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음식 화려한 부활 '전과 나물 넣은 토르티야랩'

글 · 요리 남희철 푸드스타일리스트 2021. 2. 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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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나물을 넣은 토르티야랩 [최준렬 작가]
민족 최대 명절 설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설이면 음식을 만들던 어머니와 옆에서 구경하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어머니는 이웃과 나눈다면 항상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하셨다. 나물을 무치고 전을 지지는 어머니의 분주한 손놀림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당시 나는 음식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 계속 질문을 했고, 어머니는 귀찮은 기색 없이 하나하나 설명해주셨다. 내가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성장한 힘의 8할은 어머니의 자상함이 아니었을까. 어머니가 요리 과정을 설명하다 뜨끈하게 지진 동그랑땡이나 갓 무친 나물을 입에 넣어주면 그 맛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며칠 전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니는 "아직 상황이 좋지 않구나. 이번 설엔 내려오지 말고 집에서 맛있는 것 먹으면서 푹 쉬거라" 하셨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도 찾아뵙지 못했기에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명절 때 고향 여수에 내려가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씀드리면 부모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퍼지곤 했다. 그 미소는 서울에서 고군분투하던 내게 큰 위로가 됐다. 그런데 올 설에도 긴 연휴를 혼자 보내야 한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2주 연장했다. 채용정보 플랫폼 '사람인'이 설 연휴를 앞두고 직장인 143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직장인의 약 63%가 코로나19 사태로 이번 설 연휴에 고향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집마다 전과 나물, 떡국, 과일 등 풍성한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고 덕담도 나누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던 평범한 명절 풍경이 먼 과거 일처럼 느껴진다. 비단 나만의 아쉬움은 아닐 것이다. 

그런 쓸쓸함을 아신 걸까. 어머니가 명절 음식을 보내주신다고 했다. 그리운 맛에 군침이 돌면서도 너무 많은 양을 보내면 남기게 될까 봐 걱정됐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버리면 아깝다고 조금만 보내라는 당부에 어머니는 음식 보관법을 꼼꼼하게 일러주셨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명절 음식이 냉동실에서 '동면'하는 것이 아쉽고, 쉬어서 버리는 것이 아깝다면 오늘 소개하는 요리에 주목하길 바란다. 주인공은 바로 전과 나물이다. 전과 나물에 몇 가지 재료를 더해 토르티야(일명 또띠아)에 넣으면 든든한 한 끼나 야식으로 훌륭한 요리가 완성된다. 이 토르티야랩은 좋아하는 재료를 조합하고, 토르티야를 돌돌 마는 것이 아닌 접는 방식이라 먹는 재미도 있다. 

이런 요리엔 내추럴한 테이블 연출이 제격이다. 아래에 소개하는 레시피와 연출법이 평소와는 다른 명절 연휴의 아쉬움을 달래줄 작은 즐거움이 되길 바란다. 덧붙여 남은 명절 음식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보관 팁도 소개한다.

‘전 토르티야랩과 나물 토르티야랩'

원하는 재료를 넣어 접고 구우면 완성이다. [최준렬 작가]
재료 토르티야, 전(호박전, 김치전, 육전 등), 나물(고사리나물, 숙주나물, 무생채, 도라지무침), 으깬 아보카도, 루콜라, 모차렐라 치즈, 소스(토마토소스, 크림소스) 

만들기 

1 토르티야를 반으로 접고, 그걸 다시 접는다. 접은 토르티야를 펴면 4등분의 선이 생긴다. 그중 한 선을 가위로 자른다. 

2 4등분으로 나뉜 부분에 원하는 재료를 조합해 올린다. 육전, 루콜라, 토마토소스, 모차렐라 치즈를 올리면 전 토르티야랩이 되고 고사리나물, 으깬 아보카도, 크림소스, 모차렐라 치즈를 올리면 나물 토르티야랩이 된다. 

3 재료를 올린 토르티야를 접는다. 접는 방법은 요즘 유행하는 '접어 먹는 김밥'을 검색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토르티야를 예열된 프라이팬에 겉면이 바삭해질 정도로 굽는다. 

△ 토르티야 대신 크레페를 사용해도 된다.

△ 나물은 질길 수 있으므로 다져서 넣으면 먹기 편하다.

△ 고수, 바질 등 허브와 상큼한 에이드를 곁들이면 느끼함 없이 즐길 수 있다. 

테이블 연출 Tip 전과 나물을 넣은 토르티야랩을 나무 도마에 올리면 멕시코나 다른 나라 음식을 먹는 듯한 분위기가 난다. 나무 도마 색깔에 맞춰 나이프, 포크 등 커트러리를 우드 계열로 선택하면 통일감을 줄 수 있다. 곁들여 먹을 샐러드는 우드 볼에 담고 음료의 컵 받침도 우드 계열을 선택하길 추천한다.

명절 음식 오래 두고 맛있게 먹는 방법
눅눅함 방지하고 고소함 살리는 전 보관 기름에 부친 전은 일반 용기에 보관하면 눅눅해진다. 내부 트레이가 있는 전 보관 용기를 사용하면 기름기를 빼는 역할을 해 고소함을 오래 즐길 수 있다. 또한 며칠 내로 먹을 것이 아니라면 냉동 보관해야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고 맛이 오래 유지된다. 냉동실에 넣을 때 한꺼번에 비닐백에 담는 건 금물. 전 사이사이 비닐을 깔아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고 한 번에 먹을 만큼씩만 담아 보관하자. 

‘1석 3조' 나물 보관 고사리나 숙주나물 등은 상온에 반나절만 둬도 금방 상하기에 냉장 보관이 필수다. 본연의 맛을 오래 유지하려면 한 그릇에 함께 보관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는 따로따로 보관하면 냉장고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때 내부가 칸칸이 나뉜 용기에 나물을 담으면 보관 기간은 늘어나고, 맛은 오래 유지되며, 냉장고 공간도 절약할 수 있다.

글 · 요리 남희철 푸드스타일리스트 instagram.com/@nam_sty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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