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대책인데..고소득층은 못받는 셋째 대학 등록금

최민지 기자 2021. 2. 1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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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대책을 보다 실효성 있게 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최근 고소득층일수록 아이를 덜 낳는 분위기다. 학원비가 워낙 비싸 아이들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다. 이들 고소득층에 대한 맞춤형 출산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출산대책은 고소득층을 제외하는 경우가 많다.
"2022년부터는 (중략) 다자녀 가구의 셋째 이상 자녀는 등록금을 전액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교육부가 지난 3일 국가장학금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밝힌 내용이다. 셋째라면 누구나 대학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사실과 조금 달랐다.

'셋째 대학 등록금 전액 지원' 방침에서 맞벌이 부부는 사실상 제외됐다. 부부 합산 월 소득인정액 980만원이 넘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사진제공=한국장학재단

내년부터 셋째 등록금 지원, 부부 월 소득인정액 980만원 넘으면
8일 교육부에 따르면 2022년 다자녀 지원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은 소득 1~8구간으로 제한된다. 다자녀 국가장학금은 자녀가 셋 이상인 가구의 대학생 자녀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이다.

한국장학재단이 공개한 2021년 장학금 지원구간 경곗값을 보면 소득 8구간은 월 소득인정액 기준 975만2580원 이하까지 해당된다. 1년으로 계산하면 1억1703만원 수준이다. 소득인정액은 소득과 주택·자동차·예적금·주식 등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대학에 들어갈 자녀를 둔 50대 이상의 맞벌이 가정의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이들은 사실상 대학등록금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맞벌이 부부의 소득은 일찌감치 여기에서 벗어날 수 밖에 없는데, 그렇더라도 재벌이 아닌 이상 자녀 셋의 등록금을 대기에는 빠듯하다.
교육부가 3일 공개한 2021 맞춤형 국가장학금 기본계획. 내년에는 셋째 자녀에게 등록금 혜택을 지원하겠다는 내용 외에 아무런 설명도 들어있지 않다.

9분위 소득 적진 않지만… 맞벌이는 역차별
올해로 자녀 넷이 모두 대학생이 된 손모씨(54)의 사례를 보자. 손씨는 1996·97·99년생, 2002년생 자녀를 두고 있다. 손씨네 집은 '준 맞벌이' 가정이다. 남편의 수입과 프리랜서인 본인의 비정기적 수입으로 자녀 넷을 대학에 보내고 있다.

손씨의 자녀들은 가계 소득이 9분위 이상에 해당되므로 단 한 번도 장학금 혜택을 받아본 적이 없다. 손씨는 "남들은 애국한다고 추켜세워주지만 사실은 저축도 못한 채 겨우 아이들의 등록금, 생활비를 주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손씨는 "자녀 키우면 돈이 많이 든다고들 하지만 그 정점은 성인이 된 이후"라면서 "등록금처럼 크게 쓰는 돈뿐만 아니라 지방에 보내게 되면 월세 등 부대비용도 보태줘야 하는데..."라고 했다.

이어 "더 큰 걱정은 아이들의 결혼이죠.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집값 보태줄 생각을 하면…. 우리 부부의 노후는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정책이 바뀔까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랬던만큼 실망도 크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월3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 위촉장 수여식에 참석해 서형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사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우선순위 VS 정부 기조 역행
교육부는 다자녀 지원 국가장학금 제도를 선보인 2014년 이후 한정된 예산 안에서 등록금 혜택 범위를 늘리기 위해 고민해왔다. 지난해 12월에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다자녀 가구에 등록금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며 논의가 더 진전되는 듯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저출산위원회는 '중위소득 200% 이하'라는 단서를 붙였다. 정부가 맞벌이 역차별 논란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저출산위원회 발표 이후 다자녀 지원 장학금 수혜 대상을 9·10분위까지 늘리기 위한 추가적인 논의는 없었다. 현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수박 겉핥기였다는 점이 드러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 위촉장 수여식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역할을 설명하며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구조로 바꿔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생각되고 이 점에 대해서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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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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