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노딜' 2년..문대통령의 평화프로세스 재가동될까
美 대북전략 재조정 변수..협상 물꼬 트는 데 시간 걸릴 수도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지난 2019년 2월 북미 정상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나 아무런 합의 없이 돌아선 지 약 2년의 시간이 지났다. 회담 이후 현재까지도 북미관계는 여전히 교착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남북관계 역시 경색된 채 시간을 흘려 보내야 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갖는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정책 공조에 첫발을 떼면서 하노이 회담 이후 멈춰섰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재가동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 북미정상간 만남이었던 하노이 정상회담(2019년 2월27~28일)은 당초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에 합의할 것이란 기대감 속에 열렸지만, 결국 '노딜'로 끝났다.
정상 간 만남인 '톱다운' 방식으로 추진됐던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은 비핵화 최종단계를 포함한 큰 그림에서 먼저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영변 핵시설과 사실상의 대북제재 해제를 맞바꾸려 하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실무협상 없이 정상 간 담판에만 기댄 협상 방식의 한계만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미국에 그해 연말을 시한으로 제시하며 새 비핵화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압박했지만, 미국 역시 우선 비핵화 최종단계에 합의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하며 평행선이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신형 단거리미사일을 비롯해 신형 방사포와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무력시위에 나서며 북미 간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북미간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남북관계도 악화됐다. 북한은 일부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삼다가 급기야 지난해 6월엔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결실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종전선언 등을 통해 '봄날'을 기대했던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여기에 지난해 9월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까지 돌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나마 해수부 공무원 사망 사건 직후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통지문을 통해 공개 사과를 하면서 돌발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진 않았다.
이후 문 대통령은 상황 관리에 주력했고, 미 대선 일정으로 이어지면서 한반도 정세는 아무런 진전 없이 소강 국면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로 출범하면서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 국면이던 북미, 남북 관계에 변화의 계기가 마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세계가 (미국을) 지켜보고 있다"며 다자 외교 부활 의지를 밝히는 등 그간 '미국 우선주의'를 중시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집권 5년차를 맞은 문 대통령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미간 다양한 소통 채널을 활용해 자신의 대북정책 구상인 '종전선언→평화 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일단 양 정상은 지난 4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전화통화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물꼬를 텄다. 특히 양 정상은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인 대북전략을 함께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한다.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며 한국과 공동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양 정상이 총론적인 대북공조에 공감하긴 했지만, 비핵화 방법론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는 전반적인 대북 정책을 다시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볼 것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갓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에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같은 국내 문제가 산적해 있는 터라 북한 등 한반도 문제를 후순위로 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트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정부가 다른 문제가 산적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코로나 상황 때문에 발목이 잡혀서 본격적인 외교 행보에 나서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면서도 "북미문제 해결을 뒷순위로 미룰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왜냐면 트럼프 정부 때 이뤄진 성과가 일정하게 있기 때문에 그 성과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바이든 정부가 같은 인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는 문 대통령의 절박함도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이 임기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기 위해선 최대한 이른 시기에 한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신임 외교부 장관에 그간 북미 및 남북정상회담에 깊숙이 관여해 온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임명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정 장관은 한미간 소통채널 구축을 시작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틀 내에서 남북 및 북미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현재까지 사실상 확정된 한미 정상회담 일정은 오는 6월 영국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이다.
하지만, 다자 정상회의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논의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견해도 나와 G7 정상회의 이전에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가급적 대면 회담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여의치 않을 경우엔 비대면 정상회의 개최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 시기가 궁금할 텐데, 부득이하게 '코로나 진정시까지'로 여백을 남겨놓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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