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배당 제한 논란.. "위기 대비해야" vs "경영 개입 과해"

2021. 2. 1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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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에 대해 배당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지속으로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고 실물 경제 지원을 위해 쓸 실탄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인 반면, 제한의 정도가 과하고 개별 회사의 자율경영을 침해한다는 반박도 나온다.

은행 배당 제한 논란은 지난해 코로나19가 시작된 직후부터 있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4월 배당을 자제해달라고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당국은 구두로 배당 자제를 유도해왔다. 은행 역시 역대급 실적을 올렸음에도 중간배당 등을 자제하며 당국의 방침에 따랐다.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달 27일 금융위원회가 역대 최초로 배당 자제 권고를 의결하면서부터다. 금융위는 '오는 6월까지는 순이익의 60% 이내에서 배당하라'고 권고했다. 금감원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은행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대부분의 은행이 배당을 할 정도의 체력은 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얻자 권고를 하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비공식적인 구두 개입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공식적으로 권고를 의결했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갖는 압박감은 더 크다.

당국은 코로나19 지속으로 실물경제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혹시 모를 경제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필요 최소한 수준으로, 한시적으로만 시행하는 것이며, 7월부터는 다시 자율적으로 배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해외 다른 국가 금융당국 역시 은행의 배당을 제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럽은 지난해 배당을 금지했고 올해도 순이익의 15% 이내에서만 배당하도록 하고 있으며, 영국도 순이익의 25% 이내에서 배당하도록 제한 중이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당국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국내은행들은 기존에도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액)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었기 때문에 더 낮출 여력이 낮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3~2017년 국내 금융사 평균 배당 성향은 21.9%다. 영국(95.7%), 유럽(60.4%)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짜다는 일본(27.6%)보다 더 낮다. 배당이 너무 적다는 지적에 국내 은행들은 최근 몇년간 배당을 높였는데 그래도 최근 5년 평균 배당성향이 24%로 높은 수준이라 볼 수 없다.

낮은 배당성향은 주주들의 손해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국내 은행주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낮은 배당성향으로 인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었다. 금융연구원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2018년말 국내 은행·은행지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46배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24위에 불과하다. PBR은 주가와 주당 순자산을 비교한 수치다. PBR이 1보다 낮다는 것은 은행을 당장 해체해서 주주들이 재산을 나눠갖을 경우 현재 주가보다 더 많은 돈을 배당받을 수 있을만큼 주가가 낮게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며 코스피 지수는 3000포인트, 코스닥 지수는 1000포인트 시대가 열린 가운데 은행주만큼은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도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 대부분의 은행들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는데도 말이다.

금융당국이 경제 충격 흡수를 위해 은행 내부에 쌓아놓으라고 한 이익을, 정치권에서 '이익공유제'라는 이름으로 빼내 쓰려하는 점도 문제다. 은행 주주들의 손해를 야기하면서까지 배당을 자제하라고 했는데, 그 이익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이전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익공유제는 아직 시행 여부나 구체적 시행 방식 등이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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