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 충격' 한국..코로나19 이후 미·중·일 노동시장은 어땠나
[경향신문]
‘일자리 대란’이다.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98만2000명 감소한 2581만8000명이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128만3000명 감소)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거리 두기에 따른 타격이 큰 숙박·음식점업(36만7000명 감소), 도·소매업(21만8000명 감소),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10만3000명 감소) 등 대면 서비스업에서 취업자가 주로 줄었다.
이웃 나라들은 어떨까. 지난달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국제노동브리프 1월호’에는 코로나19가 일본, 중국, 미국 등 각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현지 연구자들이 분석한 글들이 실렸다. 보고서들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은 코로나19가 여성·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에게 더 큰 피해를 줬다는 점이다. 일자리 회복이 일부 진행되더라도 이들 계층은 회복이 느리게 나타나는 특성을 보였다. 통계청 ‘1월 고용동향’에서 상용직은 취업자가 증가(3만6000명)했지만 임시직·일용직은 감소(각각 56만3000명·23만2000명)한 것을 볼 때 ‘불평등한 고통’은 한국도 유사하게 겪고 있는 현상이다. 보고서에 나타난 국가별 고용·노동시장 특성을 소개한다.
■일본 - ‘소외된’ 미성년 자녀 둔 여성
일본에서는 지난해 4월 이후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비정규직, 그 중에서도 여성 비정규직의 취업 감소가 크다. 실제로 일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도 여성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다카미 토모히로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JILPT) 부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이 일본 고용·노동에 미친 영향 : 노동시간 변화와 계층별 격차를 중심으로>에서 “자녀의 학교 휴교가 오랫동안 지속됨으로써 파트타임 일을 잠정적으로 연기하거나 구직활동을 잠시 보류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JILPT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고용·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조사 중인데,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노동시간의 성별 격차다. 남녀간 노동시간 차이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여성의 노동시간 감소가 남성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18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은 긴급사태 선언 해제 뒤인 지난해 5월 마지막 주 이후에도 노동시간 회복에서 소외된 집단으로 남겨졌다. 6월 초 등교가 재개된 후에도 분산 등교 및 방과후학교 이용 제한 등으로 육아를 담당하는 여성의 전일제 취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비정규직과 저소득층에서 노동시간 감소 폭이 컸고, 긴급사태 선언 해제 이후에도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소정노동시간 회복세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월 수입이 30% 이상 감소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여성, 비정규직, 코로나19 이전 연봉 300만엔(약 3200만원) 미만에서 많았다.
일반적인 불황의 경우 고용감소는 주로 남성에게 나타난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전 세계 동시 불황으로 수출이 크게 줄면서 남성 노동자가 많은 제조업에서 고용조정이 일어났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는 여성 노동자가 많은 대면 서비스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으면서 여성의 고용감소가 두드러진다. 조우얀페이 JILPT 주임연구원은 <일본 여성에게 집중된 코로나 쇼크의 피해 : 현황과 향후 전망>에서 “외식 기회가 감소하면서 가사 부담이 증가하거나 휴원·휴교로 인해 ‘일과 가정 사이 양자택일’에 직면한 여성이 증가했다”며 “가사나 육아 부담이 늘어나는 형태로 취업 억제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불황에서 관찰되는, 남편의 수입을 보충하기 위한 아내의 취업증가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 고향으로 쫓겨간 농민공
중국도 숙박업, 요식업, 도·소매업 등에 여성이 집중돼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여성이 더 크게 입었다. 이들 업종 임금은 평균임금보다 더 큰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파견노동과 외주업체에 종사하던 비정규직이 코로나19 위협에 가장 먼저 노출된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리푸쥔 중국 노동·사회보장과학연구원(CALSS) 취업창업연구실 부연구원 등 연구진 4명은 <코로나19가 중국 유연고용 인력에 미치는 영향 및 대책>에서 “시장의 총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정규직이 아닌) 유연고용으로의 대규모 인력 이동이 기존 유연고용인력의 경쟁 압력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소득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며 “유연고용인력은 코로나19 충격이 소득 중단, 빈곤으로의 전락, 생계 곤란 등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특징적인 집단은 농민공이다. 농민공 중에서도 빈곤지역 출신들이 코로나19 영향을 더 크게 받았는데 한 조사에 의하면 생산 부진으로 취업 기회가 줄면서 작년 4월 이후 많은 수의 농민공들이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칭화대에서 역사학 박사과정에 있는 박석진씨는 <코로나19 대응 : 중국 정부의 노동유연화 확대 방침과 노동자에게 미친 영향>에서 “농민공은 중소영세사업체에 고용된 경우가 많은데다 교육 수준이 낮고 인적자본이 부족하며 3차산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다”며 “이로 인해 일반 도시 거주민보다 코로나19 영향을 훨씬 크게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 육아에 인종차별까지 겪는 여성
미국에서는 지난해 1~3월 성별 실업률이 비슷한 추이를 보이다가 이후 여성 실업률이 남성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특히 대학 학위를 소지하지 않은 여성의 고용률이 크게 떨어졌다. 또한 미혼 노동자의 경우 설별에 따른 실업률 격차가 크지 않았던 반면 기혼 노동자는 여성의 실업률이 남성에 비해 크게 높았다.
미국 럿거스대에서 노사관계 및 인적자원관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홍성훈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미국 내 성별 격차>에서 “여성 기혼 노동자의 실업률이 높은 주된 이유는 자녀의 유무에 따른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팬데믹 국면에서 가장 먼저 일을 그만두고 교육 및 양육 부담을 져야했던 것은 자녀가 학생인 여성 노동자”라고 밝혔다. 양육을 분담하기 더 어려운 한부모 가정이나 저소득층의 경우 일자리와 자녀 양육 모두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미국 여성 노동자의 실업률은 인종별로도 다르게 나타났다. 백인 여성 노동자의 실업률은 증가가 더뎠고 빠르게 감소했다. 흑인과 히스패닉은 이와 반대였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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