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박형준'이냐 '신공항'이냐..부산시장 선거 어느 당이 웃을까
[경향신문]
‘대세 유지냐, 공약으로 역전이냐’.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설 연휴를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앞서고 있는 국민의힘은 이언주, 박민식, 박성훈 후보가 모여 ‘반 박형준 연합’을 구성할 조짐을 보인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당내 박형준 후보에 맞설 단일 후보를 내는 것이 목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설 연휴를 맞아 ‘가덕도 신공항’ 공약에 쐐기를 박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은 지난 10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합동 세배식’을 열었다. 이들은 ‘부산 시민 여러분, 새해 복 가덕 가덕(가득 가득) 받으세요’라는 현수막을 걸고 가덕도 신공항을 홍보했다. 오는 26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킨다는 구체적인 전략도 홍보되고 있다.
당내 경선구도 재편으로 관심도를 올리는 국민의힘과 주요 공약을 독점하는 민주당의 행보가 엇갈린 모양새다. 보궐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설 연휴 각 당이 띄운 이슈 중 어느 쪽이 더 선거에 효과적일까.
■‘반 박형준’ 두고 모이는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줄곧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왔다. 부산은 전통적으로 보수에 유리한 선거 지형이고, 보궐선거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로 촉발됐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은 민주당 후보로 23년 만에 부산에서 정권교체를 만든 인물이었다.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에 유리한 선거 구도는 일찌감치 대세 후보를 만들었다. 종편 시사토론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인 박형준 후보는 지지율 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린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같은 당내에서도 ‘공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는 이언주, 박성훈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며 ▲세대교체를 통한 부산 대변화에 뜻을 모을 것 ▲젊은 국민의힘이 젊은 부산을 만들 것 ▲중도보수 몰락에 책임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것 ▲정의로운 후보를 낼 것 등을 조건으로 꼽았다. 이는 박형준 후보의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박형준 후보는 당내 유일한 60대 후보로 가장 연장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무수석 등의 요직을 거쳤는데 이 시기는 ‘광범위한 사찰’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3자 회동 직후 “국민의힘이 과거 제가 비판하곤 했던 여러 가지 부적절한 사안들 -민간인 사찰, 국정원 댓글 공작, BBK- 등 이러한 멍에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며 “과거 정권의 핵심으로서 그 정권의 모든 책임을 떠안고 있는 후보가 나오게 되면 우리가 민주당을 심판하는 선거가 아니라 우리가 심판받는 선거가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제는 본선 경쟁력이다.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지난 8~9일 부산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8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형준 후보는 민주당 예비후보와 맞붙어 여유 있게 승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형준 후보는 민주당 김영춘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46.3% 대 28.9%로 앞섰다. 민주당 변성완 후보와도 48.1% 대 25.5%로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국민의힘 당내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후보는 민주당 예비후보들과 오차 범위 내에서 팽팽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조사됐다.
■‘가덕도 신공항’ 두고 모이는 민주당
국민의힘이 ‘반 박형준’ 논의를 시작한 시점에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9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관련 ‘동남권 신경제 엔진 추진전략’ 토론회를 열었다. 같은 날 김태년 원내대표는 부산을 직접 찾아 “가덕도 신공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업이고 민주당의 일관된 약속”이라며 “부산시민께 희망고문이 되지 않도록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책임 있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지난달 21일과 29일 부산을 찾은데 이어 당 지도부 차원의 부산 민심 잡기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들 역시 당 차원의 지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 후보는 “민주당이 부산시장 후보를 안 냈다면 신공항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 후보 역시 “2월 26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통과될 것이다”며 “그것은 기정사실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가덕도 신공항’ 띄우기 행보 역시 문제는 있다. 코리아리서치 조사 결과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부산시민들의 ‘찬성’ 의견은 72.4%, ‘반대’ 의견은 19.7%로 조사됐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이 실제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한 응답을 보면 공약의 중요성이 달라진다.
같은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 응답자의 47.4%는 가덕도 신공항은 보궐선거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다’고 답했다. ‘집권 여당에게 유리할 것이다’는 응답은 32%에 그쳤다. 결국,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과 보궐선거의 연결성을 확장해야 한다. 이는 유권자의 ‘정치 효능감’과 관련된다.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때 유권자의 지지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오는 26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는 지지율 추이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구체화 된 각 당 행보의 최종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해당 시점에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는 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실시한 2월 2주차(8~10일)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4.9%, 민주당은 28.0%로 집계됐다. 다만, 양 당의 격차는 직전 15.2%포인트에서 6.9%포인트로 좁혀졌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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