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 최초로 국가 보물 지정된 충북 옥천 이지당(二止堂) 아시나요?
[경향신문]
충북 옥천군 군북면 이백리. 유유히 흐르는 서화천이 내려다 보이는 작은 언덕에 기와집이 한채 들어섰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곳은 지난해 12월 보물로 지정된 이지당(二止堂·보물 제2107호)이다. 이지당은 안동 도산서원 도산서당, 도산서원 농운정사와 서당 최초로 국가 보물로 등재됐다.
■의병 일으킨 조헌 선생 선비정신 담긴 곳
서당에서는 주로 글을 읽거나 쓰는 등 향교나 서원에 들어가기 전 익혀야 할 기본자세를 배웠다. 초등교육을 가르치는 사립학교인 셈이다. 이지당도 이 중 하나다.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인 중봉 조헌 선생(1544∼1592년)이 후학을 양성하던 서당이다. 조헌 선생은 임진왜란 때 옥천에서 의병을 일으켜 청주를 되찾고 금산전투에 나섰다가 의병 700명과 함께 전사했다. 처음에는 서당 건너편 각신마을의 지명을 따서 각신서당(覺新書堂)이라 불렸다.
지금의 이지당이라는 이름은 우암 송시열 선생(1607~1689)이 붙인 것이다. 송시열 선생은 조헌의 삶을 기려 시전(詩傳)에 나오는 ‘고산앙지 경행행지(高山仰止 景行行止, 산이 높으면 우러러보지 않을 수 없고 큰 행실은 그칠 수 없다’라는 문구의 끝, 두 개의 지(止)자를 따 이지당이라고 고쳤다. 이지당의 현판도 송시열 선생이 직접 썼다. 원본은 도난 방지를 위해 1992년부터 옥천 향토전시관에 보관돼 있다. 현재 걸려있는 현판은 충북도 무형문화재 제28호 각자장 보유자인 박영덕씨가 모각한 것이다.
■100년 넘게 서당 지킨 주민들…옥천군 지역 대표하는 문화재 만들 것
이지당은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는 목조 기와집이다. 정면에서 보면 6칸, 측면은 1칸으로 돼 있다. 몸체는 서쪽부터 2칸, 대청마루는 3칸, 그리고 1칸의 방이 있다. 그 양쪽에는 익랑(건축물의 좌우 면에 이어 만든 부속 건물)이다. 특히 서쪽 익랑은 2층 누각으로 꾸며져 있는데 서당의 형식을 넘어서는 옛 조상들의 건축관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 곳을 관리해 온 것은 이 마을 주민들이다. 1901년 마을 주민들인 봉화 금씨·순흥 안씨·전주 이씨·배천 조씨 문중들이 모여 이지당계를 꾸려 이지당을 보수했다. 그리고 공동 농지에서 거둔 수익으로 이지당을 유지보수해 왔다.
옥천군은 내년부터 이지당 주변에 편의시설 등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옥천군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의 관리로 일제시대와 6·25를 거쳐서도 이지당이 온전히 남아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며 “주민들의 뜻을 받들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재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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