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힘들지만.." 음악이 있는 한, 낙원상가는 언제나 '낙원' [언박싱]
유튜브 채널 운영·악기 대여 등으로 위기 돌파
'힙'한 복합문화공간 꿈꿔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평일 오후 3시께 방문한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2층 복도에서 맑은 기타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가수 고(故) 김광석씨의 단골가게로 유명한 ‘경은상사’에서 흘러 나온 소리였다. 매장에 들어가보니 한 손님이 진지한 표정으로 통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매장 벽 에는 갈색 통기타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낭만이 가득한 이 곳, 경은상사는 40년 넘게 낙원상가를 지키고 있는 악기 상점이다. ‘통기타의 원조’ 마틴 기타를 처음으로 수입한 김지화 대표는 10대 때부터 낙원상가에서 일을 하다 가게를 운영하게 됐다. 현재는 그의 아들 김효식씨(34)도 함께 가게를 운영 중이다. 효식씨는 2010년 가게 알바부터 시작해, 지금은 경은상사 온라인 판매와 유튜브 채널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코로나19때문에 온라인을 더 생각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효식씨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간다. 그는 매장 직원이 됐다가, 유튜버가 됐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 관리자가 되기도 하면서 가업을 잇는 중이다. 유튜브에서는 가게 직원과 함께 악기 리뷰를 한다. 그는 “손님들이 악기를 살 때 기타 브랜드·재질·소리와 같은 스펙을 많이 중요시한다”며 “악기의 가치를 어떻게 잘 전달할 지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효식씨가 고군분투하는 이유가 있다. 시대가 바뀐만큼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게도 변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19도 효식씨의 생각을 굳히는데 한 몫했다. “과거에는 입소문을 타고 가게가 성장했지만 젊은 친구들에게는 그게 아니다. 매장을 방문하게 하려면 뭘 해야겠더라”면서 “요즘은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유튜브 잘 보고 있다’고 칭찬하신다”고 말했다.
상인협동조합과 함께 악기대여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다양한 기타를 접하고 싶지만 재정적인 이유로 악기를 구매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경은상사뿐만 아니다. 낙원상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상인들의 주된 관심사는 젊은 세대에게 낙원상가를 어떻게 홍보할 지다. 상인들은 낙원상가가 악기를 사는 공간에서 젊은 세대들이 음악을 항유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그것이 원래 낙원상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정병석 낙원상가 번영회 회장은 “70·80년대에는 낙원상가에 음악인들이 가득했다”며 “공연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연주자 같은 경우 구인·구직을 하러 낙원상가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상인들로 구성된 낙원상가 번영회는 다방면의 활동을 진행 중이다. 상가 이야기를 담은 ‘우리들의 낙원상가’라는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부터 '반려악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문화소외계층 아이들에게 악기를 기부하는 '악기 나눔 캠페인-올키즈기프트'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때문에 아직 문을 못 열었지만 ‘힙스터 감성’의 수제맥주 펍 ‘실낙원’은 음악을 사랑하는 젊은 세대를 기다리고 있다.
낙원상가들이 끊임없이 바뀔 수 있었던 건 상인들의 결속력덕분이다. 몇십 년동안 ‘동거동락’하며 지낸 상인들은 상인회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회장단과 임원단으로 구성된 상인회에서는 회의를 통해 낙원상가 운영 방향을 결정한다.
낙원상가 상인들은 서로의 자랑이자, 가족이다. 정병석씨는 “낙원상가에는 30년 이상 일하신 분이 절반 이상 된다”며 “외국에서도 색소폰 수리를 맡기는 ‘베델악기’, 플루트 연주자라면 반드시 방문한다는 ‘신광악기’ 모두 낙원상가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김효식씨는 어렸을 적부터 상가에 대한 추억이 많다. 효식씨는 “가족들과의 추억이 많고, 나도 일하면서 다양한 추억을 쌓고 있다”며 “지난해 가게를 아껴주시는 가수 김진호씨가 결혼식 축가를 불러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게 방문했을 때 부탁했는데 흔쾌히 승락해주셨다”고 말했다.
정병석씨는 낙원상가가 “산울림의 노래 청춘과 같다”고 말했다. 노래를 들으니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청춘을 함께한 곳, 전성기는 지났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청춘과 같은 곳. 그 곳이 바로 낙원상가였다.
“가고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빈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그렇게 세월은 가는거야/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청춘”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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