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코로나19 '중국 기원설'.. 기원 입증, 국가간 '파워게임' 양상

이귀전 2021. 2. 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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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코로나19 관련 "모든 가설에 대해 열려 있어"
프랑스 연구팀 "2019년 11월 프랑스서 양성 반응"
WSJ "중국, WHO 조사팀에 원자료 등 제공 거부"
전 세계를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빠뜨린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기원했을 것이라 가설이 흔들리고 있다. 다만, 미국 등에서는 여전히 중국의 비협조 등으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어서, 코로나19 기원은 사실상 과학적 입증 보다는 국가간 ‘파워 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WHO, “모든 가설 추가 분석해야”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모든 가설에 대해 열려 있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일부 가설이 폐기됐는지 질문이 제기됐다”면서 “모든 가설에 대해 열려 있고 추가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WHO 주도로 국제 전문가들이 중국 우한에서 진행한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대해 “일부 업무는 조사팀의 소관과 범위 밖에 놓여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해당 조사가 “팬데믹 초기 상황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제공했고 추가 분석과 연구가 필요한 분야를 알려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해답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계속해서 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미국과 영국, 러시아, 독일, 일본 등에서 온 전문가들로 구성된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이 결과를 요약한 보고서를 작성 중이며, 이를 다음 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알렸다. 최종 보고서는 몇 주 내 발표될 예정이다.

우한에서 조사를 진행한 전문가팀은 바이러스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퍼졌을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바 있다.

조사팀을 이끈 식품안전 및 동물질병 전문가 피터 벤 엠바렉은 지난 9일 우한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사고로 유출됐을 것이라는 가설은 가능성이 극히 낮아 관련 추가 조사는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밤새 내린 눈으로 덮인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인근 지역에서 한 행인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서 중국 공식 발병보다 앞선 혈액 발견

이와 함께 중국 우한에 앞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프랑스에서도 제기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피에르-루이 전염병 및 공중보건 연구소(iPLESP)의 파브리스 카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6일자로 유럽역학저널에 기고한 논문에서 코호트 사업 일환으로 확보한 혈액 샘플 9144건을 분석한 결과 2019년 11월∼2020년 1월 사이 채취한 13건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13건 중 10건은 2019년 11∼12월 사이에 확보한 혈액 샘플이었는데 이를 두고 카라 교수는 “당시 코로나19 감염률이 인구 1000명당 1명꼴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뒤늦게 확인된 13명 중 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절반 이상이 외국에 여행을 다녀왔거나 질병을 앓는 사람과 접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1월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된 30대 여성은 함께 사는 사람이 같은해 10월 심한 기침으로 고생했다고 밝혔다.

2019년 11월 스페인에 다녀온 다른 여성은 같은 해 10월부터 12월까지 원인 불명의 폐렴을 앓은 가족과 접촉했다고 답했다.

지금까지 유전자증폭(PCR) 검사로 확인된 프랑스의 첫번째 코로나19 확진 사례는 지난해 12월 말 파리 인근 센생드니의 한 병원에 입원한 폐렴 환자였다. 

앞서 이탈리아 밀라노대 연구팀도 2019년 11월에 이미 코로나19에 걸린 환자가 있었다는 논문을 영국 피부학 저널에 기고한 바 있다. 

2020년 1월 2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화난수산물도매시장 앞에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있는 모습. 우한=연합뉴스
◆“중국, 최초 확산 파악 가능한 원자료 미제공”

미국 등에서는 중국이 WHO 연구팀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코로나19 기원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WHO 조사팀에 초기 발병 사례들에 대한 미가공 원자료(로데이터)와 맞춤형 자료 제공을 중국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자료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언제 어떻게 최초로 퍼지기 시작했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단계였던 2019년 12월 우한에서 확인된 174건의 확진 사례에 관한 세부 자료를 제공해달라는 WHO 전문가들의 요청을 거절했다.

대신 중국 정부 관리와 과학자들은 해당 사례들에 대한 자체 분석과 광범위한 요약본만 제공했다고 WHO 조사관들은 전했다.

그러나 조사팀은 과거 시점의 사례를 살펴보는 역학조사의 한 방법인 후향성연구(retrospective study)를 위한 로데이터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얼마나 일찍,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졌는지를 자체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이러한 데이터 제공을 꺼린 것은 코로나19 대유행의 기원을 찾는 과정에서 중국의 투명성 부족에 대한 국제사회의 염려를 키운다고 WSJ이 평가했다.

WHO는 회원국들에 자료 제공을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도 중국 당국의 협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조사팀 일원인 테아 피셔는 우한에서 접근할 수 있었던 데이터에 모순은 없었지만, 로데이터가 없어 심층 분석을 수행하지 못했다면서 중국 측과 “때때로 감정이 격해지곤 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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