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5년 연속 올스타 1위의 김단비 "여자농구하면 절 떠올려주세요"
[점프볼=김용호 기자] 스타, 프랜차이즈, 에이스. 인천 신한은행 김단비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만큼 이제 김단비는 여자농구에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덕분일까. 김단비는 올 시즌 5년 연속 올스타 팬투표 1위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팬들이 만들어준 자리라며 겸손을 표했지만, 김단비도 프로선수로서 몫을 묵묵히 다해왔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제 여자농구의 스타라고 하면 이름을 빼놓을 수 없는 그는 베테랑으로서 어떤 미래를 그려가고 있을까.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넘을 수 없는 대기록이 되어버린 명예
김단비는 이미 2019-2020시즌에 WKBL 역사상 최초로 4년 연속 올스타 팬투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번 시즌에 그 최초의 기록에 1년을 늘렸던 거다. 누군가는 프로 생활을 하며 한 번을 하기도 쉽지 않은 일을 김단비는 다섯 번이나 연속으로 해냈다. 어느덧 14번째 시즌을 뛰면서 말이다.
Q. 5년 연속 팬투표 1위, 축하드립니다! 대기록을 세우게 된 소감부터 부탁드릴게요.
당연히 팬분들한테 감사드려야죠. 여지껏 올스타에 대한 인터뷰를 해올 때마다 말했던 것처럼 단순히 농구를 잘해서가 아니라 팬분들이 직접 뽑아주셔야 오를 수 있는 자리잖아요. 제가 은퇴하는 날까지 어떤 상보다 더 뜻깊은 상으로 남을 것 같아요.
Q. 이미 지난 시즌에 4년 연속 1위가 최초의 기록이었는데, 올 시즌에도 기대를 했나요. 대기록에 대한 자부심도 생길 것 같은데.
사실 지난 시즌에 ‘이번이 마지막일 거다’라는 생각에 올 시즌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중간점검 때 1위를 하고 있다고 하니 욕심이 조금 생기더라고요(웃음). 팬분들한테 선택을 받은 선수라는 자부심은 당연히 생기죠. 지난 시즌에도 농구가 잘 되지 않을 때 올스타 1위를 해서 힘을 얻었고, 지금도 자신감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Q. 정말 아무나 이룰 수 없는 일인데, 1위 비결이 뭘까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팬분들한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하하. 여자농구에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그래도 제가 오랜 시간 여자농구 무대에서 뛰었다보니 익숙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팬분들이 저한테 직접 뭐가 좋다고 말씀해주셨던 건 없는데, 저는 팬분들이 체육관을 찾아와주시면 승패 상관없이 한 분, 한 분 다 사인하고 사진 찍어드리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기도 해요.
그때는 지금보다 인기 많았던 언니들이 훨씬 더 많았죠. 그런데도 제가 처음으로 팬투표 1위를 하면서 저라는 선수를 이제 팬분들이 아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팬들에게 본인의 예상보다는 빠르게 프로선수로서 인식이 된 걸까요.
너무 늦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게 서서히 인식된 것 같아요. 여자농구하면 김단비라는 선수가 있다는 걸요. 아마 2010년에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 국가대표팀에 처음 차출됐을 때가 계기였을 거예요. 첫 경기를 브라질이랑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첫 성인대표팀 경기여서 아직도 잊지 못하거든요. 두 번째 경기 때는 국가대표로서 처음 인터뷰를 했고요. 마침 그 경기를 이기기까지 하면서 저를 조금씩 알렸던 것 같아요.
Q. 팬투표 1위가 5년 전일 뿐이지, 올스타전 참가는 더 빨랐잖아요.
드래프트 동기들과 처음 입단했을 때 신입생 신분으로 다 같이 올스타전에 나갔어요. 그때가 여자농구 10주년이기도 했거든요. 프로에 오기 전에도 고등학생 때 올스타전을 보러갔던 경험이 있어서 언젠가 꼭 올스타전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그리고 입단하자마자 기회가 빨리 찾아와서 기라성 같은 언니들과 함께했던 게 기억나요.
Q. 일찍이 대스타들과 올스타전을 함께한 느낌은 어땠나요.
그때는 언니들이 정말 유명했고, 올스타전 현장에 제 팬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언니들을 보면서 언젠가 저에게도 많은 팬분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올스타전 현장에서 들었던 환호성은 지금 생각해도 조금 소름이 돋아요. 좋은 느낌의 소름이죠. 그 환호성을 제가 주인공이 돼서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좋은 추억들이 많은 것 같은데, 가장 좋았던 올스타전은 언제인가요.
올 시즌은 코로나19 때문에 행사가 열리지 않으니, 아무래도 지난 시즌에 최초로 4년 연속 1위를 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죠. 뭔가 여지껏 참가했던 올스타전과는 느낌이 좀 달랐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팬분들을 맞이하는데 저를 좋아해주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또, 정규경기 때는 원정응원석을 잘 보지 않게 되지만, 올스타전은 어딜 봐도 절 응원해주는 팬분들이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기분이 더 좋았어요.
대기록을 달성한 김단비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지난 시즌 올스타 팬투표 중간점검 당시 강이슬과 12표 차이로 초접전을 벌였던 것. 여기에 올 시즌에는 강이슬과 더불어 신지현까지 가세해 팬투표 1위 경쟁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관은 김단비가 썼다. 동생들이 자신과 같이 스타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은 어떻게 느껴졌을까.
Q. 지난 시즌에는 강이슬 선수와 팬투표 경쟁이 치열했잖아요. 1위 자리에 대한 불안함도 있었을까요.
조금은 불안했죠. 이제 끝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웃음). 그런데 중간점검 결과가 발표난 이후에 팬분들이 경기를 보러 오셔서는 열심히 투표하고 있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시더라고요. 절대 따라잡히지 않을 거니 팬들을 믿어달라면서요. 너무 감사했어요.
Q. 올 시즌에는 팬투표 레이스에 신지현 선수까지 가세했어요.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거잖아요.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아요. 투표방식이 바뀐 적도 있긴 했지만, 지금도 올스타에 뽑히는 선수들을 보면 연령대가 많이 낮아지긴 했어요. 5위까지 보면 저 혼자 30대 이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고참이라는 느낌보다는 제가 그만큼 여자농구를 대표해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에 뿌듯해요. 앞으로도 30대는 죽지 않았다며 동생들에게 밀리지 않고 계속 올스타를 해보고 싶어요.
Q. 이번에는 한채진, 이경은, 한엄지 선수까지 많은 팀원들과 함께 올스타 명단에 오르기도 했어요.
저 혼자 뽑히는 것보다 이렇게 팀원들과 다 같이 뽑히는 게 더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신한은행이 그만큼 사랑받고 있는 팀이라는 뜻이니까요. 팀원들도 발표나기 전부터 제가 1등할 것 같다며 많이 축하도 해줘서 고마웠어요. 특히, 이제는 지인분들보다 농구장 현장에 계시는 분들의 축하가 더 뜻깊은 것 같아요. 여자농구계에서 인정을 받는 느낌이랄까요.
Q. 이미 많은 올스타전을 경험했지만, 앞으로 더 남기고 싶은 추억도 있을까요.
특별히 뭔가를 남기는 것보단 팬분들과 호흡을 더 하고 싶어요. 올스타전을 할 때마다 팬분들이 코트를 한 번이라도 더 느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슛 한 번을 쏘더라도 팬분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잖아요. 예전에 어떤 한 팬분이 사인회에 오셔서 저와 자유투 이벤트를 같이 했다면서 인사를 해주셨어요. 물론 저도 그 팬분을 기억하고 있었고요. 그렇게 추억을 만들어드리는 게 진정한 올스타전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단비는 WKBL 무대에서 스타로서 누릴 건 대부분 누렸다. 자타가 공인하는 신한은행의 에이스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그런 김단비는 올 시즌 팀 사정상 파워포워드로 변신까지 하며 묵묵히 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덕분에 올스타 브레이크 기준으로 신한은행은 3위까지 올라 2017-2018시즌 이후 3년 만의 봄농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단비에게도 오랜만에 시즌을 길게 보낼 기회가 찾아왔다. 이에 김단비는 올 시즌 마지막 순간을 더 높은 곳에서 뛸 순간을 그리고 있다.
Q. 올 시즌에 스몰포워드에서 파워포워드까지 소화하는 변화가 있었어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그래도 농구인생을 통틀어보면 센터를 빼고는 1번(포인트가드)부터 4번(파워포워드)까지는 다 경험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골밑에서 외곽으로 나가는 것보단 외곽에 있다가 골밑에 익숙해지는 게 덜 어렵거든요. 그래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적응할 수 있었어요. 평소에는 팀원의 스크린을 받다가 이제는 제가 걸어줘야 한다는 게 조금 어렵긴 했지만, 금방 익숙해졌죠.
Q. 코칭스탭의 조언도 있었겠네요.
정상일 감독님이 4번으로서 책임감을 가지라고 많은 얘기를 해주셨어요. 사실 처음에 포지션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 이유에 실감을 못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제 제가 4번이 편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변해 있더라고요. 감독님이 왜 책임감을 가지라고 했는지 깨달은 거죠. 시작부터 감독님이 타이트하게 말씀해주시지 않았으면 겉돌았을 것 같아요. 팀 사정상 제 역할을 다한 거죠.
Q. 올스타 브레이크 기준으로 리그 공헌도 2위에 올라 있네요. 올 시즌에 목표하고 있는 건 어떤 부분인가요.
일단 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진 것 같아요. 사실 공헌도가 높다고 해서 제가 개인의 가치를 올리겠다는 생각은 솔직히없어요. 그런 욕심은 부리고 싶지 않아요. 아직 농구를 할 수 있는 날이 많은데, 지금처럼 아프지 않고 계속 뛰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부상 없이 은퇴해야죠. 그게 선수로서 최고이지 않을까요. 저를 비롯해 팀원들이 각자 다치지 않고 제 몫을 다하면 성적은 따라올 테니까요. 올 시즌뿐만 아니라 은퇴 전까지 목표가 하나 있다면 챔피언결정전을 한 번 다시 뛰어보고 싶어요. 솔직히 레알신한 시절에 우승을 해봐서 한동안 이에 대한 욕심이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다시 우승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저연차일 때 꿈을 묻는 질문에 ‘여자농구하면 김단비라는 선수가 있었다’라는 말을 듣겠다고 했어요. 예전에 전주원, 정선민 코치님이 은퇴하시고 나서 선수단이 자주 가던 식당을 갔는데, ‘왜 전주원, 정선민은 없어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 생각이 들었죠. 팬분들이 여자농구하면, 그리고 신한은행하면 제 이름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요.
Q. 멋있는 바람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영광을 안겨준 팬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감사하다는 말이 제일 먼저인 것 같아요. 스타라는 건 에이스와는 다르게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거라 생각해요. 은퇴하는 날까지 팬분들을 실망시켜드리지 않을거에요. 팬분들이 다시 농구장에 오시는 날 열광할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게 노력할거고요. 팬분들의 응원은 제가 노력을 할 원동력이 돼요. 제가 한 골을 넣든, 어시스트 하나를 하든 팬분들 응원 덕분에 하는 거니까 은퇴하는 날까지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인터뷰 말미에 김단비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나 했다. 누구보다 올스타전을 풍부하게 경험한 만큼 WKBL 역사를 통틀어 올스타 BEST5를 뽑아달라고 말이다. 물론, 최초의 기록을 세운 김단비의 이름은 빼놓을 수 없다는 게 전제조건이었다. 그러자 김단비가 선택한 멤버는 전주원-변연하-박정은-김단비-하은주였다. 한 번의 픽을 할 때마다 난감해했던 김단비는 “사실 네 분 모두 굳이 왜 뽑았는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대단한 분들이잖아요. 굳이 이유를 들지 않아도 모두가 수긍할 것 같은 멤버죠. 오히려 이 라인업에 제 이름이 들어가는 게 죄송할 정도에요(웃음). 제가 올 시즌에 4번으로 뛰고 있어서 이렇게 뽑았는데, 제 이름을 뺄 수 있다면 당연히 정선민 코치님까지 뽑아야 해요. 말이 필요없죠”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배들을 추억했다.
점프볼 / 김용호 기자 kk2539@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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