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으면 해외여행 가능? 방역 모범 5개국 보니..
[경향신문]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 다시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 10명 중 7명은 백신이 나오면 해외여행에 가고 싶다고 답했다.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한 답변이 많았다. 같은 기간 컨슈머인사이트 여론조사에서 한국인 10명 중 8명은 해외여행이 재개되려면 앞으로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과 유럽에서도 해외여행 재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5일 “마음 단단히 먹으시라. 장거리 비행은 2023년이나 2024년까지 제대로 재개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백신을 맞은 여행자들은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이 줄지만, 여행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코로나19를 퍼뜨리는 것까지 백신이 막아주는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염성이 더 강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기존 백신의 효과도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도 9일 “백신 접종을 받은 후에도 경계하지 않으면 여행자 본인, 여행한 지역에 사는 다른 사람들, 여행자가 집으로 돌아온 후 지역사회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감염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일랜드의 저가 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지난달 ‘백신 맞고 여행 가자(Jab & Go)’ 광고 캠페인을 벌였다가 역풍을 맞았다. 여름휴가 기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수영장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담은 이 광고는 역대 세 번째로 많은 2370건의 불만 신고를 받은 끝에 영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방영을 금지당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3일 “대중이 코로나19 백신만 맞으면 무책임하게 행동해도 된다는 식으로 장려한 광고”라고 비판했다.
■방역 모범국은 국경이 닫혔다
코로나19 방역은 여행지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의 여행전문매체 ‘비즈니스 오브 트래블 트레이드’는 지난 7일 21~45세 인도인의 52%가 올여름 해외여행을 희망하고, 75%는 가급적이면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적은 외국 여행지를 선호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제는 여행지로 선호되는 대다수의 ‘방역 모범국’들이 국경을 닫아걸었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와 호주는 올해 국경을 완전히 열지 않을 계획이고, 캐나다는 더 엄격한 검역 조치를 할 방침이다.
코로나19에 가장 잘 대처한 나라는 어디일까. 호주의 싱크탱크 로위연구소는 지난 1일 ‘코로나 성과 지수’를 개발해 발표했다. 전 세계 98개 국가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인구 대비 확진자와 사망자, 코로나19 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 인구 대비 검사 건수를 조사해 순위를 매겼다.
1위는 ‘코로나 청정국’ 뉴질랜드였다.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유명한 뉴질랜드는 만년설로 뒤덮인 산과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하지만, 국경이 닫혀 갈 수 없다. 첫 확진자 발생 20여일 만인 지난해 3월 국경을 닫아걸었다.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사실상 ‘지역감염 제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뉴질랜드의 누적 확진자는 2300여명, 누적 사망자는 25명이다.
2위는 베트남, 3위는 대만, 4위는 태국이다. 베트남은 2019년 12월 말 중국에서 첫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나오자, 지난해 1월 중국과 국경을 폐쇄했다. 영화관, 술집 등 비필수 사업장도 폐쇄했다. 베트남 누적 확진자는 2000여명, 누적 사망자는 35명이다. 대만과 태국도 코로나19 유행 초기 국경을 닫는 등 강력한 봉쇄를 단행했다.
5위는 키프로스다. 북쪽으로는 터키, 서쪽으로는 그리스, 동쪽으로는 시리아·레바논과 가까운 키프로스는 제주도의 5배 정도 크기의 섬이다. 인구는 120만 명이 채 안 된다. 해마다 240만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지중해의 인기 관광지이지만, 현재 국경을 봉쇄했다.
제한적인 조건에서 국경을 개방하는 국가들이 없지는 않다.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률 세계 2위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는 조건으로 여행객들의 입국 제한을 없앴다. 브라질 북동부의 생태 관광지인 ‘페르난두 지 노로냐’ 군도는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기 전인 지난해 8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된 사람들만 관광객으로 받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면역력이 형성된 사람들만 오라는 역발상을 한 것이다. 이마저 변이 바이러스 발견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한편 유럽 최대 여행사인 투이는 9일 이번 여름휴가 관련 280만건의 예약을 받았으며 이는 2019년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밝혔다. 예약 고객 대부분은 영국인이었고,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는 그리스와 스페인이었다. 해외 휴가를 간 영국인은 돌아와서 열흘간의 자가 격리를 거쳐야 한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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