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샵 아프리카] 남아공의 설날은 '평일'..교민 일상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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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까치 설날'은 대한민국 반대편에 멀리 떨어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통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아공에서 음력 설날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냥 지나간다.
남아공 내에서도 이곳의 캘린더가 일상의 사이클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교민들 혼자만 따로 설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래저래 지난 2월 하순께 남아공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로 보내는 첫 설은 그냥 평일처럼 근무하며 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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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까치까치 설날'은 대한민국 반대편에 멀리 떨어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통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아공에서 음력 설날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냥 지나간다.
교민사회에서도 별다른 구정 행사가 없다.
세배나 교민 모임도 따로 없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는 더 말할 나위 없다.
한 현지 대기업 법인장은 11일(현지시간) "지난해만 해도 현지 주재원과 가족 수십 명이 같이 식사도 하고 세배, 윷놀이도 했는데 올해는 어림없다"라고 말했다.
한국 내에서도 이동이 제한된다고 하는 마당에 이역만리 남아공은 두말할 것 없다.
따라서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의 의미를 오히려 다시 한번 되새겨볼 만한 계기가 된다.
기본적으로 설 등은 민족 대이동으로 가족 친지간 모임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비행시간만 최소 21시간 이상 걸리고 요즘 같은 팬데믹 속에 이동에 예기치 않은 제한이 가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까지 설 쇠러 간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남아공 내에서도 이곳의 캘린더가 일상의 사이클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교민들 혼자만 따로 설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곳 다이어리 수첩을 보면 아예 설날 'Lunar New Year'라는 표기가 없다.
공휴일 명단은 물론이고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종교 명절과 휴일을 수록한 면에도 구정 설의 자리는 없다.
구글 검색에서 남아공 내 중국인 수가 25만∼35만 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많지만, 동북아에서도 중국과 한국 등 중심으로 쇠는 설이 아직 이곳에 문화적으로 파고들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한 교민 2세가 준 탁상용 달력에서도 12일 날짜에 음력 설을 뜻하는 작은 숫자 '1.1'이 아래에 작은 글씨로만 돼 있고 휴일을 뜻하는 빨간 색이 안 돼 있다.
남아공은 연말 연시 축제 시즌이라고 해서 12월 중순부터 크리스마스와 신정을 끼고 1월 중순까지 웬만한 사업장들이 쉬는 모드로 들어가지만, 1월 중순 이후로는 일 모드라고 할 수 있다.
남아공 한국대사관(대사 박철주)이나 코트라도 평일처럼 그대로 일한다.
일반적으로 대사관과 코트라는 4대 국경일(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과 현지 공휴일 위주로 쉰다고 한다.
그래도 대사관은 이번에 직원들에게 떡국 떡과 과자 꾸러미를 돌렸다.
남아공 남단 휴양도시 케이프타운에서도 한인회 중심으로 교민들에게 떡국 떡 등을 돌렸다고 한다.
케이프타운 한인회 한호기 회장은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설을 맞아 재외동포재단 후원과 한인회 공동으로 교민 150 가정에 떡국 1㎏, 찹쌀떡, 밤만쥬와 함께 앞서 대사관에서 지급한 마스크 10매도 각각 지급했다"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지난 2월 하순께 남아공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로 보내는 첫 설은 그냥 평일처럼 근무하며 보내게 됐다.
아이들도 학교에 그대로 간다.
오히려 학교에선 밸런타인데이(14일)를 맞아 12일에 나름 행사를 한다고 한다.
여기선 한국에서보다 밸런타인데이 의미가 커 학교에서 그날은 교복 대신 사복을 입는 대가로 얼마씩 거둬 취약계층에 전달한다고도 한다.
어쨌든 이국생활을 하다 보면 고국의 명절도 여건상 상대화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명절이라는 것도 그 토양과 맥락에서 나름 의미를 갖는 것이지 지역적 경계를 벗어나면 그 전통을 이어가기가 쉽진 않다.
그래도 명절의 정신은 나름 창의적으로 적용해 그날 주변의 이웃, 교민과 정을 나눌 수는 있을 것이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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