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살인 누명 앞.. 검사는 사과했고 국가는 항소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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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누명을 쓴 채 10년간 옥살이했던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피해자 최모씨는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한 사람의 '사과'를 기다리고 있다.
최씨에게 고개를 숙이려는 사람은 2006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을 불기소 처분했던 담당 검사 김모씨다.
피해자 최씨를 대리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1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가 항소 전에 전화를 통해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에도 같은 취지로 연락해와, 곧 최씨를 만나 사과의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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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도 기계적 항소 벗어나 항소 포기
"잘못된 관행 벗어난 새로운 모습 의미"
'삼례 나라슈퍼 사건'도 항소 포기할까
살인 누명을 쓴 채 10년간 옥살이했던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피해자 최모씨는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한 사람의 '사과'를 기다리고 있다. 최씨에게 고개를 숙이려는 사람은 2006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을 불기소 처분했던 담당 검사 김모씨다.
최씨는 2000년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확정 받고 복역했다. 2003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받고 경찰이 재수사에 나섰지만, 담당 검사였던 김씨는 2006년 진범들을 최종 무혐의 처분했다. 이 때문에 최씨는 2010년까지 수감생활을 해야 했고, 6년 뒤에야 재심으로 누명을 벗었다.
최씨와 가족들은 지난달 13일 국가와 담당 검사였던 김씨, 담당 경찰관이었던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김씨와 이씨는 전체 배상액 16억원 중 20%를 국가와 공동 부담하도록 재판부가 명령하자, 곧바로 항소했다.
김씨와 이씨가 항소는 했지만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경찰관 이씨는 소송 중에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최씨에게 책임을 떠넘긴 반면, 검사 김씨는 항소장 제출에 앞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피해자 최씨를 대리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1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가 항소 전에 전화를 통해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에도 같은 취지로 연락해와, 곧 최씨를 만나 사과의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진정 어린 태도를 접한 박 변호사와 최씨는 항소심에서 김씨의 책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최씨의 상처를 다소나마 아물게 해줄 소식은 또 있었다. 법무부는 지난 5일 최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항소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피해자의 10년간 억울한 옥고 생활과 가족들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자 및 가족들의 신속한 피해회복을 위해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가가 수사기관 과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항소를 포기하는 일은 드물었다. 박 변호사는 "법적 다툼이 지속되는 것 자체가 국가 폭력의 피해자에겐 고통이 계속되는 것"이라면서 "그간 기계적이고 형식적으로 항소하던 관행에서 벗어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잘못 쓰인 공권력으로 피해를 겪은 피해자들은 지금껏 경험했던 국가와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라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소송액수가 2억원이 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국가의 항소 포기는 법무부 장관의 승인으로 이뤄진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달 1일 취임 직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행보가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관련 소송에서도 이어질까.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 사건 범인으로 몰린 피해자 3명은 지난달 28일 국가와 수사검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박 장관은 과거 피해자 3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1심 재판부의 배석판사였다. 정부는 항소 여부에 대해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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