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 보람되지만 칼날 위 걷는 기분..지지해주던 母 그립다"

페이스북에 '어머니 첫 설 제사도 못 지내니'..설 메시지 올려
어머니·여동생 등 가족 그리움 전해..강제 입원 논란 친형 언급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정치라는 일이 보람되고 영광스러운 일입니다만 때로 칼날 위를 걸으며 세상에 홀로 된 기분일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이재명(사진) 경기도지사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머니 첫 설 제사도 못 지내니’라는 설 메시지를 올리고 “가진 것 없고 앞길 막막하던 시절 천둥벌거숭이인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유일한 분”이라며 그리움을 표했다.

이 지사는 “매년 형제 조카들과 함께 한식과 추석을 맞아 경북 안동 청량산 언저리 고향을 찾아 선대 산소에 풀을 베고 성묘하는 게 큰 낙이었다”며 “작년 한식과 추석에 부모님 산소에 인사를 못 간 데 이어 이번 설에는 어머님 사후 첫 설 제사에도 참례 못했다. 집안 제사를 맡고 계신 둘째 형님 가족이 4명이라 방역지침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때문이니 이해해 주시겠지만 지난 3월 어머님 돌아가시고 대법원 선고 후 한 번 밖에 뵈러 못 간 것이 영 마음에 걸린다”며 “저만이 아니라 정부방침과 모두의 안전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리 하고 계실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 지사는 “그저께는 어머니가 꿈에 나타났다”며 “이번 3월 첫 기제사라도 코로나상황이 개선돼 참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전 자신을 묵묵히 믿고 끝까지 지지해준 어머니와 여동생,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여동생에 대해 “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우리 여동생은 참으로 착한 노동자”라며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던 여동생은 자기가 직장을 바꾸면 동네 사람들이 성남시장 당선된 오빠 덕 봤다는 의심을 받는다며 그만두겠다고 벼르던 요구르트 배달 일을 수년간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 재선된 뒤에야 청소미화원으로 전직하더니 얼마 안 돼 새벽에 건물 화장실 청소를 하던 중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며 “도대체 제가 뭐라고 얼마나 많은 이들에 빚지며 여기까지 왔는지, 산다는 게 참 그렇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이 지사는 “백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서글프다. 제사 명절 핑계로 모여 적당히 얼굴 보고 이해하며 용서받고 사랑 나눌 기회조차 얻지 못하니 안타깝다. 애증의 우리 셋째 형님께도 그렇다”고 했다.

해당 글에서 언급된 ‘셋째 형님’은 ‘친형 강제 입원’ 논란 당사자인 이재선(2017년 사망) 씨를 지칭한다.

이 지사는 “남은 형제들과 전화로나마 안부를 전한 오늘, 밤공기가 제법 달큰하다. 아마도 봄이 오나 보다”면서 “지나고 나니 부모님 그늘 아래 온 가족이 함께했던 그때가 가난하고 힘들어도 행복했던 것 같다”라며 글을 맺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설 메시지를 올렸다.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갈무리)

배진솔 (sincere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