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17일 본격 재판 돌입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는 오는 17일 정인이의 양모 장모(35)씨와 양부 안모(37)씨의 2차 공판 기일을 진행한다. 이날은 양부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들의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vs “췌장 끊길 정도 둔력 행사 안 해”
당초 아동학대치사와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장씨는 현재 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면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인식과 이를 용인하는 의사가 장씨에게 있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양부모 측은 정인이에 대한 일부 신체적·정신적 학대는 인정하면서도 아동학대치사나 살인 혐의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장씨 측은 지난 공판에서 “일부 폭행 또는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있을 수는 있지만 고의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날따라 더 화가 나 평상시보다 좀 더 세게 배와 등을 때리고, 아이의 양팔을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떨어뜨린 건 사실이지만 췌장이 끊어질 정도로 강한 둔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정인이 사망 이후 꾸준히 양부모 엄벌과 재발 방지 등을 촉구해온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2차 공판이 열리는 오는 17일 전국 법원 앞 1인 시위 독려에 나섰다. 아동학대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해달라는 메시지를 전국 판·검사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정인이와 같은 비극을 막게 해달라는 취지다. 또 협회는 같은 날 ‘정인아 사랑해’ 실시간 검색어 챌린지 등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그동안 정인이 사건을 맡았던 신혁재 부장판사는 지난 3일 법관 인사 이동에 따라 오는 22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전보되면서 향후 재판 절차에서는 담당 재판장이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정인이는 숨지기 전 3차례 아동학대 신고 대상이 됐다. 정인이를 살릴 수 있었던 기회가 3번이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세 번 모두 현장 조사에 나선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은 아이를 부모와 분리하지 않았다.
경찰은 정인이 학대 신고에 부실 대응한 책임을 물어 경찰관 8명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 10일 서울경찰청은 3차 학대 의심신고 당시 사건 처리 담당자인 서울 양천서 경찰관 5명(수사팀 3명, 학대예방경찰관 2명)에게 중징계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경찰청도 사건 당시 양천서장과 과장 2명, 계장에 대한 징계위를 열고 과장·계장에게는 중징계, 서장에게는 경징계를 의결했다.
경찰은 관련 법령을 근거로 구체적인 징계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서장을 제외한 8명 모두 정직 3개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공무원의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로 나뉘며, 정직 3개월은 정직 중 최고 수위다. 서장에게는 ‘견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인이 사건의 2차 학대 신고를 담당한 2명은 ‘경고’, 1차 신고 담당 2명은 ‘주의’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또 정인이 사망과 관련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서울 강서아보전 관계자들은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지난 3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강서아보전 관장과 팀장, 상담원 5명 등 총 7명을 유기치사, 업무상과실치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발했다.
협회는 고발장에서 “만일 피고발인들이 업무지침을 준수해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학대를 밝혀내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만 했더라면,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피해아동은 현재 살아서 보호받으며 다른 가정에 입양되는 기회를 얻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엄벌에 처해 다른 아보전 종사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게 해주시고 이를 통해 학대 피해를 받는 아동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구출되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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