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인사 마무리..'사법농단·검언유착' 재판장 교체 여파는?

22일 인사발령 전 사무분담 통해 재판장 확정될듯
양승태 재판부에 눈길..임종헌 재판부는 6년째 중앙지법
한 법원에 3년 근무해도 전보·유임 제각각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사법 농단 의혹과 검·언 유착 의혹 등 주요 재판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최근 정기 법원 인사에서 교체되며 어떤 법관들이 해당 사건을 새롭게 맡게 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이데일리DB)

13일 법원에 따르면, 각급 법원에선 지난 3일 전보 인사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들에 대한 사무분담에 한창이다. 법원의 사무분담은 법원 내부 사무분담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오는 22일 인사발령 날 전까지 확정된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사법농단과 검언유착,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 등에 대해 재판부 교체가 예상된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승태(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 재판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의 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번 인사에서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로 자리를 옮겼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은 지난해 10월 이미 100번째 공판기일을 마쳤지만, 추가 심리가 아직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의 공소사실은 47개에 상당하며 수사기록도 20만 쪽에 육박한다. 또 박 부장판사가 함께 맡았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재판도 새 재판장에 인계돼 사건 숙지를 하는데에만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사건은 특수하게 법관들에 대한 범죄혐의를 심리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장과 양 전 대법원장 등과의 연고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소됐을 당시 연고 관계가 있거나 재판장이 이번 사건에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부서를 제외했고, 형사합의부 3곳을 늘리기도 했다.

한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을 심리하는 형사합의36부의 윤종섭 부장판사는 이번 인사에서 유임돼 계속해서 재판을 진행하게 됐다. 임 전 차장 재판에서는 계속해서 전·현직 법관 등 증인신문이 진행 중이다. 윤 부장판사의 경우 6년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남게 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관련해 인사농단 의혹이 제기되며 대표적인 사례로 윤 부장판사가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 내에서는 6년 동안 한 법원에 근무하며 사건을 오래 심리하는 것이 전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에서 3년을 근무해 교체가 유력했던 형사합의21부의 김미리 부장판사도 유임됐다.그는 조 전 장관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과 자녀 입시비리 사건 등을 맡고 있다.

반면, 조 전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인사이동됐다. 정 교수 사건의 재판장인 임정엽·김선희 부장판사는 서울서부지법으로 전보조치됐다. 이들도 지난 3년간 서울중앙지법에 근무했다. 재판부 교체로 김 대법원장이 기준 없는 무원칙 인사를 단행했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검언 유착 의혹 관련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등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대전고법 판사로 전보됐다. 앞서 그는 2018년 2월 서울중앙지법으로 전보돼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심리해 왔다. 박 부장판사는 이 전 기자에 대한 보석 청구를 구속 만료 하루 전에야 인용하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불구속 재판 원칙에 따라 통상적으로 구속기간 만료까지 선고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조기에 보석을 인용하는 편이다. 이 전 기자의 경우, 지난해 10월에 보석심문이 열렸고 마무리된 바 있지만 수개월 동안 결정을 유보했다.

최영지 (you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