였다. 재판 끝에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 판결이 나자 나발니는 눈물을 훔치는 아내를 다독이려 “슬퍼하지 마. 모두 잘 될 거야!”라고 소리쳤다. 이날 나발니 재판 풍경은 러시아 내 큰 화제가 되며 반푸틴 시위의 기폭제가 됐다.

‘빨간 옷 입기 챌린지’가 시작된 것은 바로 다음날인 3일부터다. 이날부터 유튜버·파워블로거 등을 중심으로 “나발니 부부, 체포된 시위대와 연대하는 차원에서 모두가 율리아가 입었던 빨간 옷을 입고 셀카를 찍어 올리자”는 제안이 소셜미디어상에 올라왔다. 구독자 100만명에 달하는 러시아 유튜버 타티야나 민갈리모바 등 유명인들도 가세했다. 지난 4일 민갈리모바가 빨간색 드레스 차림의 셀카를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엔 일주일 만에 ‘좋아요’가 총 3만8000여개 눌렸다. 챌린지 최초 제안자 중 하나로 알려진 패션 전문 기자 카티야 표도로바가 올린 셀카에도 이날까지 2만개가 넘는 ‘좋아요’가 눌리고, 300개 가까운 응원 댓글이 달렸다. 특히 여기엔 율리아가 직접 “감사하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일반 시민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챌린지에 동참 중이다. 일부는 의상에만 국한되지 않고 빨간색 네일이나 휴대폰 케이스 등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반려동물에게 빨간 옷을 입힌 사진까지 찍어 올리는 경우도 있다.

한편 러시아 전역에선 지난달 17일 나발니가 모스크바로 귀국해 체포된 이후 주말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이 시위대에 곤봉을 휘두르고 매주 1000~5000명에 달하는 시위대를 잡아들이는 등 강경 진압 의지를 보이자 시민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반정부 투쟁에 앞장서 온 율리아도 10일 체포를 피해 독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온라인이나 가내 활동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불복종 운동이 추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 캡처
/인스타그램 캡처
/트위터 캡처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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