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지도, 탐험가의 손에서 자동차에 들어오기까지
2021. 2. 13. 11:08
-김정호, 한반도 최초 정밀 지도의 완성
-자율주행 시대, 국내 지도 업계 활약 기대
기원전 2세기 천문학자였던 프톨레마이오스는 천동설을 기반으로 '위도와 경도' 개념을 만들었다. 이후 수많은 탐험가가 지구 곳곳을 누비며 지도는 보다 상세함을 갖추기 시작한다. 1100년 이슬람 지리학자인 알 이드리시는 서방 지도에 처음 한반도를 그려 넣으며 중세 정밀 지도의 기초를 완성했다. 지도는 곧 이동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척도였고 보다 정밀한 지도를 가질수록 정치 및 경제 체제에서 우월성을 점유할 수 있었다.
지도는 동양에서도 오래전부터 만들어왔다. 기원 전 4세기 고대 지도가 처음 등장했다. 서양과 비슷한 역사를 걷다가 1400년대에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한반도까지 표시된 정밀 지도가 등장했다. 국내 역시 1402년 조선 최초의 세계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를 완성했다. 이 지도는 아라비아는 물론, 아프리카의 빅토리아 호수와 사하라 사막까지 표시했을 정도로 사실적인 세계관을 적용했다. 당시 지도 제작에 참여했던 정치인 권근(權近 1352~1409)은 "지도를 보고 멀고 가까움을 아는 것은 다스림에도 보탬이 되고, 집을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알 수 있다"는 기록을 남겨 지도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사실 지도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은 과학자가 아니라 탐험가였다. 하지만 과거에는 과학자와 탐험가의 영역이 불분명했다. 그만큼 탐험가는 과학자이자 군인, 또는 물리학자와 다름없었다. 그 중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James Cook, 1728~1779)은 영국 해군의 지도 제작자이자 항해사로,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세상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말을 남겼을 만큼 탐험 의지가 강했다. 1758년부터 5년 동안 캐나다 땅을 정복하는 항해에 참여한 후 본격적인 탐험에 나서 1768년과 1772년, 1776년 세 차례에 걸쳐 지금의 호주와 뉴질랜드를 탐험하며 지도를 만들었다. 지도의 정밀성은 상당했다. 20세기 모든 지도가 제임스 쿡의 지도 영향을 받았을 정도다.
물론,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서양에 제임스 쿡이 있었다면 국내에는 조선 말기 지리학자였던 고산자 김정호(古山子 金正浩, 1804~1866)가 정밀 지도의 근간을 세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남긴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는 여전히 한반도 정밀 지도의 기초로 불릴 만큼 정교하다. 땅의 모양을 자세하게 표현할수록 이동의 불편함을 줄이고 사람들로 하여금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대동여지도는 실학(實學)의 완성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대동여지도는 한국의 현대적 지도 완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일제강점기와 독립, 전쟁을 거치며 한반도의 세세함이 모두 담긴 지도는 종이에 그려졌고, 지도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 활용했다. 그러다 현대에 들어 지도는 매우 정밀하게 발전했고, 나아가 종이 대신 전자 지도가 등장했다. 위도와 경도 등으로 위치를 표시할 때 실제 어느 지역에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지도였다. 그러다 현대에 들어 지도는 매우 정밀하게 발전했고 나아가 종이 대신 전자 지도가 등장했다. 위도, 경도 등으로 위치를 표시할 때 실제 어느 지역에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지도였다. 땅 위 뿐만 아니라 선박, 항공 역시 지도는 반드시 필요했다.
지도 기술이 진화하면서 자동차에도 항법 장치가 쓰이기 시작했다. 1966년 GM은 세계 최초로 자동차용 항법장치 개념을 선보였다. 이 때는 위성이나 GPS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지도만을 표시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개념기술의 명칭도 'DAIR(Driver Aid, Information & Routing)', 즉 '길 찾는 운전자에게 정보를 지원한다'는 정도였다. 이후 1980년 토요타는 플래그십 세단인 크라운에 전자 지도 개념을 담은 내비컴을 탑재했다. 하지만 수시로 변하는 도로 정보를 모두 반영할 수 없어 이용자의 불편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등장한 게 전자지도를 CD에 담아낸 방법이다. CD-ROM을 통해 지도 정보를 읽고 건물이나 도로가 바뀌면 업데이트한 CD를 바꾸는 식이다. 1987년 토요타 크라운에 채택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CD 교체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여전히 지도에 표시되는 위치 정보의 신뢰성이 떨어졌다. 그러다 1990년 마쓰다가 GPS를 탑재한 내비게이션을 선보이고 유럽, 미국 등에서도 자동차용 GPS 내비게이션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0년, 미국이 GPS의 민간 사용을 허용하면서 지도에 표시되는 위치의 정확성이 한층 높아졌다.
내비게이션은 크게 전자지도와 GPS로 구분한다. GPS가 위성을 통해 받은 자동차의 위치를 지도 위에 표시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김정호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지도의 정확성은 가장 중요한 기본 정보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과거 단순히 TV를 보는 것처럼 구현됐던 지도는 조금씩 3D와 증강현실로 넘어가는 추세다. 길을 찾으며 달릴 때 유용한 경사도와 여러 굽이길 같은 고차원적인 정보를 표시하기 시작한 것. 자율주행 시대를 맞이하려면 사람이 길을 보는 것처럼 자동차도 정확하게 도로의 형태를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지도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발 빠르게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정호의 후예들이 세계 지도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바꾸겠다며 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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