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이중가격' 기승..신규 계약 보증금, 재계약 '2배' 넘기기도

2021. 2. 1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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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같은 단지의 같은 평형 아파트 전셋값이 최대 2배까지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재계약이 가능한 기존 세입자들은 새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증금을 5%만 올려주면 되지만, 신규 세입자들은 크게 뛴 전셋값을 대기 위해 신용대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여의치 않은 경우 더 저렴한 집을 찾아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 은마 76㎡ 신규전세는 10억원, 갱신거래는 4억3천만원

오늘(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와 새 전셋집을 얻는 경우 보증금 차이가 최대 2배까지 벌어지는 단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학군·교통 등을 이유로 실거주 수요가 몰리는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주요 학군 지역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용면적 76.79㎡는 지난달 15일 보증금 10억원(2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해당 평형은 가장 최근인 이달 8일 보증금 4억3천50만원(1층)에 계약이 성사됐는데, 한 달 사이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에 대한 전셋값 차이가 2배 넘게 벌어진 것입니다.

4억3천50만원은 4억1천만원에서 5%(2천50만원)를 인상한 값으로, 이 거래는 2년 전 4억1천만원에 맺었던 전세 거래를 갱신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평형 아파트는 이달 3일에도 4억9천350만원(4억7천만원에서 5% 인상)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을 비롯해 4억원(11층), 4억1천만원(5층) 등 계약 갱신으로 보이는 거래가 이어졌습니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의 중소형 59.97㎡도 이달 3일 보증금 12억원(7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지며 올해 가장 높은 금액에 계약서를 썼습니다.

이 거래는 신규 거래로 보이는데, 일주일 전인 지난달 28일 6억9천만원(22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이 역시 보증금 차이가 2배에 가깝습니다.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1단지 83.06㎡의 경우 이달 4일 10억원(19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이는 지난달 13일 5억4천600만원(17층), 18일 5억5천650만원에 거래된 전세 계약보다 2배 가깝게 비싼 값입니다.

지난달 5억원대 전세 계약들은 기존 5억2천만원, 5억3천만원에서 5%씩(2천600만원, 2천650만원) 보증금을 올린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초고가 전세의 경우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대형 평형인 194.45㎡가 이달 2일 보증금 28억원(12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지며 역대 최고 전셋값 기록을 다시 썼습니다.

해당 평형 전세는 지난달 17일 보증금 17억8천500만원(15층)에 계약됐는데, 이는 17억원에 5%(8천500만원)를 더한 값과 같습니다. 두 거래 간 가격 차이가 2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불과 보름 사이 같은 평형 아파트를 두고 10억원 넘게 차이 나는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입니다.

◇ 관악구 전세도 2년전 3억5천만원, 지금은 5억원…서민 시름 깊어져

강남권 다음으로 고가 주택이 많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나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이런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동구 옥수동 옥수파크힐스 84.3㎡는 이달 5일 12억원(7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해당 평형은 이보다 나흘 전인 1일 7억8천750만원(8층)에,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6일 7억4천500만원(10층)에 각각 전세 계약서를 써 '이중 가격' 현상이 관측됐습니다.

성북구 길음뉴타운3단지푸르지오 84.97㎡는 지난달 19일 보증금 3억1천500만원(13층)에 계약갱신이 이뤄졌는데, 지난달 9일에는 6억원(5층)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어 신규-갱신 거래간 전셋값 차이가 2배가량 났습니다.

강서구 등촌주공아파트 41.85㎡는 지난달 11일 1억6천만원에 5%(800만원)를 더한 보증금 1억6천800만원(3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고, 열흘여 뒤인 22일 3억9천만원(3층)에 전세 계약이 성사돼 역시 전세 보증금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졌습니다.

관악구에서도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59.58㎡ 전세가 이달 6일 5억원(23층)에 계약되는 등 최근 전셋값이 크게 뛰며 호가가 5억원 수준으로 올랐는데, 올해 들어 3억5천만원에 5%를 더한 금액인 3억6천75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쓴 사례가 3건 나왔습니다.

계약 갱신을 통해 보증금을 2천만원 이내로 올린 가구는 집 걱정을 덜었겠지만, 새로 이 아파트 거주를 희망하는 가구라면 기존보다 1억5천만원가량 뛴 전셋값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학군과 직장 등을 이유로 서울에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전셋값은 떨어지지 않아 새 전셋집을 구하려는 서민들의 주거난이 우려된다. 오른 전셋값을 대지 못하는 경우 수도권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수도권 역시 전셋값이 많이 올라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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