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대권후보 "나가라"는 당원들..'이재명 탈당설' 왜?

김성진 기자 2021. 2. 13. 14: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9일 오후 3시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이재명_나가라' 해시태그 릴레이에 참여한 SNS 글들이 줄 지어 올라왔다. 2020.2.9./사진제공=네이버 화면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내 시빌워(Civil Warㆍ내전)가 다가오는 걸까. 최근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는 ‘#이재명_기본소득당으로’ ‘#이재명_니가가라 알래스카로’ 등 이른바 ‘#이재명_나가라’ 해시태그(#)가 쏟아졌는데, 강성 친문 지지층이 해시태그 릴레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당내 '거물급' 정치인들도 이 지사에 대한 공개 비판을 꺼리지 않고 있다. 지지율 1위 대선주자를 오히려 당 주류 지지층이 흔드는 낯선 상황은 친문 진영과 이 지사의 뿌리 깊은 반목에서 비롯됐다.
기본소득 '갈등' 고조…권리당원 95% "이재명 탈당, 찬성"
최근 탈당설은 당내 '기본소득' 설전에서 출발했다. 이 지사는 당 일각의 부정적 기류에도 설 전 경기도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계획대로 밀어붙였고, 연일 SNS 등을 통해 기본소득 설파에 나섰다. 여기에 '친문 주류'에 가까운 거물급 정치인들이 견제구를 날리며 설전이 뜨거워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본소득을 두고 “알래스카를 빼고 그것을 하는 곳이 없다”고 말했는데, 여기에 이 지사는 연거푸 "사대적 열패의식"이라며 강도 높게 반박했다. 그러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 대표) 표현이 뭐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닌데, 이 지사가 많이 화를 냈다”고 지적했고,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지구상에서 기본소득 제도를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이 지사를 향한 당내 일각의 탈당 요구는 기본소득 논쟁 이전에도 있었다. 그가 대권주자로 존재감을 높인 작년 후반기부터 무성해졌고 '대권행보를 목표로 당 노선에 반하는 행위를 한다'는 게 탈당 요구의 명분이었다. 실제로 지난달 초 권리당원을 위한 민주당 게시판에 올라온 이 지사의 탈당 관련 여론조사에선 무려 95%가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文'과 대립한 두 번의 경선…'혜경궁 김씨' 의혹 전력도
사태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여권 최대 지지기반 친문 진영의 이 지사에 대한 오랜 반목이 잠자고 있다. 우선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는 TV 토론 등에서 '1등 주자'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면서 '대안 주자'로서의 정치적 존재감을 키웠고, 이는 강성 친문 지지자들에겐 '남보다 못한 우리 편'으로 낙인찍히는 계기가 됐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유세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오른쪽)과 부인 김혜경씨. 2018.6.11/사진제공=뉴스1

이 지사가 친문 세력의 반감을 산 또 다른 고비는 2018년 4월 경기지사 경선 전후였다. 친문 핵심 전해철 예비후보(현 행정안전부 장관)와의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도 승리했지만, 이후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이 뒤따랐다. '전해철 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거나 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과거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가 취업 특혜를 얻었다'는 글을 올린 트위터 계정(@08__hkkim) 소유주에 대해 경찰이 '이 지사 부인 김혜경씨'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해서다.

얼마 후 검찰이 김씨에 대해 '증거부족'과 '죄가 안 됨'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지만, 검찰 역시 이 계정의 소유주를 '성명불상'으로 판단하며 김씨 아닌 다른 자를 특정하진 못했다. 친문 지지층의 이 지사에 대한 의혹의 시선 역시 씻어내기는 어려워졌고, 민주당 '탈당론'과 징계 필요성까지 불거진 바 있다.
계속되는 '친문 러브콜'…탈당설에도 "제 부족함 때문"
내년 3월 대권 도전을 위해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넘어야 할 이 지사로서도 이처럼 취약한 당내 기반은 고질적인 약점이다. 그가 기본소득을 비롯한 '이재명 브랜드'를 고집하면서도 '당심 얻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이 지사는 최근 각종 발언마다 "문 대통령의 뜻",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후엔 SNS 게시글에서 "100년 만의 세계사적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문 대통령께서 그 자리에 계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 다시 한 번 생각했다"며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탈당설'에도 선을 긋고 있다. 당내 극심한 견제 탓에 대선후보로 선택받기 어려워지면 이 지사가 '탈당 후 신당 창당' 등 활로를 찾을 것이란 시나리오지만, 이 지사 주변에선 '정치생명을 단축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30%를 넘보는 이 지사의 지지율에는 개인에 대한 호감과 별개로 '민주당 1위 후보'의 지분 역시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도리어 자신의 탈당설에 대한 소회를 밝히는 것으로 의혹 차단에 나섰다. 그는 지난 9일 SNS에 "여러 이유로 저의 탈당을 바라는 분이 계신 것 잘 알고 있으며 그분들께서 말씀하시는 제 잘못과 부족한 점은 온전히 귀담아듣고 고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12일에는 "정치라는 일이 보람되고 영광스러운 일입니다만 때로 칼날 위를 걸으며 세상에 홀로 된 기분일 때가 많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금수저는 발렌타인데이도 달라…입 벌어지는 '초호화 선물'"걸친 것만 835만원?" 블핑 지수, 아찔한 코르셋 패션존 리 "주식 팔아야 할 때는…" 韓 워렌버핏의 투자전략'1m 목줄'에 묶여…시골개의 하루를 보냈다폭등론자였던 차트쟁이도 팔았다 "서울 집값, 52% 하락"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변휘 기자 hynews@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