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컷]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던데..내 자식이 쓰는 게 아까운가요
(서울=연합뉴스) 전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김동성.
현역 시절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연이은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는데요.
은퇴 이후에도 소치 동계올림픽 해설위원과 스타 강사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갔죠.
그런데 지난해 4월 김동성이 이혼 후 두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구설에 올랐는데요.
김동성은 뒤늦게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해명했지만 전 부인이 '거짓 해명'이라고 폭로하며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양육비 미지급과 관련한 논의는 지난 2018년부터 계속해서 주목받아 왔는데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인 '배드파더스'의 구본창 활동가가 명예훼손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더욱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민법에서는 양육비 지급을, 가사소송법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해서는 양육비 이행의 확보를 보장합니다.
이렇게 법원에서 지급명령 판결을 내릴 경우 부양자는 양육비 채권을 확보하게 되는데요.
그러나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따르면 2019년까지 법원에서 양육비 이행 의무가 확정된 1만6천73건 중 실제 양육비를 받은 사례는 5천715건(35.6%)뿐입니다.
물론 양육비 채권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모두가 양육비를 무조건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요.
양육비 지급이 어려운 경우 법원은 3개월간 양육비 미지급 사유에 대한 소명 기회를 부여합니다.
문제는 양육비 지급 능력이 있는데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양육비해결모임 강민서 대표는 "양육비 문제는 쉽게 말해서 내 자식한테 돈을 안 주겠다는 것인데 이것만큼 치사한 건 없다"며 "함께하지 않아도 내 자식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책임 의무를 다 해야하는거 아닌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강 대표는 "재판을 해도 상대방은 안 나와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며 법적으로 양육비 지급을 강제해도 이를 이행할 방법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 제도가 부실하니 채권 추심 단계에서 양육비 미지급자들은 주소를 옮기거나 재산 명의를 바꾸는 등 편법을 사용해 빠져나가기 일쑤인데요.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판사가 감치 판결을 내리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각종 이유를 대며 피해가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어렵게 판결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으면 감치 집행조차 어렵습니다.
이 같은 허점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2020년 여성가족부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표했는데요.
여가부는 정부가 한시적으로 양육비를 긴급 지원한 경우 양육비 채무자의 동의 없이도 신용 및 보험 정보를 관계기관에 요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고의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운전면허를 정지하고 출국 금지와 신상 공개 등의 처벌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여가부 발표만으로는 양육비 미지급과 관련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조인섭 이혼전문 변호사는 형사처벌이 가능해졌다는 면에서 이전에 비해 강화됐다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미비한 구석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이행과 감치 명령의 총 3개 단계를 거쳐야만 형사처벌이 가능한데요. 조 변호사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새롭게 도입된 벌금형에 가장 큰 우려를 표했는데요. 개정법에는 '감치 명령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없 1년 이내 양육비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적혀있지만, 앞선 감치 사례와 같이 '정당한 이유'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정작 형사처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조 변호사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들은 오히려 감치보다 벌금형을 선호할 것"이라며 관련 법이 강화됐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부모가 진심으로 자녀를 책임지고자 한다면 내가 쓰는 것보다 아이의 성장이 우선일 텐데요.
강민서 대표는 "부모 간의 갈등의 골을 떠나 먼저 내 아이의 엄마 아빠로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책임한 부모들로 인해 마음껏 꿈 꿀 권리조차 잃어버린 아이들.
이제는 신상 공개와 같은 강제적인 방식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 나서서 자녀의 생존권을 보장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전승엽 기자 문예준 인턴기자
kir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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