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못하는 '아파트 주차테러'.."사적 영역" vs "과태료 필요"

박종진 기자 2021. 2. 1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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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주차장 사진.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제공=뉴스1


2018년 인천 송도 캠리 사건, 2019년 화순 주차장 사건, 2019년 서울 강서구 지하주차장 사건, 2020년 서울 동대문구 빌라 주차장 사건…

주차 시비는 끊이지 않는다. 몇몇 이웃 간의 다툼을 넘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사기도 한다. 언론보도로 나올 만큼 논란이 커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상당수 사람들은 만성적 주차공간 부족 탓에 이중주차, 무단주차에서부터 아예 다른 차를 뺄 수 없게 만드는 소위 '길막 주차'까지 크고 작은 주차 문제를 겪고 있다.

갈등은 계속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특히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차장의 경우 '사유지'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른바 '주차 테러'를 하더라도 즉각 규제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공동주택 내 주차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아파트 '비양심 주차'…도로교통법·주차장법·자동차관리법·형법, 모두 적용 어려워
13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주차 관련 법령의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법 내에서는 공동주택과 같이 사적 영역에 설치된 주차장에서 특정한 주차행위를 제한하는 규정이 사실상 없다.

주차와 관련해 적용할 수 있는 법은 4개 정도로 정리된다. 도로교통법의 불법 주차, 주차장법에 따른 주차행위 제한, 자동차 관리법에 따른 방치차량 조치, 형법의 일반교통방해 등이다.

우선 도로교통법은 '도로'에 적용되는데 아파트 단지 내 이동로나 주차장은 대부분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주차장법에서는 노상 주차장 내 주차행위를 문제 삼는데 사적 공간인 아파트 주차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이 없다.

자동차 관리법은 차량을 다른 사람 땅에 방치 할 경우 절차를 거쳐서 해당 차량에 대해 폐차 요청 등의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문제는 '방치'로 인정되려면 2개월 이상 방치돼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로서는 눈앞의 불편을 해소할 수 없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서울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된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주차장에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2021.1.28/뉴스1


형법의 일반교통방해 또한 '육로교통 방해'가 처벌 대상인데 아파트 주차장과 이동로 등이 육로에 해당하는지가 애매하다. 보고서는 불특정 다수인 또는 차마(車馬)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장소가 육로이기 때문에 형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아파트 주차장 진입로 차단 사건에서 법원이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하급심 판결만 있을 뿐 대법원 판례는 없다. 설사 적용된다고 해도 재판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조치와는 거리가 멀다.

문제 해결 위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제20대 이어 21대 국회서도 발의
국회에서 법 개정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20대 국회에서 타인의 토지 등에 무단으로 주차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법이 나왔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대표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소관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주차장 출입과 차량의 원활한 소통을 현저히 방해할 수 있는 곳을 주차금지 장소로 지정하는 내용이다.

강 의원은 "도로가 아닌 주차장에서의 음주운전에 벌금형이 내려진 판례가 있는 등 도로의 개념이 차량이 통행하는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현행법상 주차장이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견인조치 대상이 아니므로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국회 입법조사처 "사회갈등 심각, 과태료 부과 고려해야"
보고서는 타인의 주차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에는 보다 적극적 행정 조치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의 예도 들었다.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는 경우는 사적 공간이라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는데 이를 참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허가되지 않은 자동차를 빈번하게 주차하거나 등록된 입주민의 주차를 방해하는 등 공동주택 내 주차질서를 과도하게 해칠 경우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준환 국회 입법조사관은 "주민들의 자발적 해결에만 맡겨 두기에는 사회적 갈등의 빈도나 정도가 점차 심각해져 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행정의 역할이나 법적 정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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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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