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첫 실태조사.."트랜스젠더, 일상 곳곳에서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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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에서 신분증 검사를 받게 될 때 기분은 어떠신가요.
트랜스젠더로 지난해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임푸른 씨도 "제일 심각한 문제는 구직과정이나 직장 내 차별"이라면서, 많은 트렌스젠더들이 정규직을 구하려는 노력보다는 결국 비정기적이고 단기적인 일을 찾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기관으로서 처음으로 약 6백 명의 국내 트랜스젠더들을 대상으로 한 차별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9일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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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에서 신분증 검사를 받게 될 때 기분은 어떠신가요. 당연한 절차라는 생각 한편으로 아직 '내가 젊게 보이는구나'하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두려움'이라는 다른 감정을 느낍니다. 바로 성 소수자, 트랜스젠더들의 이야기입니다.
■ 법적 성별에 얽매인 트랜스젠더..."구직에 가장 큰 어려움"
대개 '트랜스젠더'라 하면 의학적 조치로 자신의 성을 바꾼 사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태어난 성과 다른 성별 정체성을 지닌 사람 모두가 트랜스젠더로 불릴 수 있습니다.
이런 트랜스젠더들은 동성애자 등 다른 성소수자에 비해서 사회경제적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고 합니다. 지난해 변희수 하사 강제 전역과 트랜스젠더 학생 여대 입학 포기 과정에서 봤다시피 이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게 이유입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는 걸까요. 우선 구직활동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습니다. 입사지원서 속 성별과 현재 겉모습이 다른 경우 면접관의 편견 섞인 눈초리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편견으로 결국 채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설령 직장을 구해도 그 안에서 남자 혹은 여자답지 못하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따돌림과 희롱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트랜스젠더로 지난해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임푸른 씨도 "제일 심각한 문제는 구직과정이나 직장 내 차별"이라면서, 많은 트렌스젠더들이 정규직을 구하려는 노력보다는 결국 비정기적이고 단기적인 일을 찾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설명했습니다.
■ 트랜스젠더 65% '존재만으로 차별 경험'...두려움에 일상 포기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기관으로서 처음으로 약 6백 명의 국내 트랜스젠더들을 대상으로 한 차별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9일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65%가 지난 1년 안에 단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은 일상 속에서 차별받았습니다. 의료기관, 관공서는 물론 공항검색대까지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번호와 다른 외관에 성별을 재차 확인받기 일수라고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모욕적 질문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차별 섞인 시선을 받을까 하는 두려움에 일상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화장실 가는 것을 피하려 음료를 마시지 않고, 신분 확인 과정에서 생길 차별과 주목에 지난해 총선 투표를 포기했다는 응답자도 20%에 가까웠습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에서 활동가로 일하는 리나 씨는 "지난해 공적 마스크 대란 당시 마스크 구입을 위해 신분증을 요구받는 상황도 부담이 된 게 사실"이라면서, 트랜스젠더 인권 신장을 위해 유지됐던 당사자 모임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많이 위축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 "성별정정 기준 완화, 성별 표기하는 경우 줄여야"
법적 성별과 겉모습과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법원에서 '성별정정' 판결을 받으면 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성별정정에 관한 구체적인 정해진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법원 판결 역시 판사 개개인에 따라 그때 그때 판결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실제 이번 조사에 응답한 트랜스젠더 중에서도 8%만이 성별정정을 한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 속 결국 법적 성별과 다른 외관에 차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성별정정에 대한 기준 완화는 물론, 일부 선진국처럼 신분증 등에 성별표기를 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권위도 이번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과 관련한 법적 제도적 대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찬 기자 (coldpar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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