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자체보다 환경이 중요..가장 살고 싶은 곳은 유엔빌리지" [강영연의 인터뷰 집]
집의 가치는 주변과의 관계에서 결정
가족과의 관계는 집 구조로 바꿀 수 있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 인터뷰
"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공간과 그 안에서의 소통'을 강조하는 전문가다. 그는 공간에 따라 그곳을 구성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달라진다고 했다. 집 안에서의 소통으로 가족과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고, 밖에서의 소통은 사회 구성원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하늘을 볼 수 있는 집에 살아야 한다고 했다. 모두 단독주택에 살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아파트에 발코니를 설치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발코니가 사회적 갈등 해결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유 교수는 "집집마다 마당같은 발코니가 있다면 1층을 관대하게 나눌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소셜믹스를 풀어낼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 자체보다 주변 환경이 중요
유 교수는 지난 2일 한국경제신문빌딩에서 한 인터뷰에서 집의 가치는 집 자체보다 주변과의 관계에서 결정된다고 했다. 극장, 카페, 지하철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강남이 선호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고 분석했다. 그 역시 집을 고를 때는 주변 환경을 많이 본다고 했다. 유 교수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극장이 있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고, 공원, 물이 있는 동네를 선호한다"며 "도산공원, 한강시민공원 근처에 살고 싶다" 했다.
그는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유엔빌리지와 서울 압구정 주택을 꼽았다. 유 교수는 "유엔빌리지에 한강이 쭉보이는 마당이 있는 집을 골라서 살고 싶다"며 "그보다 좋은 것은 압구정에 있는 마당이 있는 이백평짜리 주택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너무 비싸기 때문에 무엇이든 대박이 나지 않는 이상은 힘들지 않을까 한다"며 웃었다.
구조도 그가 집을 고를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다. 그는 "늘 말하듯이 공간에 의해 사람들의 관계가 바뀐다"며 "가족들의 대화가 잘 되는 곳인지 그런 것을 살핀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남들이 설계한 것 중에는 마음에 드는 곳이 없고 그걸 만족시키려면 직접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을 구매할 때는 투자가치 여부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전체 자산의 상당부분을 부동산이 차지하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간만 생각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사람"이라며 "당연히 투자도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창의성을 위해선 공간의 낭비가 필요
그는 층고가 높은 집에 살고 싶다고 했다. 가장 원하는 것은 마당이 있는 단층집이지만 2~3층 정도로 타협을 한다고 하면 다른 층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방의 한 부분은 복층 구조였으면 좋겠다는 설명이다. 이도저도 안 된다면 차라리 옥탑방이 좋을 것 같다고도 했다. 마당도 있고, 독립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다.
그는 층고가 높은 건물에 사는 것이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네소타 대학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2.6m 천정고의 교실에서 공부한 아이보다 3.0m 교실에서 공부한 학생의 창의력이 2배가 높았다고 합니다. 낭비되는 공간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죠."
아파트와 주택의 가장 큰 차이점이 외부와의 연결성이라고 봤다. 아파트는 현관을 나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아파트 문을 나서야 밖에 나올 수 있지만 주택은 문만 열고 나가면 외부환경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천정고가 가장 높은 곳은 야외다"라며 "내가 천정고를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안 된다면 자연공간에 많이 접할 수 있는 곳에 살면 창의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파트에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발코니를 제안했다. 다만 윗집 발코니에 막혀있는 모습이 아닌 개방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비도 맞을 수 있고, 하늘을 볼 수 있는 발코니를 만들면 아파트의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발코니를 만들어 소셜믹스 기능도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들이 아파트 안에 있는 발코니를 외부공간으로 충분히 활용하면 1층 정원을 외부인들에게 이용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파트 단지안 정원에 외부사람을 못들어오게 하는 것은 거기가 유일하게 남아있는 나의 외부공간이기 때문"이라며 "집집마다 마당같은 발코니가 있다면 1층을 관대하게 나눌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소셜믹스를 풀어낼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통할 수 있는 집 원해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 교육때문에 마련한 집이어서다. "경제적 능력과 내가 살고 싶은 동네가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잖아요. 미친듯이 집값이 오를 때 이러다가 내가 집을 못사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하나 산 집도 있습니다. 살고 싶은 동네에서 그나마 좀 가깝고 제가 생각하는 환경이 주변에 있고 가까운 곳이죠."
그가 집에 갖추고 싶은 3가지는 마당(혹은 발코니, 온실), 나무로 된 테이블, 아이랜드 키친이다. 유 교수는 "마주볼 수 있는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나무 재질 식탁은 따뜻해서 오래 앉아 밥도 먹고, 일도할 수 있을 것 같고 아일랜드 키친에서는 같이 요리도 하고 얘기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나 덧붙이자면 방에서 방을 볼 수 있는 창을 갖고 싶다고 했다. 집 안에서의 소통을 위해서다.공간에서의 삶의 가치는 주변의 요소와 관계 맺음으로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고 유 교수는 설명했다. 하지만 그것이 독립된 공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혼자 있을 수 밖에 없는 공간이 아니라 혼자 있을 수도 있고 소통을 할 수도 있는 공간이 돼야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원치 않을 때면 창을 닫고 커튼을 치면된다"며 "내가 누구와의 관계를 맺을지 아닐지에 대해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 좋은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집은 '쉬는 곳'이라고 했다. 세상이 각박하고 살기 힘들지만 언제든 집에 오면 편히 있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유 교수는 "집에서 가장 큰 가치는 반드시 쉴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라며 "이 지구상에서 마지막까지 쉴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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