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를 진짜 위한 길은?..입법 보다 '운영'이 중요
#10세 A양이 이모 부부의 폭력에 지난 8일 숨을 거뒀다. 이모 부부는 조카가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고,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 몸을 플라스틱 막대로 두드려 팼다. 아이에게 가해진 폭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욕조에 물을 받은 뒤 조카 머리를 훈육을 빌미로 강제로 집어 넣었다. 이른바 '물고문'도 서슴치 않은 것. 결국 아이는 심정지 상태로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이들 가해자 부부는 '욕조에 빠져 숨졌다'고 거짓 신고도 했다. 정인이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몇 달이 안 된 시점이었다.
최근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이 계속 이어지면서 사회적 공분은 커져가고 있지만 현실 안전망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늘 그렇듯 이런 사건으로 논란이 증폭되자 국회에서는 아동학대 금지를 위한 입법안을 쏟아냈다.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 신고 즉시 아동을 분리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거기서 더 한 발짝을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천안사건과 인천 라면형제 사건이 불거지던 당시인 지난해 9월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9월 국무회의에서 "아동이 학대받거나 방치돼 이웃이 신고하더라도 부모의 뜻에 따라 가정에 다시 맡겼다가 비극적 결과로 이어지곤 했다"며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강제로 아동을 보호하는 조치를 포함해 제도적 보완 방안도 찾아달라"고 직접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어린이집 교사 등 신고 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신고할 경우 수사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는 즉시 수사 또는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3번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도 제대로 된 조치가 없어 '정인이'가 숨을 거뒀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정인이 사건' 재발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정인이 사건 이후 초반 '아동학대방지법' 관련 법안이 쏟아지면서 강조된 내용들은 가해자의 형량강화, 피해아동 즉시분리에 무게 중심이 쏠렸다. 국민적 공분히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동학대 등 인권 전문가이자 장애인권법센터장인 김예원 변호사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입법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 있는 시스템을 잘 작동하게 더 촘촘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로서의 김 변호사의 고민은 정인이 사건 이후 쓰여진 본인의 사회관계안전망(SNS) 글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 변호사는 특히 형량 강화와 관련 "가해자 강력처벌에 동의한다"면서도 "법정형 하한을 올려버리면 피해자들이 힘들어지고, (가해자) 기소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법정형이 높으면 법원에서도 높은 수준의 증거를 요구하기 때문에 무죄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논란이 된 즉시분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고위험가정, 영유아, 신체상처, 의사신고사건 다 즉시분리 이미 하도록 돼 있다"며 "매뉴얼이 잘 작동되는 현장을 만들어야지 즉시분리를 기본으로 바꾸면 분리해 쉼터가 분리아동의 10%도 안 되는 상황에 갈데 없는 아이들을 어디 보내려고 하냐"고 현실 상황을 꼬집었다.
아동쉼터에서 수용할 수 있는 아동의 수가 극히 제한적이니 진짜 즉시분리가 필요한 경우만 즉시분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든 신고나 의심 정황에서 즉시분리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일각의 지적이 이어지자 국회는 형량강화 등의 조항 통관된 개정안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2회 신고시 무조건 즉시분리 등의 문제는 넘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김 변호사는 아울러 아동학대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체계와 관련 "조사와 수사는 아동인권과 법률에 전문성이 있고 '훈련받은' 경찰이, 피해자 지원과 사례관리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내밀한 정보DB와 서류 행정처리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담당해야 한다"며 "서로 일 미루지 않고 유기적으로 결합해 사건을 지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처벌법에 아동학대살해죄 신설도 필요하다"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는' 사건은 아동학대살해죄로 엄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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