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게임인]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 韓게임의 새로운 시작
확률형 아이템 첫 법적 정의 담겨..업계도 논의 과정에 참여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기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동의 없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의결하는 등 잡음을 거쳤다.
게임업계에서는 황 장관을 향한 시선에 우려가 여전히 섞여 있다.
황 장관이 의원 시절 게임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고, 상임위원회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맡은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세 의원'이 장관으로 부임하면 해당 부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정책을 추진하기 수월해진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따내기도 용이할 수 있다.
이제 게임업계의 관심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의 향배에 쏠린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2019년부터 정책 연구 및 공청회 등으로 심혈을 기울인 결과물이다.
이번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한국 게임 정책의 틀을 완전히 새로 짜는 작업이다.
현행 게임법은 2006년에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사행성 아케이드(오락실) 게임을 규제하기 위해 만든 도구나 다름없었다.
전부개정안은 '오락 기기' 정도로 표현돼있던 게임의 정의부터 새로 쓴다. 게임을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바라보는 시각이 법안에 담겼다.
개정안에는 업계의 해묵은 요구였던 등급 분류 절차 간소화, 비영리 게임 등급 분류 면제, 중소게임사 자금 지원, 선정적 광고 규제 등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업계는 개정안의 한 가지 부분만 신경이 쓰이는 분위기다.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종류별 확률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부분이다.
현행 게임법에는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확률형 아이템은 입법 공백에 놓여 있다.
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첫 법적 정의가 담겼다.
'직·간접적으로 게임 이용자가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 아이템 중 구체적 종류, 효과 및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확률형 아이템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유상으로 구매한 게임 아이템과 무상으로 구매한 게임 아이템을 결합하는 경우도 포함하며, 무상으로 구매한 게임 아이템 간 결합은 제외한다'라고도 명시했다.
이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 자율규제보다 한 걸음 나아간 내용이다.
자율규제 강령은 게임사가 '캡슐형 유료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도록 한다.
이용자가 돈을 내고 구매한 캡슐 형태의 확률형 아이템만 확률 공개 대상으로 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최근 확률형 아이템이 이중·삼중의 '컴플리트 가챠' 형태로 고도화됐다는 불만이 나온다.
무기를 하나 얻기 위해 유료 캡슐에서 아이템 A를 뽑은 다음 A와 다른 아이템을 조합해 아이템 B를 완성해야 하는데, A의 확률만 공개하고 B는 캡슐형이 아니라는 이유로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 식이 늘어났다.
5×5 빙고판을 채워야만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등의 빙고 방식도 늘고 있다. 빙고판 숫자를 뽑는 것 역시 자율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어 확률이 '깜깜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컴플리트 가챠가 사행성을 부추긴다고 보고 2012년부터 업계 자율규제로 없앴다. 작년부터는 소비자청 고시로 금지하고 있다.
게임법 개정안이 발의안대로 통과되면 국내 게임사들은 최소한 컴플리트 가챠도 확률은 공개하게 된다.
물론 확률을 공개할 뿐 컴플리트 가챠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초고가 아이템의 뽑기 확률이 '0.00001%' 같은 식으로 공개되면 이용자들의 합리적인 아이템 소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게임법 개정안은 이르면 이달 17일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이튿날 문화예술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간다.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약 20%를 게임이 차지하고, '3N'으로 불리는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연간 매출액이 도합 8조원에 달하는 시대다.
지속 가능한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정책을 담을 그릇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법을 시대에 맞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입법부의 역할과 관심이 중요하다.
문체부와 게임업계는 전문가 토론회나 이용자 간담회 등으로 입법 과정이 민주적으로 이뤄지도록 지원해야 한다.
김정주 NXC 대표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의장 같은 한국 게임업계 얼굴들이 건실한 입법을 위해 목소리를 보태는 상상도 해본다.
그러나 국회 안팎에서는 대형 게임사의 대관 업무 담당자들이 국회를 바삐 돌아다닌다는 얘기만 들린다.
일부 회사는 게임이 남녀노소 건전하게 즐기는 것이 되기를 썩 원하지 않는 것 같다.
[※ 편집자 주 = 게임인은 게임과 사람(人), 게임 속(in) 이야기를 다루는 공간입니다. 게임이 현실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두루 다루겠습니다. 모바일·PC뿐 아니라 콘솔·인디 게임도 살피겠습니다. 게이머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립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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